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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코로나와의 공존, 사람과의 공존, 상흔과의 공존
등록 2021-09-20 11:31 수정 2021-09-21 02:55
국립중앙의료원 공혜정 간호사가 음압격리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채로, 거리에서 일상복을 입은 채로 서 있다. 박승화 기자

국립중앙의료원 공혜정 간호사가 음압격리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채로, 거리에서 일상복을 입은 채로 서 있다. 박승화 기자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정부는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고 이름 붙였다. 뭐라 부르든, 목표는 같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상 속에 사회적·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정부는 한가위 연휴가 지나면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할 청사진(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2021년 9월 우리는 다음과 같은 조건에 놓여 있다. ‘델타 변이로 인해 백신만으로 완전한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하다. 다만 치명률은 3차 유행기(2020년 11월~2021년 1월) 2.02%에서 2021년 7월 0.18%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는 71일째(9월15일 기준) 1천 명을 넘어선다. 전 국민을 대상 삼은 검사·추적·치료(3T)와 엄격한 거리두기에 바탕을 둔 방역은 한계에 이르렀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정부가 검토하는 ‘청사진’에는 대략 이런 내용이 담겼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 공존할 방법을 찾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방역 목표를 ‘확진자’ 수에서 ‘치명률’(또는 사망자 수) 중심으로 재편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던 강도 높은 방역 전략을 고위험군(고령층·기저질환자) 중심으로 다시 짜며, 천천히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전환을 꾀한다. 그럼에도 ‘단계적 일상 회복’이 당장 마스크를 벗는 등 완전한 일상으로의 복귀라고, 국민이 받아들여 방역 체계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이러한 ‘청사진’으로 충분한가? 한가위 연휴 전에 국민 70%가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하게 되므로, 거리두기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방역 전략’만 묻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고통’을 두고 묻는다.

어느 시민은 ‘위드 코로나’를 ‘일상 회복’이라고 부르는 세상에서 어리둥절하다. 그는 코로나19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에 놓여 있다. 1년8개월, “버티면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빚을 늘리고 실업을 감수했다. 몸을 혹사해 환자를 진료했고, 저임금 받으며 고위험군 환자를 돌봤다. 이전의 질서는 무너져 돌아갈 수 없다. 적응과 전환은 힘에 부친다. 처음 겪는 위기는, 위기 이후에도 전에 없던 형태의 상흔으로 이어진다.

어느 시민, 그들만의 일은 아니다. 사회와 경제 전반의 문제다. 무엇보다 ‘방역’에만 집중했던 지난 1년8개월 동안, 서로를 향한 믿음에 상처 입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얽힌 문제다.

‘위드 코로나’는 ‘예전과 다른 세계에, 예전과 다른 처지로 놓인 이들의 삶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들의 삶, 곧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을 ‘청사진’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담겨야 한다. 단번에 끝낼 수 없는 거대한 기획이다.

<한겨레21>은 그동안 코로나19 유행의 틈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안부부터 묻기로 했다. 앞으로 올 ‘위드 코로나’ 시대에, 당신과도 ‘함께’일 수 있는지 들어봤다. 몇몇 개인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국립중앙의료원이 성인 1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스트-코로나 국민 인식 조사’ 결과도 단독으로 입수해 살폈다. 우리보다 앞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영국의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할 교훈, 간호사들이 ‘방호복 파업’에 나섰던 이유와 노-정 합의 이후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짚어봤다. 시민과 시민 사이에 믿음 대신 분노가 자리한 까닭도 담았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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