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번 올림픽을 둘러싸고 두 가지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첫째는 북한과 군사적 긴장이 올림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둘째는 전통의 겨울스포츠 강국인 러시아가 ‘국가적 차원의 조직적 도핑’을 저지른 죄로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된 사실이 전체 대회의 판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7년 12월5일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불허했다. 도핑을 이유로 한 나라가 올림픽에 참가 금지 처분을 당한 것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IOC의 의뢰로 러시아 도핑 혐의를 조사한 슈미드 위원회는 러시아가 2012년 런던여름올림픽과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에서 “반도핑 시스템을 조작하기 위해 조직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도핑 혐의가 적발된 러시아 선수는 25명이고 이 가운데 11명이 올림픽 메달을 몰수당했다. 러시아 선수는 평창올림픽에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는 있지만 러시아를 연상시키는 상징을 달아선 안 된다. 러시아는 평창에 어떤 공식 인사도 참가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1500만달러(약 162억원)의 벌금도 내야 한다.
이 조치조차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보도를 보면, 이번에 IOC의 조사가 이뤄진 계기는 내부고발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조직적인 약물 투여를 조사한 캐나다 법대 교수 리처드 매클래런의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 정부, 보안기관, 체육 당국이 결탁한 선수 약물 투여는 러시아에서 진행된 광범위한 현상으로 이에 연루된 선수는 무여 1천 명이라고 적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의 반도핑연구소에서 근무했던 내부고발자 그리고리 로드첸코프는 (도핑에 연루된 선수가) 수천 명이라고 밝혔다.
도핑은 오래전부터 올림픽의 골칫거리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100m 우승을 차지한 육상 스타 벤 존슨의 스테로이드제 복용은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됐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도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도핑 양성 판정과 올림픽 출전은 2016년 리우올림픽의 큰 논란거리였다. 물론 이들과 러시아 도핑의 가장 큰 차이는 선수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거대한 자원을 지닌 국가 조직이 앞장서 주도한 ‘비즈니스’였음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스포츠 스타 한 명에게 집중되는 관심과 그로 인한 이권이 어마어마하게 커진 현대사회가 낳은 병폐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욕망이 기술과 결합하면 더 은밀하고 위험한 도핑이 자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예가 ‘유전자 도핑’이다. 유전자변형 기술은 이론적으로 인간의 특정 부분을 바꿀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를 암 치료에 적용하면 놀라운 치료제가 나오겠지만, 도핑에 적용하면 ‘공정 경쟁’은 좋았던 옛 시절의 추억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도핑 약물 가운데 적혈구 수를 늘리는 에리트로포이에틴(EPO)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이를 투입하면 근육으로 공급되는 산소가 늘어 지구력이 놀랍게 강화된다. 하지만 유전자를 조작해 인체가 생산하는 에리트로포이에틴을 늘린다면 어떨까. 이런 조작은 어떻게 적발할 수 있을까.
진영수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위원장은 과거 필자와 한 인터뷰에서 “도핑을 하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 사이의 군비 경쟁은 끝이 없을 것”이라며 “공정 경쟁에 대한 사회적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이 이런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미래팀 기자 sage5th@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국민 요구 모두 거부하니”…서울 도심서 ‘윤 대통령 거부’ 행진·집회
윤 대통령, ‘김건희 파우치’ 박장범 KBS 사장 임명안 재가
“명태균에 아들 채용 청탁…대통령실 6급 근무” 주장 나와
러 파병 북한군, 국경 넘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하르키우까지
82살까지 살아도 65살부턴 골골…‘건강한 노화’는 꿈이런가
‘54억 래커 피해’가 뭐길래…갈등 부추기는 동덕여대 보도
‘골때녀들’ 진심과 만난 프리랜서 코치…“나는 운이 좋은 사람” [.txt]
탄두가 ‘주렁주렁’…푸틴이 쏜 ‘개암나무’ 신형 미사일 위력은
1조4천억원짜리 ’저주받은 보석’ 23년 만에 고향 브라질 품으로
‘미국 최고 의사’ 84살 김의신 “암에 좋은 음식 따로 없어, 그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