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이 배달료 체계를 일방적으로 바꾸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든 자영업자들이 뿔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를 비판하면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이왕 배달산업 문제가 불거졌으니 호랑이 등에 올라타 라이더유니온도 라이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재명 도지사에게 배민뿐만 아니라 배달산업 전체를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배민은 배달하는 회사가 아니며 자영업자가 내야 할 돈은 5.8%만이 아니다.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간 배달 전단
배민을 간단히 정의하면 냉장고에 붙였던 배달 책자를 휴대전화 속에 넣은 회사다. 배민 덕분에 이불 속에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휴대전화로 주문할 수 있다. 자영업자 처지에서도 광고효과를 알 수 없는 전단을 뿌리기보다 분명한 대상이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는 게 낫다. 요즘 고기를 안 먹는 나에게 족발집이나 치킨집 전단을 주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은 없다.
손님이 배민으로 음식을 시키면 음식점에는 ‘배달의민족~ 주문!’이 울린다. 음식점 사장님은 주문 확인 뒤 배달을 처리해야 한다. 오토바이가 있고 가게를 볼 사람이 있다면 사장님이 배달하면 된다. 배달원을 고용해서 배송을 시킬 수도 있다. 오토바이도 사고 싶지 않고 인건비도 치르고 싶지 않으면, 필요할 때마다 배달대행사에 배달을 부탁한다. 동네 배달대행사는 라이더들과 위탁계약을 하고 오토바이를 유료로 빌려줘서 배달하게 한다. 동네에 오토바이가 많이 세워진 조그마한 사무실이 있다면 바로 거기다.
배달대행 시초는 여러 설이 있는데 심부름업체라는 게 정설이다. 라이더들이랑 만나서 얘기하면 바퀴벌레 한 마리 잡아주고 1만원 받았던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걸 전화나 무전으로 부탁했다. “치킨 나왔으니, 가져가.” 그런데 배민이 성장하고 배달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화나 무전기로는 답이 안 나왔다. 그래서 음식가게가 편리하게 배달대행업체와 라이더에게 배달을 부탁할 수 있게 앱을 만들었다. 이게 솔루션 업체라고도 부르는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공유다’ 등 셀 수 없이 많은 배달대행 프로그램사다.
배달대행앱은 동네 배달대행사와 위탁계약을 함으로써 라이더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동네 배달대행 업체도 라이더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을 하니 사람 하나 죽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좋은 목에 비싼 임대료와 권리금을 내고 입점해야 장사가 잘됐는데, 오늘날에는 디지털 세계에서 노출되는 게 중요하다. 배민의 이윤은 디지털 임대업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합병으로 99%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면 디지털 세계의 모든 건물을 소유한 ‘갓물주’가 탄생한다. 프랜차이즈 갑질과 건물주의 갑질. 라이더들과 자영업자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났던 두 존재를 디지털 세계에서도 만나야 한다.
배달은 공짜가 아니다
배민이 주문과 배달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게 배민라이더스인데, 이 수수료는 16.5%다. 이것만 내면 손님이 2900원을 부담해야 하므로, 배달료 0원을 만들어 앱 상단에 노출시키려면 29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배민라이더스를 쓰지 않고 배달대행사를 쓰면 보통 3500~4천원 정도를 낸다. 배달대행 프로그램사와 동네 배달업체가 떼고 라이더에겐 3천원 정도가 떨어진다. 손님이 내는 배달료 2천원은 아주 싼 것이다. 음식점 사장님은 두 개의 플랫폼에 돈을 내고, 라이더는 여기저기서 돈을 떼이고 미친 듯이 달린다.
소비자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자영업자 노동과 배달노동자의 노동이 저평가받기 때문이다.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20년 전 삼촌 심부름을 하고 받은 용돈이 5천원이었다.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 기억해야 할 게 있다면 두 가지일 듯하다. 배달은 공짜가 아니며, 플랫폼은 착한 기업이 아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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