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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끝이지만 끝이 아니다

등록 2021-10-18 09:37 수정 2021-10-19 02:44
박승화 기자

박승화 기자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배드파더스’(나쁜 아빠들)가 2021년 10월20일 문을 닫는다.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게 큰 제재를 가하지 않던 정부가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7월13일부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출국을 금지하고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등의 조처가 시행됐다.

지난 3년간 배드파더스는 자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공론장으로 끄집어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유의미한 성과도 만들어냈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에 따르면 신상공개를 통해 해결한 양육비 미지급 사례는 890건,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사전 통보만으로 해결된 사례는 690건이다. 구 대표는 그간 수많은 소송과 경찰 조사에 시달려왔다. 배드파더스의 신상공개를 두고 이것이 인권침해인지 공공을 위한 정당한 정보공개인지 의견이 갈리는 일도 잦았다. 양육비 미지급으로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이들이 전화나 문자 테러를 하고, 심지어 살해 협박을 할 정도로 항의 강도는 높았다. 지난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도, 배드파더스는 마냥 편한 마음이기는 어렵다. 구 대표는 “법이 불완전하다”며 앞으로 이어질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물론 이번 시행령 개정 덕에 상황은 바뀌었다.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내지 않는 부모에겐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 공개 등의 조처가 취해질 수 있다. 10월11일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미지급 채무자 2명에게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며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처로 미성년 자녀의 안전한 양육환경이 조성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계는 많다. 사진이 공개되지 않는 점, 생계유지 목적으로 차량을 운전할 경우 운전면허를 정지하지 않는 점, 지나치게 높은 출국금지 조건 등이 문제로 꼽힌다.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 또한 ‘양육비 싸움’을 쉽지 않게 하는 지점이다. 이제는 채무자에 대한 제재를 넘어 양육비 문제 당사자인 미성년 자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법제도가 필요하다. 국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하고 이를 추후에 채무자에게 받아내는 대지급 제도 도입을 고려할 때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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