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삼성·롯데·SK에서 약 246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때와 달리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한테 받은 뇌물 액수가 약 87억원으로 늘어나면서 형량도 늘어났다. 1심 재판부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 약 73억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면서, 이번 판결이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유죄로 인정되면 액수에 상관없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하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횡령 혐의는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특정경제범죄법의 재산 국외도피죄도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지난 2월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가 탄 말 세 마리와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보지 않았다. 뇌물액이 36억원으로 낮아지면서, 횡령액도 36억원으로 줄어들어 50억원 이상일 경우해당하는 가중처벌을 피했다. 이 부회장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은 물론 ‘개별 현안’ 10가지 가운데 처음으로 일부를 인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25일 청와대 안가에서 진행된 단독 면담에서 승계 작업과 관련한 명시적 청탁을 하는 과정에서 “개별 현안과 관련해 △엘리엇 등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강화 △투자 유치, 규제 완화 등 바이오 사업 지원에 도움을 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최순실씨(사진)는 항소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 70억5281만원을 선고받았다.
헌법재판소가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일까.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석태 전 민변 회장과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으로 내정했다. 이석태 내정자는 법원과 검찰을 거치지 않은 재야 출신으로, 이은애 내정자는 여성으로 헌재의 다양성에 기여하리라 평가된다.
거대 정당의 횡포인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개 원내교섭단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서 정의당을 배제했다. 3당이 8월22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노동소위에서 배제하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등에 반대해온 정의당을 왕따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저소득 가구와 고소득 가구의 소득 격차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8월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분기 가계 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하위 20% 가구인 소득 1분위 가계소득은 월 평균 132만4900원으로 1년 전보다 7.6% 줄었다. 반면 상위 20% 가구인 5분위의 가계소득은 월평균 913만 4 900원으로 1년 전보다 10.3% 늘었다.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으니 살상무기인 지뢰를 제거하는 업무에 투입해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놓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대체복무 장소로 교도소나 소방서 등 행정기관을 검토하자 야당이 발끈했습니다. 종교나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만큼 인명살상 무기 제거 작업에 투입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지뢰 제거’ 등이 포함된 대체복무 방안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을 제출한 데 이어, 같은 당 김학용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할 모양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은 구세주라도 만난양 찬성 댓글을 쏟아내며 여론을 흐립니다.
이에 대해 “대체복무자에게 지뢰 제거 작업을 맡기는 것은 징벌적 조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복무 기간을 현행 육군(21개월)의 1.5~2배 정도로 추진하면서 대체복무자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는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육군은 의무복무 병사 위주로 지뢰 제거 작업 부대를 편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효율이 떨어져 민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현재 비무장지대(DMZ) 지뢰는 남북을 합쳐 200만 개로 추산됩니다. 국방부는 이들 지뢰를 제거하려면 약 50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합니다. 대체복무자가 불쑥 뛰어들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죠. 최근 국방부는 전투부대의 제초·제설 작업을 민간 인력에 맡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순 노동인 제초와 제설조차 민간 인력에 맡기려는 마당에 무엇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지뢰 제거를 대체복무자에게 맡길 수 있을까요? 대체복무자를 지뢰 제거반에 투입하자는 이들에게 영화 버전으로 답합니다. “니가 해라, 지뢰 제거.”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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