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민씨가 10월23일 피부양자 등록 취소를 구두 통보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쪽 조처에 항의하자 건보공단이 같은 달 27일 보낸 공문.
공공기관에서 부부로 인정받은 동성커플의 기쁨은 얼마 가지 못했다.
<한겨레21>은 제1335호(‘건보공단, 동성커플을 부부로 인정하다?’)에서 2020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동성커플인 김용민(30)·소성욱(29)씨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을 허가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법률혼 또는 사실혼 상태인 부부의 경우,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배우자가 생계를 책임지면 다른 배우자는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소득이 없는 성욱은 직장가입자인 용민에게 생계를 의지하지만, 동성커플이기에 피부양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별도의 건강보험료를 내왔다. <한겨레21> 기사가 나간 10월23일, 시민단체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동성커플의 배우자 지위를 인정한 건보공단의 조처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날 오후, 이들 부부에 대한 기사가 인터넷에 게재되자 건보공단은 곧바로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했다. 이날 건보공단 관계자는 용민에게 두 차례 전화해 성욱의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했다고 통보했다. 성욱의 피부양자 등록은 “실무자의 단순 실수에 불과”하며 “이들이 사실혼 관계라 해도 동성혼이 법률상 인정되지 않아 동성커플의 피부양자 등록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무자의 업무 착오에서 비롯된 단순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사실혼 관계인 이성커플은 두 사람의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면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건보공단 쪽 관계자는 용민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동성커플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피부양자 신청자의) 성함을 여자분 성함으로 잘못 알았어요. (중략) 민법·가족관계등록법상 혼인관계로 인정돼야 직장가입자 배우자로 피부양자 등록 처리가 가능해요. 공공기관이 법을 위배하면서 임의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용민·성욱 부부가 이러한 구두 통보에 항의하자, 건보공단은 나흘 뒤인 27일 공문(사진)을 보냈다. ‘피부양자 인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접수된 서류를 반송한다’는 내용으로, 전화상 설명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성욱의 피부양자 등록은 아예 ‘없던 일’이 돼버렸다. 8개월간 피부양자로 등록됐던 기록조차 건보공단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직장가입자인 용민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던 성욱은 다시 지역가입자가 됐다. 성욱은 한 달 1만5천원가량의 건강보험료도 다시 내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조처는 아니지만, 우울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성욱은 말했다. “막상 취소 통보를 받으니 온몸에 기운이 빠지더라고요. 기사가 나가고 몇 시간 만에 제 권리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앗아갈 수 있다는 현실이 허무했어요.”
건보공단은 법과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종전 업무 처리 기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된다는 헌법(제36조 1항)이나 ‘동성 간 혼인신고는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법원 판례에 비춰, 건보공단의 지침은 부부관계에 있는 ‘남녀’만을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한다. 용민·성욱은 피부양자 등록을 취소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낼 예정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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