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과 수치를 자극하는 광고 이미지들. 도우리 제공
‘윽….’ 분명 애드블록(광고차단)을 설치해놨는데, 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흐린 눈으로 재빨리 스크롤을 내린다. 그놈의 망할 피지 제거기 동영상 광고가 또 떴다. 남의 적나라한 분비물을 냅다 눈앞에 들이대 흔드는 광고. 그 이미지의 오른쪽 위에 있는 눈곱만한 ‘삭제’(×) 버튼을 마우스 혹은 손가락으로 조준해 클릭하고 ‘부적절한 광고’ ‘관심 없는 광고’ 등을 차례로 여러 번 눌러봤자 그때뿐이다. 다시 다른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찾아봐야겠지만, 사실 당장은 아무 쇼핑몰의 아무 상품을 눌러서 다른 광고로 대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바야흐로 ‘관심경제 시대’라고들 하는데, 그 얼굴의 일부는 이렇다. 피지로 수놓은 코, 발 각질, 화장실 변기 혹은 싱크대의 찌든 때, 빈 정수리, 출렁이는 뱃살, 사이사이 찌꺼기가 낀 대장과 소장, (남편에게 버림받은 설정으로) 머리가 듬성듬성 빠지고 화장이 번진 여성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현실세계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이런 이미지가 인쇄된 전단이 공장용 대형 선풍기 바람에 흩날리는 거리를 걷는다. 얼굴에 들러붙는 전단을 떼기도 바쁜데, 내 귀에 대고 제품을 사거나 게임을 설치하라고 외치는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한다. 결국 그 못생기고 역겨운 이미지들은 성가신 정도를 넘어 내 뇌의 장기기억 폴더에 잔상으로 남아버리고 만다.
시급을 훌쩍 넘는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권을 이용하고, 각종 광고차단 앱이나 프로그램을 깔아도 이런 이미지들은 잊을 만하면 튀어나온다. 아무래도 보디프로필이나 개인화보처럼 화려하고 완벽한 이미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것만으로는 이 관심경제의 터빈을 돌릴 수 없나보다. 이건 ‘컨펌셰이밍’(Confirmshaming)이라는 사용자 디자인과 비슷해 보인다. 불안과 수치를 자극해 사용자가 원치 않는 선택을 하도록 종용하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불편하지만 모바일 웹으로 볼래요 vs 편리한 앱으로 볼래요’처럼, 혐오 이미지 광고는 이렇게 유도한다. ‘혐오스럽지만 그냥 이대로 살래요 vs 상품을 구매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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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혐오 이미지 광고가 컨펌셰이밍보다 더 심각한 쪽 같다. 내 몸 그리고 타인의 몸에 대한 수치심과 역겨움을 세뇌하려 하니까. 그래서 피지 제거기 광고 속 코의 기능은 코라기보다 눈에 더 가깝다. 그 광고 속 코를 본 뒤 나와 주변 사람들의 코를 ‘피지’ 중심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광고 속 코에 박힌 피지가 뒤룩뒤룩 겹눈을 굴리며 인간의 코를 응시하는 것 같다. ‘내가 역겹다고? 딱 그만큼 너희도 그래.’ 그냥 보일 때마다 똥 밟았다 생각하며 적당히 피하는 디지털 이미지 쓰레기로 치부하기에는, 그런 환경을 꾸준히 조성하며 돈을 버는 이들이 있다.
요즘 광고들은 대체로 이렇게 우리를 향해 ‘꼽’(아니꼬움)을 주고 있다. ‘(애플워치) 쓰면서 이걸 몰라?’ ‘정수리가 보일수록 나이 들어 보이는 거 아세요?’ ‘Your brain is 67 years old!’(당신 뇌는 67살) 이런 광고들은 선택지도, 비포 앤드 애프터조차 잘 보여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박멸하는 것이 곧 정답이요 애프터니까.
도우리 작가
*청춘의 겨울: 언론에서 청년문화를 다루는 방식이 ‘봄’이라면 이 칼럼은 ‘겨울’입니다. 지금, 여기, 청년이 왜 데이트앱, 사주, 주식 등에 빠지는지를 풀어갑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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