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취재사진
아이를 낳고도 키우지 않은 부모에게도 권리라는 게 있을까? 사회적·도덕적으로 볼 때는 ‘부모 자격 없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순전히 법의 논리로만 본다면 현재까지는 ‘있다’.
2019년 11월 가수이자 엔터테이너인 구하라씨가 28살 나이로 세상을 등진 사건 이후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인정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세상 사람 입방아에 올랐다. 구씨가 세상을 떠난 뒤 20여 년간 연락이 닿지 않던 생모가 구씨의 재산을 상속받겠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씨의 오빠는 이를 막겠다며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받으며 일명 ‘구하라법’(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추진했다(사진). 양육 의무를 소홀히 한 부모의 상속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법안 골자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식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재산을 물려받을 권리는 친부모에게 우선 주어진다. 부와 모가 함께 있을 때는 각각 50%씩 권리를 갖는다. 부모가 가지는 자식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은 자식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범죄행위와 관련되지 않는 한 인정되는 법적 권리다.
2020년 12월21일 법원이 구하라씨의 재산 상속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생모와 생부가 그의 재산을 각각 4 대 6으로 나눠 가지라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민법상 부와 모의 권리가 같게 규정돼 있음을 고려하면 꽤 파격적인 판결이다. 약 12년 동안 친모 도움 없이 혼자 구씨를 양육한 점과, 재산 형성과 유지에 특별히 기여한 바를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판결을 받아든 친부와 오빠 쪽은 법원 판단에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아쉬운 기색도 감추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 미처 통과되지 않았던 ‘구하라법’을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되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법안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부양 의무를 현저히 해태(게을리)했을 경우에 상속권을 박탈한다’고 할 때 ‘해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자격 없는 부모’들의 권리가 어디로 향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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