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국군이었거나, 국군이거나, 국군의 가족입니다 70돌을 맞은 국군의 날 행사가 달라졌다.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반영해 의례적으로 열렸던 대규모 군사 시가행진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10월1일 저녁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기념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를 이야기할 수 있어 아주 가슴이 벅차다. 이제 우리 군이 한반도 평화의 맨 앞자리에서 서야 할 때다. 힘을 통한 평화는 군의 사명이며 평화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은 강한 군대다”라며 평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한국전쟁 국군 전사자 64위 유해 봉환식에 참석했다. 이번에 봉환한 국군 전사자 유해는 북한과 미국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북한 함경남도 장진, 평안남도 개천 등에서 발굴한 유해 가운데 국군 전사자로 판명된 것이다. 68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문 대통령은 태극기에 싸인 전사자 유해함을 모두 돌며 참전기장을 올리고 묵념했다.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는 국방 엔터테인먼트의 연예인이 총출동해 주목받았다. 국군의 미래 전투 체계 시연에 나선 2PM의 옥택연 상병은 과거 미국 영주권자로 신체검사에서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지만 수술과 재활을 거쳐 육군으로 입대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까방권’(까임 방지권)을 획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실 복무 논란으로 재입대해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싸이는 무대에 올라 히트곡을 열창했다. 이날 공연 출연료는 받지 않았다고.
자칭 안보정당인 자유한국당이 국군의 날 행사 간소화를 간과할 리 없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문 정부의 안일한 안보의식으로 대한민국의 안보가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이번 70주년 행사도 통상 5주년 단위로 열었던 시가행진을 생략한 채 실내와 야간 행사로 대체해 진행한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이 국군의 날 행사를 자국만의 의미를 담아 범국가적 행사로 치르는 것과는 너무나 대비된다”고 논평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 논평은 한발 더 나아갔다. “축소되고 약식으로 치러진 실내 국군의 날 기념식이 우리 군의 사기를 떨어뜨려 약한 군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지적은 타당했다. 군은 사기가 꺾이면, 군기도 빠지게 마련이다. 군기가 흐트러지고 있다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국군의 날인 지난 1일 한 육군 장성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했다고 한다. 육군 장성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사건은 올해 들어만 세 번째로 그칠 기미가 없다.” 논평의 타당성은 둘째 치고, 이게 글이 맞는지?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국군의 날 행사가 바뀐 것은 평화 기조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장병들의 관점에서도 해석되어야 한다. 국군의 날은 장병이 주인이 되는 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군의 날 행사를 하자면 장병들은 4월 봄부터 준비해야 하고, 특히 여름철이면 더 힘이 든다. 기수단과 병사들이 발을 맞춰 열병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 고충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고.
이재호 기자 ph@hani.co.kr블라블라/ 관함식 욱일기 게양 논란
살육의 깃발
10월10일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내걸겠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군함의 참가를 불허할 것을 요구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에서 욱일기 등 일본 군국주의 상징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욱일기 논란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스포츠 현장에서 가끔 쓰여 스포츠를 민족주의(내셔널리즘)로 오염시키기도 합니다. 국제대회에 참가한 선수의 유니폼에 욱일기 문양을 그려넣는가 하면, 축구 한일전이 열릴 때면 응원석에서 어김없이 대형 욱일기가 펄럭입니다. 우리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일본은 과거 관함식 때도 욱일기를 달고 참석한 전례를 들며 게양을 강행하겠다는 태세입니다. 깃발은 군대의 정신과도 같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해 관함식에 참가한다는 일본의 군대가 과거 인류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황군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욱일기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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