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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성’이 예외가 아니게 될 때

등록 2021-11-14 09:02 수정 2021-11-14 09:02
한겨레 김혜윤 기자

한겨레 김혜윤 기자

혼인 중인 부부가 아이에게 ‘엄마 성을 물려주고 싶다’며 낸 ‘성·본 변경 청구’에 대해 서울가정법원이 허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태어난 지 6개월 된 이들 부부의 딸은 엄마 성을 따르게 됐다. 그동안 주로 재혼 가정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 성·본 변경 청구 허가의 폭이 확대된 것이다.

11월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가족법연구팀은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사실을 공개하고 “법원의 이번 결정이 어머니의 성과 본을 자녀에게 물려줌으로써 자녀가 입는 불이익보다 이익이 더 크고, 궁극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에 소송을 낸 부부는 ‘아버지의 성·본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기본이고, 어머니의 성·본을 물려주는 것이 예외적인 사회’는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해 자녀에게 엄마 성을 물려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781조 1항은 “자(자녀)는 부(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하며 엄마 성을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자녀의 성·본 결정은 출생신고가 아닌 혼인신고 때 해야 한다. 아빠의 성을 따르는 게 우선 원칙이다보니 엄마의 성을 물려주기로 결정한 경우에 추가로 내야 하는 협의 서류가 있다. 담당 공무원이 “두 분 협의하신 것 맞죠?” 재차 확인하고 “나중에 아이 성 바꾸려면 법원 가셔야 되는데 괜찮으시죠?” 묻는 걱정 어린 경고는 덤이라고 한다.

2021년 4월27일 여성가족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출생신고 당시 자녀의 성·본을 부모 협의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빠의 성이 기본, 엄마의 성은 예외인 현행 민법 개정에 탄력이 붙을까. 예외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니게 될 때 그것을 비로소 자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 분야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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