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면서 노동이 아닌 노동이 있었다. 가사노동이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가사노동을 위한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은, 가사노동을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으로 위치 지웠다. 가정 내 고용 관계에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이 한정된 법 제정 이유였다. 하지만 엄연히 가사노동자는 노동하는 자로 존재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추산에 따르면 보호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자 수만 2020년 기준 최소 30만 명이다.
2021년이 돼서야 68년간 법의 바깥에서 서성이던 가사노동자에게도 설 자리가 생겼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4월29일 전체회의를 열어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국제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이르면 5월 중에 입법된다. 여야가 합의한 만큼 입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원래는 국민연금 직장 가입, 최저임금 적용, 주휴수당과 연차유급휴가 보장 등 보통 노동자가 누리는 권익을 누리지 못했던 가사노동자들은 이번 법안 의결로 ‘노동권 보장’의 길목에 한 걸음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가정과 직접 계약하는 가정 간병인 등 프리랜서 가사노동자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가사도우미, 돌봄도우미, 등하원도우미 등이 대상이 됐다. 그간 직업알선기관을 통해 사실상 고용된 상태이지만 노동자로 인식되지 못했던 이들이 보호받게 된 것이다. 70% 넘는 가사노동자가 노동자로 고용되지만 국민연금 직장 가입률은 20%도 되지 않는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가 있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은 가사노동자 보호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가사서비스를 중개하고 제공하는 기관과 노동자는 ‘근로계약’을 맺고, 서비스 이용자는 제공 기관과 ‘이용계약’을 맺게 된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생기면 기관이 책임지게 된다. 가사서비스 값이 올라 가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동시에 이는 가격 ‘정상화’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노동이 아니었던 노동의 ‘정상화’가 코앞이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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