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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법카 유용·채용 비리… 축구협회 ‘페어플레이’는 없었다

꼬리에 꼬리 무는 ‘축협’ 의혹… 부적절한 조직 행위에 ‘셀프 면죄부’ 정황까지
등록 2026-08-15 05:56 수정 2026-08-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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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6일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대한축구협회 사무실 밖으로 축구 국가대표팀 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2026년 8월6일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대한축구협회 사무실 밖으로 축구 국가대표팀 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2012년 2월29일 0시16분. 20시간 남짓 뒤인 이날 밤 9시에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쿠웨이트 남자축구 대표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이 예정돼 있었다. 한국 대표팀이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그 시각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안마시술소에서는 대한축구협회 법인카드 50만원이 결제되고 있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년 보고서 ‘대한축구협회 임직원 등 비리 조사 결과’를 보면, 이 돈은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심판 2명에 대한 “부적절한 (성)접대” 비용이라고 적혀 있다. 담당 직원은 정산 과정에서 실제 사용액 50만원을 32만원으로 줄여 ‘심판 마사지’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문체부 조사에서 당시 심판국 직원들은 안마시술소에서 쓴 돈에 대해 “성매매 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라고 진술했다. 외국인 심판들이 공항이나 숙소에서 먼저 요구해 성접대를 했다는 것이었다. 이 접대는 일선 직원 개인의 일탈이 아니었다. 심판국 직원이 기안을 올리고 대리, 과장, 국장을 거쳐 당시 부회장까지 결재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체부는 “협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심판들을 접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5년 동안 묻혔다

 

15년 가까이 묻혀 있던 이 사건은 2026년 여름에야 세상 밖으로 나왔다. 보도가 나오자 축구협회는 “십수 년 전 일이라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현재는 법인카드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해 이런 부적절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옛날 축구협회는 그랬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이 사건은 이미 2016년 국가기관의 조사를 거쳐 수사 의뢰됐다. 중징계 요구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과정 전체가 사실상 묻혀 있었다.

2016년 보고서를 더 상세히 살펴보면, 당시 문체부의 상황 판단과 인식은 명확했다. 축구협회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가대표와 올림픽대표 경기 등에 참가한 외국인 심판과 중국축구협회 관계자 등을 상대로 모두 8차례 “부적절한 (성)접대”를 했다. 2011년 3월 온두라스와의 국가대표 친선전이 시작이었다. 심판 3명이 역삼동 안마시술소에서 접대를 받았고 75만원이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이때 담당 직원은 ‘식사 접대’를 한 것처럼 정산했다. 이틀 뒤 울산에서 열린 올림픽대표팀 중국전에서도 심판 3명에게 51만원을 썼다. 이때는 ‘경기 후 음주’로 결재를 받았다. 같은 해 6월 세르비아 평가전 심판 4명(90만원), 9월 런던올림픽 아시아예선 오만전 심판 4명(76만원), 10월 폴란드 평가전 심판 3명(108만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접대는 이후에도 계속됐고 대상도 넓어졌다. 2012년 1월에는 심판 교류를 위해 방한한 중국축구협회 관계자 3명이 대상이었고, 이어 월드컵 예선 쿠웨이트전, 런던올림픽 예선 카타르전까지 계속 접대가 이뤄졌다. 심지어 접대 대상에는 심판을 평가·관리하는 감독관까지 포함됐다.

물론 현재까지 공개된 보고서만으로 이런 접대가 실제 심판 판정이나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 결과가 아니라, 경기의 공정성을 지켜야 할 축구협회가 그런 의심을 불러올 수 있는 행위를 조직적으로 했다는 사실에 있다.

 

조중연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조중연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끝없는 비리, 축협의 ‘아전인수’

 

성접대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축구협회 직원들의 행태를 보면, 축구협회 법인카드는 사실상 ‘공금 유용 유흥카드’였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축구협회 전현직 임직원 18명이 협회 법인카드로 골프장과 유흥단란주점, 안마시술소, 피부미용실, 노래방, 주유소 등에서 모두 1501차례, 2억1600여만원을 결제했다. 문체부는 이 금액이 증빙이 없거나 이용자들이 사용 목적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사적 사용으로 판단했다.

당시 축구협회 회장이던 조중연은 세 차례 국외출장에 아내를 동반하며, 아내의 항공료와 숙식비 3012만원을 협회 공금으로 처리했다. 콜롬비아에 출장 가서는 일정 중 나흘 동안 아내와 페루 관광을 즐겼다. 회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지원은 계속됐다. 비상근 자문역으로 있으면서 17개월 동안 매달 500만원의 보수를 받고, 차량과 전담기사 비용 그리고 별도 법인카드 이용금액을 협회가 지급했다.

채용 비리 문제도 있었다. 축구협회는 공개경쟁 채용이 원칙인데도 6명이 비공개 특별채용됐고, 한 명은 애초 대상 직급보다 높은 직급으로 임의 채용됐다. 채용의 정당성을 입증할 어떤 근거나 증빙도 남아 있지 않다고 문체부는 판단했다. 당시 문체부는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 회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수사 의뢰하고 중징계를 요구했다. 조 전 회장의 가족 국외출장 비용과 법인카드 사용액에 대해서는 환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일부 내용은 그냥 묻히고 말았다. 문체부는 2016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축구협회의 부적절한 예산 집행과 법인카드 사용, 전 회장의 가족 동반 국외출장 등은 공개했지만, 보고서에 담긴 외국인 심판 성접대의 구체적인 내용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국가기관이 ‘협회 차원의 조직적 접대’라고까지 판단한 사안이었지만 그 심각성에 걸맞은 사회적 검증과 책임 추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문체부는 당시 안마업소 비용을 결제한 심판국 직원 2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며 축구협회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최종적으로 징계받지 않았다. 문체부의 징계 요구에 축구협회는 2019년 자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없음’을 결정했고, 관련 직원은 모두 업무에 복귀했다. 검찰이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처벌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지, 문체부가 확인한 성접대와 허위정산, 조직적 결재의 사실관계까지 없었다는 판단은 아니었다.

국제 문제로 비화… 일본도 ‘들썩’

 

축구협회는 성접대 파장이 커지자 2026년 8월8일 공식 사과문을 냈다. “협회를 둘러싼 각종 잡음에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성접대 파문에 대해서는 “다수의 구성원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에 대한 보도”로 “현재는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나 카드 사용은 절대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협회 차원의 조직적 접대’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결재 책임자들에게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를 왜 이행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사건은 국제적 스캔들이 되고 있다. 일본축구협회는 성접대 대상으로 거론된 일본인 심판들에 대한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한국 경찰도 8월10일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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