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으로 세계가 뜨겁다. 이 운동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했던 여성들의 폭로를 계기로 촉발됐다. 뒤이어 많은 사람이 ‘이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지 드러내 보이자’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같은 이름의 해시태그(#MeToo)를 달아 공개 증언을 해나갔다. 미투는 성폭행 사실을 쉬쉬하게 하는 억압의 악순환을 끊자는 사회운동으로 발전해 세계로 퍼져나갔다. 국내에선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가 연극계, 연예계, 의료계, 언론계 등으로 번진 증언의 기폭제 구실을 했다.
국내의 대표 연출가로 꼽히던 이윤택이나 배우 겸 대학교수로 활발히 활동한 조민기 같은 이들이 벌인 성추행 이력을 보면 ‘저 사람은 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최소한의 양식이 있을 법한 이들이 성폭행과 성추행 등 돌이키지 못할 행동을 한 것에 많은 사람이 의아해한다. 그 때문에 권력을 가진 이들이 보이는 이상행동을 설명하려는 여러 과학적 접근이 있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의 신경과학자 수크빈더 오비 교수는 권력자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머리를 관측기에 넣고 뇌에 서로 다른 특징이 있는지 관찰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권력자는 신경 회로에서 ‘미러링’을 담당하는 부분이 망가진 경향을 보였다. 미러링이란 다른 이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의 심리를 추정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레몬을 먹고 찡그리면 보는 우리는 ‘엄청 시겠다’고 느낀다. 이는 우리 뇌의 미러링 회로 덕분이다. 최고경영자나 정치인 같은 권력자들은 뇌 회로의 이 부분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심리학자 대처 켈트너는 20년에 걸쳐 권력이 인간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세밀하게 관찰·조사했다. 그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요지는 사람이 권력을 얻으면 정신에 심각한 장애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로 인해 “전두엽이 기능을 상실하는 것”과 비슷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두엽은 우리 뇌에서 기억력과 사고력을 주관하는 부분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힘을 행사하는 데 취한 이들은 점차 공감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판단력까지 흐려질 수 있다. 이들은 주변 사람이 보기에 당연히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할 일을 스스럼없이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아등바등하지만, 때에 따라 권력은 그것을 손에 쥔 사람의 머리를 손상시킬 정도로 세게 후려갈기기도 한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주의할 점은, 이런 연구 결과를 성폭력 가해자를 병 또는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여기는 근거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험이 크긴 하지만, 모든 권력자가 이상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연구 결과가, 권력자가 타인의 존엄을 해치는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없다.
미투 운동은 이미 해법을 조금씩 찾아내고 있다. 이 운동이 기존 사회구조가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연결과 활발한 정보 교류를 만들어낸 SNS에서 시작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지금까지 성폭력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감히 고발할 엄두를 못 내게 하는 폐쇄적인 조직 구조와 정보 통제 속에 이뤄져왔다. 공감력이 현저히 떨어진 닫힌 궁궐의 ‘왕’이라도 다른 이에게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는 열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 문제 해결의 바른 접근법이 아닐까.
권오성 미래팀 기자 sage5th@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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