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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15 13:17 수정 2020-05-03 04:29
SBS ‘비디오머그’ 갈무리

SBS ‘비디오머그’ 갈무리

“이런…, 당신이? 뭐하는 거야, 지금! 당신이라니!”(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

“당신이지, 그럼 우리 형님이냐!”(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9월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뜬금없는 ‘형님 논쟁’이 벌어졌다. 발단은 청문회에서 ‘양승태 사법 농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회의를 진행하던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법원 재판의 옳고 그름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질문을 막았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 3선 의원인 그가 청문회장을 순간 재판정으로 착각한 것일까. 이에 박지원 의원이 “아무리 사법부라고 해도 잘못한 걸 지적하는 게 국회다. 당신이 판사냐!”고 쏘아붙였다. 여기서 팩트체크! 박 의원은 1942년생, 여 위원장은 1948년생. 박 의원 말이 맞았다.

정부가 9월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주택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과표구간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하고, 조정지역에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보유세를 최고 3.2%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뼈대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 임대사업자 대출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를 적용하는 등 대출 규제도 고삐를 죈다. 고강도 정책이라는 반응과 ‘핀셋 처방’을 반복하는 것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김 부총리는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와 집값은 반드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숙한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정부의 발표를 믿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국민의 마음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돼지는 누구를 향해 웃을까. 배현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의 논평에 국회에서 때아닌 ‘돼지 논쟁’이 벌어졌다. 돼지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기름으로 만드는 ‘바이오중유’를 발전소 연료로 쓰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발표에, 배 대변인은 9월10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연결하며 “지나가던 돼지도 웃겠다”고 했다. 바로 바이오중유 발전 사업은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며, 오히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여당 시절 추진했던 사업이었다는 반론이 나왔다. “돼지는 한국당을 보고 웃는다”는 비아냥(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이 나왔다. 정치권에선 “소가 웃을 일”이라는 말을 비유로 자주 쓰는데 이제 돼지가 새로 추가됐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블라블라_잊을 만하면 터지는 병역 비리


‘실’성한 국방의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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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신장 질환을 위장한 병역 비리 사건으로 프로야구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습니다. 당시 8개 구단 소속 50여 명의 선수가 연루되면서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갈 뻔했습니다. 비리 선수들 가운데 일부는 형사처벌을 받고 군 복무까지 마친 뒤 그라운드로 복귀했죠. 하지만 병역 비리 꼬리표는 은퇴하는 날까지 따라다녔습니다. 잘하면 “군대 다녀와서 정신 차렸다”고 하고, 못하면 “군대에서 밥만 축냈냐”는 비아냥이 되돌아왔습니다. 2010년에는 유명 비보이 그룹 멤버들이 미친 사람 행세를 해 병역을 면제받았다가 들통나기도 했습니다. “헛것이 보이고 환청이 들린다”며 미친 척해 의사를 속였다고 합니다. 신종 병역기피 수법이었던 셈입니다.
이번엔 일부러 몸무게를 늘려 병역을 회피하려 한 성악 전공자들이 대거 적발됐다는군요. 9월11일 병무청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병역면제 수법을 공유하고, 일부러 몸무게를 늘려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처분을 받은 성악 전공 대학생 12명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병무청 신체검사 당일 알로에 음료를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마시거나 단백질 보충제를 과다 복용하는 방법으로 살을 불렸다고 합니다.
고의로 병역을 회피한 사실이 드러나면 사법 처리를 감수해야 합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상황에 따라 영구제명이라는, 선수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처분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병역 비리 유혹은 뿌리치기 힘듭니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한창 잘나갈 때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논란 때도 그렇고 자꾸만 신성한 국방의무가 거추장스러운 일처럼 취급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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