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1호 표지 ‘#미투 그후’에 대한 취재 후기는 고해성사로 시작하려 한다. 바로 #미투 이전 나에 대한 이야기다.
2016년 5월17일 강남역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여성혐오’가 화두로 등장한 그 역사적 사건을 나는 여성혐오가 아니라고 고집부렸다. 나는 집요하게 피해자의 ‘행실’을 따졌고 가해자의 정신병력을 물고 늘어졌다. 아마도 나는 ‘그런 일을 당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술을 즐기지 않고, ‘집순이’고, 튀지 않는 무채색 옷을 주로 입으며, 화석처럼 살았으니까. ‘피해자와 나는 다르다’는 생각, 그게 바로 평소 내 행실을 검열하는 기준임을 몰랐다. ‘무지했다.’ 제1241호 표지이야기 청주대 연극학과 #미투의 주인공들이 #미투 이전의 자신들을 두고 “무지했다”고 강조하는 이유를 나는 안다.
2016년 5월17일 이후 강남역에 쏟아져나온 여성들은 진짜 나랑 달랐다. 그들은 ‘나는 다르다’고 하지 않았고 ‘나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해 가을 트위터에서 #문단_내_성폭력을 고발하는 피해자들의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분노하는 촛불집회가 불붙던 시기라 주목받지 못했지만, 한국형 #미투의 전조였다. 2017년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대통령이 선출됐고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가 나왔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수행비서의 #미투가 한 달 뒤 있었다. 3월 초엔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던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미투도 나왔다. 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진짜 #미투와 가짜 #미투를 구분할 수 있을까.
‘성폭력은 피해자 탓이 아니라 가해자 탓’이라는 당연한 진실을 상식으로 만든 게 #미투라고 생각한다. 지난 3월 24주년 독자 행사에 찾아온 한 여성 독자는 안 전 지사의 피해자에 대해 “자존감이 없다”고 했다. 자기라면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자기 딸이라고 해도 그렇게 두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는 그분을 보며 내가 떠올랐다. 피해자와 자기를 동일시하지 않는 여성일수록 피해자를 더 많이 비난하고, 의심한다. ‘나도 여자지만 이건 가짜 #미투’라는 댓글이 많은 이유는 본인 스스로 남성 중심 사회에서 많이 검열하고, 포기하고, 억압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진짜 #미투와 가짜 #미투를 구분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다른 것 말고 같은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같이 기사를 쓴 장수경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만난 ㅇ의료원과 ㄱ고의 피해자가 걱정된다고 했다. 확인차 회사에 전화했더니 “왜 또 언론에서 연락하느냐, 걔가 또 들쑤셨냐”고 반응했다는 것이다. 장 기자는 “조직 망신은 가해자가 시킨 건데, 그걸 알린 피해자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는 느낌이다. 피해자는 회사에 돌아갈 생각만 해도 숨이 가쁘다고 했는데 걱정이 된다”고 했다. 사태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서 찾는 회사의 시선과 진짜 #미투와 가짜 #미투를 구분하는 시선은 얼마나 다를까.
한겨레
에 이런 우스개가 있습니다. 변지민 기자는 기사 쓰는 시간 반, 상신하는 데 쓰는 시간 반. 상신은 포상을 신청하는 것을 말합니다. 변지민 기자가 또 상을 받았습니다. ‘천안함 살아남은 자의 고통’ 보도로 관훈언론상을, ‘가짜뉴스 뿌리를 찾아서’ 보도로 무지개인권상을 받았습니다. 무지개인권상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성소수자 인권 향상에 기여한 보도와 단체에 주는 상입니다. 두 보도는 모두 신문 와 협업한 것인데요,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천안함의 정환봉, 가짜뉴스의 김완 두 기자 모두 출신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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