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 때려잡기’에 골몰하는 사이, 여당은 무거운 세금 탓에 집값이 올랐다는 ‘엉뚱한 반성문’을 쓰기 시작했다. 반성문의 결론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부동산 현안에 대한 여론이 어떤지를 설문조사로 진단해보고, 현재 정부와 여당이 논의하는 부동산 정책과 폐지하기로 결정한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를 짚어봤다. _편집자
‘공시지가 상위 2%’에만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과하려는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특위) 방안에 반대(51.1%)하는 의견이 찬성(41.4%)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계층과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은 뚜렷하게 나뉘었다. 무주택자(63%)와 1주택자(51.5%)는 반대 의견이 높은 반면,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응답자의 56.9%는 ‘종부세 기준 완화’에 찬성한다고 했다. 중상층 이하 응답자와 달리, 가구소득 월 850만원 이상인 상위층만 유일하게 찬성(48.7%)이 반대(41%) 의견을 앞질렀다. 지역별로는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 대부분이 모여 있는 서울에서 찬성과 반대가 각각 47.1%로 팽팽하게 엇갈렸다.
국민이 특위안을 ‘부자 감세’로 인식하고 있음을 짐작게 하는 조사 결과다. 현재 종부세 부과 기준은 공시지가 9억원이 넘는 주택(1세대 1주택자)이다. 전국의 아파트와 주택 3.7%가량(52만여 가구)이 대상이 된다. 공시지가와 집값이 크게 올라, 종부세를 내야 하는 인원은 2020년 66만7천 명에서 최대 85만6천 명(2021년 국회예산정책처 추계)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자 특위는 5월27일 ‘고가주택’ 기준을 공시지가 ‘상위 2%’(대략 11억5천만원 이상 주택)로 바꾸자는 방안을 발표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 위한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강병원 최고위원) 등의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현재 기준을 유지하되 60살 이상 실거주자 등에게 납부를 유예해주자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은 6월 안에 종부세 관련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겨레21>과 참여연대, 공공의창은 ‘부동산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공동기획해, 5월29~30일 전국 18살 이상 성인 1천 명에게 전화 여론조사(무선 ARS 방식·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진행했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디앤에이(DNA)가 맡아 진행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들끓는 부동산 민심이 확인된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택지개발지역 내 부동산 거래 여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문항에 찬성(92%)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직자 190만 명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사적인 이해관계와 충돌하지 않도록 신고한 가족 등의 민간부문 활동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엔 90.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에서 촉발된 국민의 분노는 더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을 요구했다.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기 위해 가장 먼저 시행돼야 할 정책’을 물었더니 개발 이익 환수(22.9%),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21.7%), 거래허가제 도입(18.7%), 보유세 강화(13.8%) 순으로 꼽혔다.
정부·여당이 검토하는 수준보다 더 개혁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흐름도 드러났다. 장기간 방치된 유휴토지의 가격이 전국 평균지가 상승률을 넘어섰을 때 그 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토지초과이득세’를 도입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의견(55.2%)이 반대(30.1%)를 크게 앞섰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4.7%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근 토지초과이득세법을 대표 발의했다.
‘농지 전용’을 엄격하게 제한(56.2%)하고 보유할 수 있는 주택의 수에 한도를 정하는 ‘주택소유상한제’를 도입(50.6%)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렸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제한할 수 있는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 공감(찬성 56.2%)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하는 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참여연대 이지현 사회경제국장은 “부동산 투기 근절 우선 과제로 40% 이상이 개발이익과 불로소득 환수를 꼽았다는 것은 ‘과세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뜻”이라며 “양도소득세와 개발이익환수제의 경우 다주택자들이 (안 팔고)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세율이 떨어져 실효성이 약화된 만큼, 토지초과이득세와 같이 새로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기로 한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54.8%)이 반대(36.4%)를 앞섰다. 김기수 리서치디앤에이 대표는 “재산세의 경우엔 수도권과 세종, 1주택 이상 소유자의 찬성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재산을 소유한 사람 모두 내야 하는) 재산세 감면은 당장 또는 앞으로 본인의 문제가 될 거라고 판단해서 (부유세 성격이 있는) 종부세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61%, “집값은 내려야 한다”‘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는 ‘적극 개입’을 지지하는 입장(46.6%)과 ‘최대한 개입을 자제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48.5%)이 엇비슷했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60.5%는 “아파트·주택 가격이 앞으로 하락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특히 무주택자(76.9%), 소득 하위층(64.3%)일수록 ‘하락 기대’ 심리가 더 높게 나타났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부동산 현안 여론조사 보고서 바로보기 http://img.hani.co.kr/newsfile/new/2021/0607/부동산 현안 여론조사 보고서.pdf
*설문조사를 공동기획한 ‘공공의창’은 정부·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공조사를 하는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2016년 출범해 리서치뷰, 리얼미터, 우리리서치, 리서치디앤에이(DNA), 조원씨앤아이, 코리아스픽스, 타임리서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휴먼앤데이터, 피플네트웍스리서치, 서던포스트, 세종리서치, 소상공인연구소, 디피아이(DPI),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6개 여론조사·데이터분석 기관이 참여한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물에 빠진 늙은 개를 건져주자 벌어진 일 [아침햇발]
탄핵으로 나갔다 탄핵 앞에 다시 선 최상목…“국정 안정 최선”
윤석열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끌어내”…국회 장악 지시
김건희의 종묘 무단 차담회, 국가유산청이 사과문 냈다
“백령도 통째 날아갈 뻔…권력 지키려 목숨을 수단처럼 쓰다니”
‘응원봉 물결’ 동덕여대 집회에도 이어져…“여러분은 혼자 아니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 가결…헌정사상 처음
“이재명·우원식·한동훈부터 체포하라” 계엄의 밤 방첩사 단톡방
계엄 땐 소극적이더니…국무위원들 ‘한덕수 탄핵’ 집단 반발
새 해운대구청 터 팠더니 쏟아져 나온 이것…누구 소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