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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왜 정치인을 욕해요?

정치가 뭔가요? 대통령은 국회의원하고 뭐가 달라요?
등록 2020-05-04 23:04 수정 2020-05-07 14:33
2019년 6월24일 국회 본회의장 견학을 온 충북 청주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본회의장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어요. 한겨레 강창광 기자

2019년 6월24일 국회 본회의장 견학을 온 충북 청주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본회의장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있어요. 한겨레 강창광 기자

국회에서는 왜 서로 막말하고 몸싸움해요?

‘고운 말 하고,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어른들에게 늘 듣는 얘기죠? 그러면서 정작 국회에 들어간 어른들은 막말하고, 싸워요. 이상하게 보이죠?

국회에 들어간 어른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처음에는 다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서요. 우선 ‘우리 편, 너희 편’ ‘여당, 야당’으로 갈라지면서 ‘첫마음’을 잊어버리는 정치인이 많아서 그래요. ‘무조건 우리 편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쁜 말도 하고 몸싸움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사람들이 주목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잖아요. 그럼 ‘국민 편’을 해야 하는데… 맨날 싸우면 언제 우리 편을 들어주죠?

그럼 막말이나 몸싸움을 못하게 해야 하는데, 국회가 집이나 학교보다 못한 것 같아요. 여러분도 험한 말을 하거나 친구와 싸운 뒤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호되게 혼날 생각을 하면 움찔할 때가 있죠? 국회에는 막말·몸싸움 등에 대해 처벌하는 윤리특별위원회라는 곳이 있어요. 그런데 처벌을 결정하는 위원들이 국회의원 자신이에요. 여러분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잘못에 대해 처벌한다고 생각해봐요. 처벌하지 않거나 가벼운 징벌로 봐주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겠죠?

그래서 4년마다 선거를 하는 거예요. 국민 편에 서지 않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레드카드’(투표)를 꺼내는 거죠. 여러분도 18살이 되면 레드카드를 들 수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요~.

야당은 왜 대통령 탓만 하죠?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고 동시에 ‘집권하는 당’(여당)의 최고 지도자이기에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에요. 나라의 모든 일을 책임져요. 그런데 대통령도 누군가는 감시해야 해요. 가끔은 국민의 뜻과 다른 결정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조선시대에도 왕의 잘못을 감시하고 쓴소리를 하는 ‘사간원’ 같은 기구가 있었대요. 민주주의 사회에선 야당이 그 역할을 하는 거죠. 지금 여당도 야당 시절에 그랬어요.

그런데 야당이 필요 이상으로 대통령을 공격할 때가 많아요. 왜 그럴까요? 정당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정권 획득’이기 때문이에요.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해 국민을 자기편으로 만들면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죠. 특히 대통령을 집중 공격하는 이유는 파랑팀(초나라)과 빨강팀(한나라)이 겨루는 장기판을 떠올리면 이해될 거예요. 대통령은 장기판의 왕과 비슷한 사람이에요. 장기판에서 파랑팀이든 빨강팀이든 주요 병사가 아무리 많이 살아 있어도 왕이 잡히면 게임이 끝나잖아요. 왕이 ‘핵인싸’인 셈이죠. 야당은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대통령을 계속 공격해요. 이 과정이 ‘나’ 개인이나 ‘우리 정당’만을 위한 ‘사적 이익’(사익)이 아닌, 정권 획득으로 국민을 풍요롭고 안전하게 만들어줄 ‘공적 이익’(공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죠. 친구들과 싸울 때도 서로 잘잘못만 탓하면 끝이 안 나잖아요? 야당은 비판하더라도 코로나19 같은 중요한 문제에는 여당에 협조해야 하고, 또 여당은 야당의 의견을 평소에도 듣는 ‘귀’가 필요해요. 어느 정당이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움직이는지 구분할 수 있는 눈을 함께 길러가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4월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하고 있어요.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4월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하고 있어요.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사람들은 왜 정치인을 욕해요? 

국회, 대통령, 행정부, 사법부 등 중요한 국가기관 중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꼴찌 수준이에요. 국민은 왜 국회를 믿지 못하게 됐을까요? 국회가 제구실을 못했기 때문이에요.

국회의 본래 역할은 무엇일까요? 국회는 국회의원 300명이 국민의 뜻을 대신해서 나라의 중요한 일을 하는 ‘대의민주주의’ 기관이에요. 국회는 당연히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해서 일해야 하죠. 그런데도 국회는 국민의 뜻과 상관없이 국회의원 뜻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국회의원들은 서로 싸우기만 하고 타협이나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가 있어요. 국민의 삶에 중요한 법을 처리하는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말이죠. 또 국민을 위해서 일하라(공익)고 뽑아줬더니 자기들 이익(사익)만 챙길 때도 있어요. 더구나 정치인은 다툼이 있는 이들을 화해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치인 스스로 싸움을 부추기는 ‘갈등유발자’가 되기도 해요. 심지어 국회는 법을 만드는 기관인데도 스스로 법을 안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이런 데서 ‘빡친’ 사람들이 정치인을 욕하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싸우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합니다. 싸우면 처벌하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국회 본회의를 학교 시간표처럼 규칙적으로 정해 개최할 필요가 있어요. 5월30일부터 새로운 제21대 국회가 열리는데, 이제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도록 해요.

왜 많은 사람이 국회의원 되려고 해요?

이번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모두 1430명의 후보가 출마했어요. 이 중 300명이 선출됐으니 경쟁률이 약 5 대 1이에요.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할까요?

저도 궁금해요. 이번 총선에 후보들이 나온 이유를 함께 들어볼까요. 후보들은 “검찰개혁을 하겠다” “법원개혁을 하겠다” “청년,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겠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저마다 한 표를 호소했어요.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에요. 국회는 우리 삶의 바탕이 되는 법을 만드는 일을 할 뿐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뜻을 모으고 조정하면서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국가기관이에요. 그래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이고 사명감을 갖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국회의원을 잘 감시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 거예요. 그래야 국회의원이 4년 임기 내내 공익의 끈을 놓지 않고 긴장하며 일할 테니까요.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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