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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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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결심 실천편] 2021년에는 버리자, 이 습관 ①

그래도 계속하시겠습니까?
등록 2020-12-27 14:15 수정 2020-12-29 08:44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버려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tvN 인기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가 주려는 교훈이다. 집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비우면서 내 욕망도 비울 수 있다니, 당장 정리를 시작하고 싶다.
그런데 욕망을 버리려고 물건까지 버려야 할까. 2021년 진짜 신박한 정리를 제안한다. ‘마인드 미니멀리즘’이다. 나를 파괴하는 욕망, 욕구, 습관, 집착 따위는 2020년에 묻어두자. 기자들도 소소한 실천을 해봤다. 육식, 플라스틱 빨대, 하루 한 잔의 술, 게임 현질(아이템을 돈 주고 사는 것), 배달음식을 버렸다. 정말로 버리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버리는 것은 끝없는 투쟁이라는 사실. _편집자주
양념통닭 / 양념통닭 아니죠, 양념통닭 소스죠

2020년 11월1일 시작한 ‘비육식’은 2021년에도 계속된다. 동물이나 지구를 위한 다짐이었다면 작심삼일도 어려웠을 것이다. 모든 관절을 파고든 염증을 버리기 위한 몸부림이었기에, 함께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

비육식은 생각보다 쉬웠다. 원래도 콩·채소·해산물을 좋아해, 고기를 안 먹어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몸무게는 줄지 않았다. 여기에 ‘염증 버리기’를 가속하기 위해 염증 완화에 최고라는 케일, 사과, 바나나를 간 주스를 거의 매일 먹고 있다.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 평소 입에도 안 대던 견과류도 챙겨 먹는다.

사실 단번에 육식을 끊은 최고의 비결은 통증도, 해산물도 아니다. ‘양념통닭’ 소스다. 올해 초 집에서 에어프라이어로 굽는 프라이드치킨에 찍어 먹을 생각에 사두었던 2㎏짜리 업소용 소스다. 우울할 땐 달달한 처갓*, 맥주가 당길 땐 짭짤한 페리**, 그저 그럴 땐 중간 맛의 멕시** 양념통닭을 시켜 먹었던 나는 비육식 뒤 그 소스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눈을 감고 양념통닭 소스를 가득 바른 김말이나 새우튀김을 먹노라면 영혼의 친구가 잠시 왔다 간 듯했다. 어느새 삶은 달걀과 브로콜리, 당근과 오이도 화학조미료로 만든 소스를 뒤덮고 있었다. 이제 나는 안다. 양념통닭 소스도 버려야 할 때라는 것을.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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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빨대 / 얼죽아의 필수품

이른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여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실 때면 자연스럽게 빨대를 쓴다. 그때마다 유튜브에서 마주친 바다거북이 생각나 괴롭다. 2015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구조된 이 바다거북은 코에 12㎝ 길이의 플라스틱 빨대가 껴 고통스러워한다. 연구진이 사투 끝에 빨대를 제거해주자 피 흘리며 축 늘어진 채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래서 검색해본다. ‘스테인리스 빨대+세척솔’ 세트. 상품 상세정보를 살펴보다가, 또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치아에 닿으면 치아가 시리지 않을까. 휴대하면서 그때그때 세척하는 게 가능할까. 유리 빨대는 또 잘 깨지지 않을까. 또 슬쩍 살펴보기만 하고 창을 닫기를 몇 달째 반복하다, 12월 드디어 결제 버튼을 눌렀다. <한겨레21> 신년호 ‘실천 편’ 마감의 힘을 빌려.

8㎜ 크기 빨대 세 개에, 방수 파우치, 세척솔까지 1만원(배송비 별도)도 들지 않았다. 상품평을 살펴보니 특정 문구가 반복적으로 눈에 띈다. “빨대 쓸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사길 잘했다.” “죄책감을 덜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스테인리스 빨대를 얻고 죄책감은 덜어내니 일석이조의 소비다. 이미 반은 이룬 것 같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배달음식 / 나 요리에 소질 있는 거야?

거리두기 2.5단계가 되면서 내게는 새로운 일과가 생겼다. 바로 자기 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를 왔다 갔다 하며 ‘아이쇼핑’을 하는 일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고, 외식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어떤 음식을 시켜볼까 생각하면서 잠들었고, 눈을 뜨면 음식점 오픈 시간에 맞춰 배달시키는 꽤 계획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문제는 일회용 용기였다. 매번 가게 사장님에게 ‘일회용 수저는 안 주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쓰긴 했지만, 배달 한 번에 딸려오는 이 수많은 용기를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매주 월요일, 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품을 수거해가는데 일주일 동안 쌓여가는 일회용 용기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또 최소 주문액을 맞추기 위해 굳이 안 먹어도 될 음식을 더 시킨다거나 추가 토핑을 하는 것도 불필요한 낭비.

12월 초 <한겨레21> 팀원들에게 ‘배달음식 버리기’를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 1단계, 배달앱을 지웠다. 2단계, 정말 오랜만에 밥을 지었다. 엄마가 김장해서 보내준 새로 담근 김치와 먹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 3단계, 유튜브 요리 선생님들을 따라 요리해봤다. 어? 나, 요리에 소질 있는 거야?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새해 결심 실천편] 2021년에는 버리자, 이 습관 ② 기사로 이어집니다. (12월28일)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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