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는 지난 7월 말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호에 등극했다. REUTERS
현재 유학 중인 시러큐스대학의 한 미국인 교수가 신입생 예비교육 시간에 중국인 학생에게 이런 말을 했다. “웰컴 투 아메리카! 여러분이 미국에 왔으니 꼭 장만할 것이 2개 있다. 하나는 총이고, 다른 하나는 아마존 프라임이다.” 총 이야기는 농담에 가깝고, ‘아마존 프라임’은 진담일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유료 서비스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무료로 200만 곡 넘는 노래를 들을 수 있고 각종 비디오, 전자책, 온라인 사진 저장공간 등을 제공받는다. 무엇보다 한국보다 ‘택배 운송료’가 비싼 미국에서 각종 상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현재 대학생을 대상으로 ‘아마 스튜던트’ 6개월 무료 혜택을 진행 중인데 교수가 권장할 정도로 가난한 유학생에겐 필수품 반열에 올랐다.
프라임이 아니더라도 최근 아마존의 명성은 무서울 정도다. 창업자 제프 베저스는 아마존의 가파른 주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 7월 말 자산가치 923억달러(약 105조원)로 세계 최고 부호에 등극했다. 16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제친 이변이었다. 북미 정세 불안 등으로 주가가 하락해 다시 최고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여러 외신은 베저스야말로 최초의 ‘트릴리어네어’(trillionaire·조만장자)에 가장 유력한 사람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런 실적의 바탕에 베저스의 공격적 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6월 13억7천만달러(약 1조5천억원) 규모의 유기농 식자재 마트 홀푸드 인수 계획을 발표했고, 무인 매장 ‘아마존 고’를 실험 중이다. 베저스는 전통의 유력 미디어 를 포함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해왔다. 아마존의 팽창에 월마트·나이키 등 유통·제조를 가리지 않는 여러 분야의 거대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아마존 로고가 상징하듯, 에이(A)부터 제트(Z)까지 아마존이 손대지 않는 영역이 없다는 이야기가 미국 애널리스트 사이에 심심찮게 나온다.
아마존의 득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업계 경쟁자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심심찮게 아마존을 때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28일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을 “인터넷 세금(Internet Tax)을 내지 않는 기업”이라 비난했고, 8월16일에는 “아마존이 세금을 내는 유통업자들에게 큰 해를 끼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가 사용한 ‘인터넷 세금’이란 불분명한 뜻의 단어를 두고 논란은 일었지만, 의미는 단순했다. 아마존이 인터넷 상거래로 큰돈을 벌고 있으니, 이제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마땅하다는 뜻이다.
배타적 국수주의자 트럼프와 노동조합의 궁극의 적, 베저스의 승부가 어떻게 결판날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 세계와 사이버 세계의 시스템이 부딪치는 일은 더욱 빈번해지리라는 점이다. 트럼프와 베저스는 어떤 면에서 그 대리전을 하는 셈이다. 그 이유는, 굳이 4차 산업혁명을 들먹일 필요 없이 우리 일상에서 사이버 세계의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이런 세상에서 세금을 걷으려는 정부와 좀더 공정한 세상을 희망하는 노동자에게 필요한 일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는 두 시스템의 규칙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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