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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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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에 매출? 찌질한 ‘알바 갑질’

채용공고 갈무리하고, 괴롭히면 녹음하기…

슬기로운 알바 생활 ‘꿀팁’이 나오는 이유
등록 2018-12-15 13:10 수정 2020-05-03 04:29
2017년 6월 한 아르바이트 중개 업체의 캠페인 모습.  한겨레 김성광 기자

2017년 6월 한 아르바이트 중개 업체의 캠페인 모습. 한겨레 김성광 기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미영(가명·이하 이름 모두 가명)씨는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일한다. 본사 직영 매장으로 매니저(점장)와 리더(본사 정규직)는 경영과 원재료 준비를,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샌드위치 만들기, 손님 응대, 매장 청소를 담당한다. 그는 식당, 편의점, 커피숍 등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유명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도 잘 지키고, 적어도 월급을 떼이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조기 퇴근, 호출형 알바… 노동시간 제멋대로

끼니때는 손님이 많았지만 매출이 들쑥날쑥했다. 손님이 적은 어느 날이었다. 리더는 자진해서 조기 퇴근할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있는지 물었다. ‘근무시간 꺾기’라고 하는 근무시간 단축이었다. 일하지 않은 시간은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주휴수당도 받지 못한다. 조기 퇴근 요구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더니 리더가 한 명을 지목했다. 그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근무복을 벗고 퇴근했다. 리더는 자원하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물었다. 매출이 적으면 누군가 한 명은 ‘자진’해서 조기 퇴근을 해야 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근무표는 매니저 마음대로였다. 혜진씨는 수요일 저녁 6시30분부터 밤 10시, 토·일요일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 조건으로 근로계약서를 쓰고 두 달 동안 일했다. 6월 새 리더가 오자 일손이 넉넉해졌다며 수요일 근무를 월, 수, 금 중 하루 근무로 바꿨다.

혜진씨는 손님이 많아 일손이 부족한 날을 ‘땜빵’하는 ‘호출형 알바’로 일해야 했다. 그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무 여건 및 경영 환경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을’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근로시간 조정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며 이에 동의한다”고 돼 있었다.

밤 10시, 아르바이트 세 명이 일하고 있었다. 수혁씨는 오후 5시에서 밤 11시 근무로 근로계약서를 썼다. 밤 10시부터 1시간은 야간수당이 생겨 시급의 1.5배를 받았다. 점장은 밤 10시 이후 손님이 별로 없고, 수혁씨가 업무 능력이 떨어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근로계약서를 밤 10시까지로 다시 쓰라고 했다. 수혁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새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

주말 아르바이트 성완씨는 토·일요일 저녁 5시부터 밤 11시 근무로 근로계약서를 썼다. 그런데 성완씨가 일을 잘 못하자 매니저는 그에게 평일에 나와 일을 배우라고 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성완씨는 할 수 없이 평일에 나와 일했다. 평일에 일한 대가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난봄이었다. 매니저가 새로 만든 매뉴얼을 가져왔다. “빵을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주문 실수로 잘못된 제품을 만든 경우, 실수한 아르바이트생이 식사 시간 이전일 시 식사로 처리하고, 식사 시간 이후일 시 직접 결제하여 사가야 한다”는 새 규칙이 들어갔다. 쿠키진열함에서 파손된 쿠키를 발견할 시에는 발견한 파트타임 근무자, 쿠키진열함에 쿠키를 정리하다 파손하면 파손한 근무자가 그 쿠키를 사가야 했다. 샐러드 포장 용기를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못 쓰게 한 경우 파손된 포장 용기에 샐러드를 만들어 담아서 사가게 했다. 매니저는 “파손 상품들을 결제할 때 직원 할인 20%를 받아 저렴하게 구매하라”고 했다.

지난여름 미영씨는 샌드위치용 빵 반쪽을 매장 바닥에 떨어뜨렸다. 책임자로 근무하던 리더는 “폐기 처리하지 말고 떨어진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사가서 손해를 메꾸라”고 했다. 미영씨는 떨어진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정상 판매가 7100원을 20% 할인받아 5680원에 사서 먹었다.

