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너도 라이언 닮았네.”
이 말을 주변에서 꽤 흔히 들을 수 있다. 가끔은 내가 이 말을 하거나 생각하기도 한다. 카카오 캐릭터 ‘라이언’의 무심한 표정, 조금 진한 눈썹, 오동통한 몸까지. 이 얼굴 공식에 들어맞는 (주로) 남성이 많았다. 라이언이 카카오 대표의 얼굴을 본떴다는 사실에 눈을 감으면 주변 사람들이 라이언처럼 좀 귀여워 보였다. 집 근처 세븐일레븐 알바생부터 식구 쫑이, 서로에게 책을 추천하는 사이인 영스톤님 등. 라이언은 단지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 얼굴에서 어른거린다.
그치만 라이언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귀여워서 사랑받기보다, 여기저기 많이 보이고 익숙해서 사랑받는 것 같아 보였달까. 도로 위 택시 몸체에도, 종업원에게 내미는 카드에도, 사무실 펜과 마우스패드에도, 대화 중 이모티콘에도 일상에서 많이 보인다는 건, 그만큼 돈을 많이 들였다는 거니까. 돈이 많은 캐릭터가 국민적인 사랑까지 받는 건 아니꼬웠다.
그런데 어느 날, 춘식이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트위터 ‘춘식이 그림일기’ 계정에서 그림판으로 그린 듯한 어설픈 모양새로 거울 셀카를 찍거나 열심히 춤 연습을 하는 일상이 떴다. ‘오, 힙하다. 어떤 작가가 만든 캐릭터일까?’ 얼마 후에는 유튜브 쇼츠(세로형 짧은 영상 콘텐츠)에서 라이언과 춘식이가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추고 있었다. ‘헉, 짧뚱한 팔 때문에 디귿(ㄷ) 춤을 니은(ㄴ)으로 추는 게 너무 귀여워! 윙크하고 혀를 내밀면서 끼 부리는 표정 뭐야 뭐야~!!’ 이 영상 조회수는 300만이 넘었다. 그런데 이때가 돼서야 춘식이가 카카오 패밀리, 그러니까 라이언의 반려동물 콘셉트로 탄생한 캐릭터라는 걸 알게 됐다. 이미 춘식이에게 빠진 상태였을 때다.
카카오는 이때를 노렸다는 듯, 내가 접속하는 온라인 페이지마다 춘식이 굿즈 광고를 띄웠다. 간신히 춘식이 쿠션 결제를 참아냈다. 택시에 탔을 때 종종 기사님들이 카카오택시가 얼마나 배차 시스템이 불합리한지, 수수료가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걸 들었다. 또 카카오가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확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골목 상권까지 침범하며 계열사가 158개를 넘었다는 뉴스도 나왔다.
오죽하면 한 누리꾼이 ‘라이언 상조 서비스’라는 패러디 콘텐츠까지 만들었을까. ‘내 유골함은 어피치로 해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카카오 캐릭터들이 워낙 이곳저곳 등장하니 상조 사업에까지 진출할 것 같다며, 그때 카카오가 내놓을 광고를 예상해 만든 게시물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카카오 캐릭터들은 귀여운데, 대기업 카카오는 소상공인에게 위협이 된다고? 무언가를 귀여워한다는 건, 귀여움을 받는 대상보다 더 권력자인 경우가 많다. 아기, 고양이, 펭귄을 귀여워하는 것처럼. 어떻게 춘식이는 나에게 귀여우면서 무서울 수 있을까? 계속
도우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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