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 집중된 미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최근 한 방송사 캐스터와 의견 충돌이 있었다. 나는 국토 면적의 0.6%밖에 안 되는 오키나와에 주일미군 전용시설의 70%가 있는 것은 일종의 ‘오키나와 차별’이라 본다. 오키나와인들은 줄곧 ‘미군에 반대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의견은 무시됐고 현재도 미군기지를 강제로 떠안고 있다. 그뿐 아니다. (본토 일본인들은) ‘토인’ ‘원주민’ 등의 표현으로 오키나와 현민(현 주민)을 멸시한다. 평균적인 일본인에게 오키나와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차별주의자 특유의 언어캐스터는 “그렇지 않다”며 반론했다. 그는 “오키나와 차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바다를 싫어하는 일본인은 없다. 오키나와의 요리와 음악도 일본에서 인기 있다. 오키나와를 차별하는 이는 없다.” 그는 오키나와 차별 자체를 부정했다.
아, 인간적 매력과 지성 등에서 나보다 뛰어나야 하는 캐스터가 이런 진부한 인식을 갖고 있다니! (무엇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김치를 좋아하면서 한국인을 배척하는 시위에 참가하는 일본인을 많이 봐왔다. 최근에도 재일 코리안에 대한 중상·비방을 인터넷 공간에 계속 올리는 신사 관계자를 취재했다. 그는 한국인을 무자비하게 매도한 뒤 가장 마지막에 “나에겐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했다. 차별주의자나 배외주의자를 취재하기 시작한 뒤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어온 말이다. 분명히 말해둔다. ‘친구’가 있다는 것이 당신이 차별주의자가 아님을 담보해주는 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도 “나에겐 흑인 친구가 있다”는 차별주의자 특유의 언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의미에선 정형화된 주장이다. 당연히 차별받는 쪽에선 ‘그래서 어쩌라고’ 식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차별이나 편견은 친구 여부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말투나 사회적 지위의 문제도 아니다. 누구를 향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언어로 차별을 조장했는가. 그것이 핵심이다. 국적이나 민족과 관계없이 많은 친구가 있다는 건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일이다. 친구로 상호 이해가 깊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연히 쌓아올린 개인적 관계만으로 차별이나 편견을 정당화할 순 없다.
현재 일본에선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자연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오키나와에 새 미군기지를 만드는 것에 찬성하고 바다가 매립되는 현실을 용인하고 있다. 한국인 친구가 있는 사람이 차별 시위에 나와 “한국인을 몰아내자”고 말한다. 그들은 “그중에 좋은 한국인도 있다”며 자기 주장을 합리화한다.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최근 취재한 공장의 경영자는 중국인 직원들을 “가족과 같이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중국인 직원들에게 자신을 ‘아버지’로 부르게 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인 직원들에게 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저임금을 주며 노동을 강요했고, 휴일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가족과 같다’는 표현은 가혹한 노동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될 뿐이었다. 정말 가족이라면, 제대로 임금을 지급하고, 인권과 인격을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고다이라와 이상화의 우정평창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일본 선수 고다이라 나오가 한국의 이상화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고다이라가 이상화를 안고 서로의 선전을 격려하는 모습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나 역시 고다이라와 이상화가 쌓아온 우정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이를 보고 “역시 일본인은 아름답다” 등 식민주의적 시점에서 ‘미담’을 퍼뜨리려는 사람이 생겨났다. 바보 같은 일이다. 아름다운 것은 고다이라와 이상화의 우정일 뿐 일본인이 아니다. 둘의 우정에 똥물을 튀기는 것 역시 차별주의자들의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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