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성향의 미국 뉴욕주 대학가에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주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소재로 하는 우스갯소리를 심심찮게 듣는다. 교수들도 “수업에서 정치적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 트럼프를 조롱하는 데 스스럼없다. 이런 모습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대통령 비판에 주저하는 우리 분위기와 사뭇 달라 유쾌했다.
트럼프 대통령 비판만큼 잦은 것은 아니지만 미국 정치 뉴스에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것이 ‘마크 저커버그 대통령 출마’설이다. 저커버그는 세계 인구 18억 명이 쓰는 초대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다.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 같은 미국의 ‘테크 셀러브리티’(기술업계 유명인) 가운데 한 명이다. 트럼프에게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는 미국의 일부 정치적 진보주의자들에게 ‘저커버그 대통령’은 매력적인 선택일지 모른다. 우리는 이미 안철수를 통해 성공한 기술기업인에 대한 현대인의 정치적 선호를 확인한 바 있다.
정작 저커버그는 두 번이나 출마 가능성을 부인했다. 가장 최근의 언급은 지난 5월 페이스북 계정 공개글이었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 도전이 공직을 맡기 위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아니다. 나는 20억에 육박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이용자에게 제대로 봉사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챈-저커버그 재단의 기여를 확대하고자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출마설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행보가 말과 다르게 대권에 도전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저커버그가 글에서 언급한 “도전”이란 그가 지난 1월부터 미국 전역을 돌며 벌이는 민심 탐방을 말한다. 그는 이 투어가 페이스북 이용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찰을 격려하고 농장을 방문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정치인이 시장에서 어묵을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아내 프리실라 챈과 함께 설립한 공익 재단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통해 정치전략가를 영입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지휘한 데이비드 플루프를 채용했고, 지난 8월에는 여론조사 전문가 조엘 베넨슨을 합류시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온라인 덕담을 주고받는 등 세계 정상들과 수시로 교류하는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사실 그의 공식적 대통령 출마 부인 선언도 절대적인 답은 못 된다. 본인은 원치 않았지만 대중의 뜨거운 열망을 받아 도전한다는 말 한마디면 되지 않는가.
2020년 미국 대통령 마크 저커버그를 볼 가능성이 있을까? 저커버그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개인 의견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출마는 그가 열정을 바쳐 일궈온 페이스북에 해롭다. 다수 미국인의 방대한 정보를 저장하는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놀랍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이용자에게 어떤 정보를 노출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감정도 조절할 수 있음이 나타났다. 선거 시기와 페이스북이 어떤 뉴스·콘텐츠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경합이 치열한 주에서는 결과를 뒤바꾸는 일도 가능해진다. 그가 출마하면 페이스북은 끊임없이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성 시비에 시달릴 것이다. 둘째, 미국인의 정치적 기질 탓이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권한을 쥔 자리다. 한 인간이 사이버와 현실 커뮤니티 모두에서 큰 권력을 쥐는 일을 미국인이 허락할까. 트럼프를 향한 신랄한 풍자를 보건대,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게 나의 ‘베팅’이다.
권오성 미래팀 기자 sage5th@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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