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는 걸 알고도 싸운다. 그 마음을 헤아리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는 일이 익숙해져도 두려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그럼에도 지는 싸움을 하러 나섰습니다. 상대는 국민의힘 당대표 이준석. 2022년 4월13일 오후 3시 JTBC 프로그램 <썰전 라이브> 생방송 토론에서 둘은 만났습니다.
토론은 3시간 남짓 진행됐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착한 시위와 나쁜 시위로 갈라치기하는 ‘토론 기술(?)’을 보였습니다. “지하철 시위가 효과를 보기 위해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줄지어 타다가 생기는) 연착 유도는 사회적으로 용인된다. … (그러나 휠체어를) 문에 세워놓고 발차(지하철 출발)를 못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 박경석 대표는 “모든 시위에는 고의가 있다”며 “의도를 가지고 시위를 해 불법이라고 처벌받았다고 문명과 비문명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옳다고 보시나요.
토론은 상대와 다른 의견을 밝히며 논리적으로 싸우는 일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박경석 대표의 몇몇 말은 토론이 아니었습니다. 따지기보다 부탁했거든요. 첫째, 지하철 리프트를 타다 일어난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 서울시장은 사과해달라. 둘째,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 콜택시를 광역 단위로 이용하게 해달라. 셋째, 시설에서 나가고 싶어 하는 장애인을 위한 대안을 약속해달라. 박 대표는 토론 중간중간 “이 대표는 여당 대표가 될 테니, 고려해달라,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기다려달라, 우선순위를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어쩌면 박경석 대표는 토론회에 앞서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 겁니다. “우리는 이 토론이 절박하다. 텔레비전에서 우리 얘기를 해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이준석 대표와 일대일 토론은) 불리한 포맷이라는 거 잘 안다. 그래서 도와달라는 거다.” 박 대표가 한 법학자에게 토론 준비를 도와달라며 건넸다는 말입니다.
토론회를 앞두고 <한겨레21> 제1408호 표지로 실린 박경석 대표의 얼굴과 인터뷰 기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박 대표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과 함께요. “(이준석과의) 토론으로 당장의 혐오와 차별이 더 심해질지도 모르는데요.” “뭐, 죽겠죠.(웃음)” “힘들어 죽겠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이러다 죽겠다는 말인가요.” “둘 다요. 그런데 죽을지언정 잊히지는 않을 거예요. (중략) 혐오발언에 맞아서 죽겠죠. 죽을게요. 두려울 게 뭐 있겠습니까.” 박 대표의 이 절박한 마음을 담은 <한겨레21> 잡지를 여러 권 사서 주변에 나눠줬다는 독자분들도 계셨습니다.
박 대표와 이 대표는 5월 초 한 차례 더 토론하기로 했습니다. 다수는 또 전장연을 비난하겠지만,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그들의 부족함에 주목하기보다, 왜 그리 절박할 수밖에 없었는지 들여다보게 되리라고 소망해봅니다. 그러니 박 대표는 앞으로도 “두려울 게 뭐 있겠냐”며, 지는 싸움을 하지 않을까요. 시민에게 말하려고 어떻게든 기회를 잡으려고 말이죠.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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