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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갑질 장군, 침 뱉기 멍군

한 수씩 주고받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록 2018-12-29 13:10 수정 2020-05-03 04:29
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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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실수를 주고받았던 한 주였다.

먼저 헛발질 한 쪽은 민주당.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호 의원(왼쪽 사진)이 서울 김포공항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달라는 보안요원의 요청에 거칠게 항의하며 실랑이를 벌인 내용이 2018년 12월22일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12월20일 밤 9시께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탑승권과 신분증을 보여줄 것을 요청받았다. 김 의원이 스마트폰 케이스 투명창에 들어 있는 신분증을 제시하자 해당 직원은 ‘꺼내서 보여달라’고 했고, 김 의원은 “항상 (케이스에서 꺼내지 않고) 이 상태로 확인을 받았다”며 거부했다. 직원이 재차 꺼내서 보여줄 것을 요청하자 김 의원은 “근거 규정이 있느냐, 규정을 제시하라, 책임자를 불러달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현직 의원의 ‘공항 갑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시민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원칙적인 항의를 한 것”이라면서도 “제 항의가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거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제 마음공부가 부족한 탓임을 반성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너무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한국공항공사의 ‘항공기 표준 운영 절차’ 매뉴얼에 따르면 신분증 위·변조 등의 문제로 인해 직원이 직접 신분증을 두 손으로 받아 확인하게 돼 있다고 한다. 국민과 항공사 직원에게 무지한 갑질을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특권이 결코 아니다.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공항 갑질, 장군! 비판 여론이 뜨겁자 민주당은 김 의원을 국토위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논란이 일었던 김포공항이 국토위 산하기관임을 고려해 강경한 조처를 한 것이다.

한국당도 곧 큰 실책을 저질렀다. 인천 연수구가 지역구인 민경욱 의원(오른쪽 사진)이 지역주민이 인사를 받지 않고 돌아서자 바닥에 침을 뱉어 모욕했다는 보도가 12월23일부터 인터넷에 쏟아졌다.

시발점은 한 포털 사이트 주부들의 커뮤니티 ‘송도국제도시맘 카페’ 게시글. 12월19일 정오께 송도 지역 한 버스정류장에서 민 의원이 “잘 지내시죠”라고 인사를 건넸지만 주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재차 민 의원이 묻자 주민은 “이번 정부에서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했고, 민 의원은 고개를 돌려 침을 뱉었다. 모욕감을 느낀 주민이 “지금 침 뱉으셨냐”고 했고, 민 의원이 “네, 뱉었습니다. 왜 삐딱하게 나오시냐”며 노려봤다는 것이 게시글 작성자의 설명이다.

논란이 커지자 민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쌀쌀한 날씨에 비염이 도져 코가 나오길래 돌아서서 침을 뱉은 건 맞지만 모욕한 것은 아니었다. 모욕을 할 거면 침을 뱉어도 앞에서 뱉었을 것”이라며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겠으나 제 부덕의 소치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침 뱉기, 멍군!

정의당은 양당 의원의 국민 기만 행위가 닮은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26일 서면브리핑에서 “더불어갑질당, 자유갑질당이란 국민들의 조롱 섞인 비판을 듣고 싶지 않다면 해당 의원에 대한 합당한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포함해 서둘러 반성문을 제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도긴개긴.

이재호 기자 ph@hani.co.kr


블라블라/ 셜록과 타미플루


노란색 연구


한겨레 김명진 기자

한겨레 김명진 기자

영국 드라마 의 시즌1 1화 ‘분홍색 연구’는 ‘연쇄자살사건’ 이야기다. ‘연쇄살인사건’이 아니라 ‘연쇄자살사건’이라니. 자살을 어떻게 유도한단 말인가. 자살자 옆에선 똑같은 독약이 발견되지만 자살자들 사이에서는 연관 관계를 찾을 수 없다. 자살할 사람으로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든 단서가 명백해 보이는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수수께끼다.
여중생 딸은 화단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12층 아파트 자신의 방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추정했다. 스스로 몸을 던졌다는 말이다. 딸의 자살에 대한 단서는 전날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복용했다는 사실뿐이다. 전날 타미플루를 먹은 딸은 어머니에게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며 환각 증세를 호소했고, 물을 마신다며 주방이 아닌 거실로 가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숨진 중학생의 고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타미플루, 의사가 처방시 꼭 약 부작용 고지하게 해주세요’ 글을 올렸다.
‘타미플루 포비아’가 퍼진 가운데, 12월26일 보건 당국은 부작용을 고지하지 않은 약국에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약사법 제24조에 근거해서다. 의사들은 타미플루와 환각 증세 사이에 연관성이 밝혀진 바 없다고 강조한다. 독감 자체가 이상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독감 환자에게 창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부작용을 명시해 구체적으로 “현관과 창문을 잠그고 1층에 머물게 하라”고 경고한다고 알려졌다.
약이 독약으로 밝혀진 사례는 의외로 많다. 다이어트제 아콤폴리아는 자살 충동을 일으켰고, 콘트라브는 심장질환 위험을 높였다. 항우울제 팍실은 자살 가능성을 높였다. 은 현실을 조금 비튼 것뿐일지도 모른다. 에서 죽은 이가 남긴 다잉 메시지는 ‘RACHE’였다. 독일어로 ‘복수’를 뜻한다 등의 해석이 등장하는데, 단순하게 ‘레이첼’(Rachelle)을 쓰다 만 것이라고 밝혀진다. 타미플루의 제조사는 로슈(Roche)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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