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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꾸거’ 미사일 날리고 침묵한 군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2-10-09 00:47 수정 2022-10-09 09:10
‘현무-2’ 탄도미사일이 떨어진 현장. 연합뉴스

‘현무-2’ 탄도미사일이 떨어진 현장. 연합뉴스

천만다행이었다. 2022년 10월4일 밤 한국군이 쏜 ‘현무-2’ 탄도미사일이 강원도 강릉에 떨어졌는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미사일은 이날 북한이 태평양으로 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해 동해로 발사한 것이었다. 하지만 강릉 공군비행단 내 사격장에서 쏜 미사일은 발사 직후 비정상 궤도를 그리며 발사 방향 뒤쪽에 추락했다. 사격장 뒤편 1㎞ 지점에서 미사일 탄두가 발견됐고, 미사일을 날아가게 하는 추진체는 탄두에서 400여m 더 뒤쪽에서 발견됐다. 군 당국은 미사일 추락으로 인한 군과 민간의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릉 주민들은 밤새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군 당국의 미사일 낙탄 사고로 큰 폭발음과 함께 불길까지 치솟았지만, 정작 군 당국은 이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강릉시엔 밤사이 화재와 폭발의 원인을 묻는 전화가 이어졌지만, 시청 공무원들도 정확한 상황을 몰라 애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 주민들은 ‘훈련 중 사고’인지 ‘전쟁’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합참은 사고 경위를 설명하지 않은 채 사고 뒤 1시간50분 만에 지대지미사일(ATACMS) 4발을 추가로 발사했고, 다음날인 10월5일 아침에야 현무-2 탄도미사일의 발사 실패를 발표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10월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설명도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동일한 지역에서 또 굉음을 내면서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한 행위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부 전 대변인은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전쟁이 난 게 아니냐 하고 있고, 민가에서 700m 떨어진 곳에 탄두가 안전 조치가 되어 있는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미사일을 사격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wani@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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