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 연합뉴스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이에 대한 뉴스도 심심찮게 나온다. 디지털 시대에 개인정보가 이슈라는 점은 알겠는데 남의 나라 규정으로 왜 국내까지 난리일까? 여러 뉴스 보도처럼 기업들의 외국 진출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일까?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살펴보면 이 보호규정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일단 이 보호규정은 한국인 1800만 명가량에게 직접 ‘적용될 뻔’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전세계 이용자가 20억 명 넘는 이 거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약 2억4천만의 북미 이용자를 제외한 모든 이용자와의 정보 이용 계약을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유럽 아일랜드에 있는 본사와 맺어왔다. 따라서 유럽 개인정보보호규정이 시행되면 한국의 1800만 이용자를 비롯한 17억 세계 인구는 강화된 규정의 보호를 받을 예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뻔’에 그쳤다. 보도에 의하면, 페이스북이 시행에 앞서 유럽 주민을 제외한 아시아·남미·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이용자가 규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도록 계약을 조정했다.
페이스북이 이런 행보를 보인 이유는 이 규정이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전례 없이 강화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개인정보를 이용할 경우 정보 주체로부터 이용 목적에 따른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고 수집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법도 명료하게 제공해야 한다. 또한 주체가 자신의 데이터를 다른 유사 서비스에 가입하려 달라고 하면 제공해야 한다.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기업은 세계 매출의 4%까지 이르는 큰 과징금을 맞을 수 있다. 페이스북이 한국 이용자를 보호 울타리 밖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이론적으로 서울 성북동의 김씨가 유럽연합에 제소해서 페이스북이 수조원의 과징금을 맞는 일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이 우리와 상관있다는 말은 단지 페이스북 때문에 꺼낸 것은 아니다. 미국 터프츠대학 국제관계학 플레처 스쿨의 바스카르 차크라보르티 부총장은 지난 4월30일 에 기고한 글에서 다가올 정보 불평등의 위험을 우려했다. 디지털 시대에 개인정보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 유럽 개인정보보호규정으로 일부가 강화된 보호를 받는다면 기업들은 부족해진 데이터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보호를 덜 받는 데이터를 더 열심히 수집해 여기저기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인 정보보호 격차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정보보호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면 혁신이 저해될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인터넷기업이 차세대 혁신의 원천으로 여기는 ‘딥러닝’ 기술은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생명이다. 우리의 퇴근길 이동 경로, 온라인 게시판에서 나눈 대화의 텍스트, 질병 바이러스의 유전자 등의 데이터는 모두 인공지능으로 중요한 혁신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정보다. 기업들은 이 기술을 선점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차크라보르티 부총장은 “프라이버시 규정이 거의 없는 자국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중국 기업들과 미래 경쟁을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별적인 정보보호와 기업 간 경쟁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은 정보보호에 대해 국제적 논의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각 나라는 자국의 인식과 상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정에 맞게 정보인권과 혁신, 시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개인정보 구조를 짜는 일 말이다. 마침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끝장토론 ‘해커톤’(한정된 기간에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 등이 팀을 이뤄 계속 아이디어를 내어 앱·웹서비스·사업모델을 만드는 행사)이 연이어 열리니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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