떨어뜨린 빵 강매하는 사장들

미영씨만 당한 일이 아니었다. 한 동료는 샐러드 포장 용기 2개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는 최저 가격인 5900원짜리 샐러드 두 개를 만들어 샀다. 또 다른 동료는 계산대 옆 진열대에서 쿠키를 꺼내다 하나가 부서져 1천원을 주고 결제했다. 5월부터 근무를 시작한 한 교육생은 40일 동안 폐기 샌드위치를 4번 샀다고 했다. 주문한 제품을 잘못 만든 샌드위치도, 소스를 잘못 넣어 만든 빵도 모두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카드로 결제해야 했다. 15명이 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모두가 강매를 당했다고 한다.

미영씨는 본사에 확인했다. 본사는 “떨어진 빵, 파손된 쿠키, 아르바이트생의 과실로 인하여 잘못 만들어진 샌드위치는 폐기 처리 후 폐기 명단에 적어야 한다. 외부로의 반출은 금한다”라는 지침을 모든 직영점에 붙여놓아야 한다고 했다. 미영씨는 “임의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피고용자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아닌 즉결배상을 요구하는 행위는 노동법 위반으로 알고 있다”며 직장갑질119에 상담 편지를 보냈다. 일방적인 노동시간과 소정근로일(약속한 근로일) 변경은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 교육을 목적으로 연장근무 수당 미지급, 물품 구입 강요 모두 근로기준법과 민법 위반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제보는 눈물겹고 서럽다. 한 노동자가 편의점 점주에게 주휴수당을 요구했다. “요즘 장사 어려운 거 알지 않냐? 편의점 중에서 주휴수당 챙겨주는 곳 없으니 안 받으면 안 되겠니?” 성실히 근무했고, 근로기준법 제55조가 보장하는 권리라고 하자 점주는 “너한테 실망이 크다. 주휴수당 몇 푼 안 되는 거 받고, 앞으로 근처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할 생각 하지 마라”고 위협했다. “그동안 CCTV(폐회로텔레비전) 내용 다 확인할 테니깐 부르면 곧장 매장으로 와라. CCTV 확인 끝나고 아무런 이상 없으면 그때 주휴수당 주겠다”고 또 협박했다.

대학가의 한 점장은 월급을 떼먹고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휴대전화를 차단했다.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내자 전화를 걸어 소리쳤다. “오히려 손해를 끼쳤으니 피해보상으로 신고한다고, 무조건 학교 찾아가서 학과장이랑 지도교수 앞에서 돈을 준다고 미친 사람처럼 저한테 막 퍼부으시는 거예요.”

‘알바생’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고, 1년 미만 계약직이나 청소, 판매, 서비스 등 단순노무직일 경우 수습 기간에 90%가 아닌 100%를 지급해야 한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도 받아야 한다. 모르면 떼인다.

①채용공고 캡처하기 ②근로계약서 쓰고 받기 ③최저시급 확인하기 ④4대 보험 가입하기 ⑤일한 시간 체크하기 ⑥괴롭히면 녹음하기 ⑦주휴수당 챙기기 ⑧유급휴가 챙기기 ⑨사직서는 신중하게 ⑩강제노동은 불법. 직장갑질119가 선정한 ‘슬기로운 직장생활-알바 편’ 꿀팁 10계명이다.

사장님, 마음고생 좀 하세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낭랑 18세, 열여덟 청춘의 첫 사회생활. 대학등록금, 용돈, 여행 경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찾는다. 나쁜 점장님들의 ‘알바 갑질’이 기다리고 있다. 하인 취급하며 막 대하는 사장에게 큰 상처를 받는다.

중식 레스토랑에서 일한 지현씨는 사장이 “20대한테 평생 남의 집 식당살이나 할 것처럼 무시해서 서글펐다”며 “본인 일대기나 대인 관계 자랑하고 막연하게 왕따를 당할 거라느니 함부로 악담하며, 일은 안 가르치고 인생을 가르치려 해서 한자리에 있는 게 가시방석이었다”고 했다.

지현씨는 체불임금으로 노동청에 진정했더니 선심 쓰듯 돈만 주면 그만이라는 사장의 태도와 사장을 걱정하며 적당히 합의하라는 근로감독관 때문에 분통이 터졌다. 합의를 거부하고 사장을 노동청에 불러낸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말이다. “자잘하게 푼돈에 연연하는 존재로 취급당하는 기분이라 넙죽 못 받겠고, 사장님이 번거로이 마음고생하길 바라고 신고한 거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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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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