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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식당에 물었다 “비건 메뉴 어떤가요?”

[비건 비긴] ‘요즘 것들의 채식생활’ 프로젝트 진행한 이혜민·강보혜씨 인터뷰
등록 2022-08-01 08:57 수정 2022-08-03 04:10
‘요즘 것들의 채식생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백종원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직접 비건 메뉴를 요청한 강보혜씨(왼쪽)와 이혜민씨. 이혜민 제공

‘요즘 것들의 채식생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백종원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직접 비건 메뉴를 요청한 강보혜씨(왼쪽)와 이혜민씨. 이혜민 제공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2018년 영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기업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개선하도록 만들기 위해 소비자들이 포장재를 슈퍼마켓에 버리고 오는 행위다.

그렇다면 ‘비건 어택’은 어떨까. 전국의 프랜차이즈 식당에 동물성 제품이 포함되지 않은 비건 메뉴가 생긴다면? 비건에게는 물론이고, 비건이 아닌 이들에게도 좀더 다양한 음식 선택지가 보장되지 않을까?

육수 대신 ‘채수’ 우동, 새우 대신 ‘버섯’ 감바스

이런 의문을 품고 직접 행동에 나선 이들이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혜민씨와 5년차 비건인 강보혜씨다. 두 사람은 2020년 ‘요즘 것들의 채식생활’ 프로젝트를 하며 비건 보양식·안주·디저트·명절음식 등을 소개하는 영상을 함께 제작했다. <한겨레21>은 2022년 7월7일 이들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

2020년 1월부터 비건 지향인이 된 이씨는 “제가 사는 경기도만 해도 주변에 비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전무했다”며 “어느 식당에서든 고기를 기반으로 한 음식이 대부분인데, 비건이란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고 이게 모두에게 더 나은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식당에 가면 “비건이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해달라”고 적극 요청해보는 편이다. “회사 근처 백반집을 몇 군데 뚫었어요.(웃음) 고기나 달걀, 해산물을 빼주시죠.” 개인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존재했다. 지역별 차이도 크다. 이씨는 비건 초기에 비수도권 지역에 출장 가면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 굶은 적도 있다. ‘프랜차이즈 식당에 비건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 이유다.

이들은 2020년 10월 백종원이 운영하는 ‘더본코리아’ 산하 외식업 계열사의 메뉴를 일일이 확인한 뒤, 재료 일부만 덜어내거나 바꿔서 비건 메뉴로 판매하는 방안을 전자우편으로 제안했다. 예컨대 ‘역전우동’에선 채수 국물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한지, ‘롤링파스타’의 토마토파스타 소스에 동물성 성분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뿌리는 치즈를 빼고 주문이 가능한지, ‘한신포차’의 새우 감바스 요리에 새우 대신 버섯만 넣어 조리할 수 있는지 등이다.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에 ‘비건’ 표시가 가능한지도 물었다.

6곳 중 1곳만 회신 “지금은 불가능”

제안 결과는? 이들이 연락한 6개 회사 가운데 회신을 준 곳은 ‘역전우동’뿐이다. 그마저도 “지금은 (실행이) 불가능하다”였다. 더본코리아는 <한겨레21>에 “‘빽다방’을 포함해 각 브랜드의 비건 메뉴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비건 식재료에 대한 가격 부담과 최적의 맛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비건에 대한 인식이 바뀌려면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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