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
3월 중순 발표된 각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면, 내각 지지율이 30% 전후로 폭락했음이 확인된다. 아베 신조 총리가 ‘레임덕 상태’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회 앞에선 날마다 많은 시민이 모여 “아베 퇴진”을 외친다. 아베 정권 발족(2012년 12월) 이후 최대 위기다.
천적 관계인 아베와아베 내각이 이런 위기를 맞은 것은 3월2일치가 보도한 특종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지지자인 가고이케 야스노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던 모리토모학원이 초등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국유지를 부당하게 싼값에 사들인 게 아니냐는 의혹은 지난해 2월 불거졌다. 이 보도한 것은 국유지를 관리하는 재무성이 토지 거래를 할 때 작성한 문서가 국회에 제출되기 전에 ‘위조’됐다는 것이다. 애초 문서에는 시장가를 무시한 채 싸게 토지를 판 이유와 관련해 ‘국회의원이나 (아베 아키에) 총리 부인의 관여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에 공개된 문서에는 그런 문구가 사라져버렸다. 즉, 토지를 요구한 가고이케 이사장에게 재무성, 국회의원 혹은 아키에 부인이 어떤 형태로든 편의를 제공하려 했지만 나중에 이를 은폐하려 한 게 아닌가라는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특종이 나온 직후만 해도 아베 총리에겐 아직 여유가 있었다. “또 인가. 어차피 날조일 것이다.” 주위에 이렇게 센 척을 해 보였다 한다.
과 아베 총리는 천적 관계다. 아니, 그보다 아베 총리의 ‘ 증오’가 역대 내각 가운데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어찌됐든 아베 총리는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를 계속 보도하는 의 존재 자체를 싫어하는 듯하다. 아베 지지자들에게도 은 ‘적’이다. (이들은 에 대해) ‘좌익’ ‘매국신문’ 등을 내세우며 시끄럽게 군다. 한 덩어리가 되어 에 공격을 퍼부으면 (문서 위조 문제로부터) 도망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지 모른다. 인터넷에도 “정권을 폄훼하기 위해 은 ‘가짜뉴스’를 보도한다”라는 아베 지지자들의 글이 쏟아졌다.
담당자 자살 부른 문서 위조아베 지지자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보도에 결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특종 일주일 만에 문서 위조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재무성 직원이 자살했다. 자살 원인은 아직 분명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서 위조’에 관여한 것을 고민하다 자살한 게 아닌가라는 추정이 나온다.
이 일로 조류는 완전히 변했다. 지금까지 (변명으로 일관하며) 도망쳐온 재무성이 항복의 백기를 들었다. ‘문서 위조’를 인정한 것이다. 이 일로 사무차관이 사임했다. 보도가 정확했음이 증명된 것이다.
이번 보도의 특징은 도쿄와 오사카 두 본사에 소속된 사회부 정예기자(특명팀)들이 팀을 합쳐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한 기자가 말했다.
“특명팀은 사내에서도 극비리에 취재를 했다고 들었다. 한발 잘못 나갔다가는 역공을 당하는 것은 물론, 회사가 존립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신중하게 확인을 거듭하는 동시에, 정보가 밖으로 새는 것을 우려해 편집주간에게도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보고하지 않았다 한다.”
특종을 잡으면 바로 위에 보고하고 싶어지는 게 기자라는 존재다. 그러나 특명팀은 시간을 들여 많은 관계자를 취재하고 완전히 증거가 갖춰질 때까지 끈질긴 자세를 보였다. 말 그대로 혼신의 노력을 한 특종이었던 것이다
재무성이 ‘문서 위조’를 인정한 뒤 아베 정권은 흉할 정도로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재무성과 하나가 되어 의혹을 부정해온 정부와 자민당은 이번엔 (도마뱀 꼬리 자르듯) 재무성을 잘라냈다. 그렇다, “재무성이 모든 것을 잘못했다”라는 스토리를 꺼내든 것이다. 멋대로 국유지를 싸게 판 것은 재무성이고, 문서를 마음대로 위조한 것도 재무성이며, 은폐가 몸에 밴 것도 재무성이라는 얘기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한 자민당 의원이 “아베 정권을 욕보이기 위해 불상사를 만든 게 아닌가”라고 재무성 간부에게 묻기도 했다.
3류 영화만도 못한 연출 실력물론 열광적인 ‘아베 신자’를 제외한다면 국민 대다수는 이를 냉정한 눈으로 보고 있다. 관객이 아무도 들지 않을, 3류 영화만도 못한 연출 실력에 화밖에 끓어오르지 않는다. 정부도 자민당도 모리토모학원 문제를 얕보고 있었다. “이는 대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계속 말해왔다. 그러나 지금, 드디어 진실이 드러나려 하고 있다.
야스다 고이치 일본 독립언론인아베 궁지로 몬 ‘모리토모학원’ 사건은?
지역 의원·기자의 고발, 우익 교육 학교를 막다
‘아베 스캔들’의 중심이 된 모리토모학원은 예전부터 범상치 않은 교육 방침으로 주목받았다. 이 학원이 경영하는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교육칙어를 제창시키고, 운동회의 선수 선서에선 “아베 총리 힘내라, 힘내라!” 구호를 외치게 했다. 보호자에게는 한국과 중국을 비방하는 문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옛 일본군을 연상시키는 극우 교육을 한 것이다. 이 유치원이 극우 교육을 이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설립 터를 확보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모리토모학원의 토지 거래 문제를 가장 먼저 포착한 것은 오사카 도요나카시의 기무라 마코토 시의원이었다. 2016년 5월 우연히 학교 건설 현장에서 ‘생도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됐다. 처음엔 그도 “이런 곳에 학교가 생기나”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포스터에 ‘히노마루’(일장기)와 ‘신사’(일본 사당)가 디자인돼 있어 좀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우익 학교가 생길까 경계했다. 그래서 학교 건설 경위를 조사해보자고 생각했다.”
이때 기무라 의원의 직감이 작동되지 않았다면, 모리토모학원 사건은 어둠에 묻혔을지 모른다. 기무라 의원은 학생 시절 반전운동에 참가한 적 있어 이런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는 늘 시대의 우경화를 걱정했다. 그의 조사로 모리토모학원이 시가보다 8억엔(약 80억원)이나 싸게 토지를 공급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으로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가 취임할 예정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무라 의원과 별도로 모리토모학원의 토지를 조사하고 있던 기자가 있었다. 도요나카 지국에서 근무하던 기자였다. 그는 2000년 입사 뒤 계속 지방도시에서 근무했다. 지방에서 잔뼈가 굵은 기자의 강점은 지역에 밀착하려는 자세로 인해 특종을 감지할 후각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 역시 학교 건설 현장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바로 취재를 시작했지만 토지를 관리하는 재무성이 제대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 이 땅에 아베 총리의 강력한 지지자가 학교를 설립하려 하고, 토지 매각 가격이 비공개였다. 그의 손을 통해 지난해 2월 처음 모리토모학원 문제가 기사화된다.
아베 내각이 무너질지, 아니면 이번 사건도 유야무야 마무리될지 현 단계에선 예측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딱 하나다. 만약 모리토모학원의 토지 취득에 의문을 가진 이가 없었다면 지금쯤 우익 교육을 하는 괴이한 학교가 당당히 문을 열었고, 입학식 단상에서 총리 부인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히노마루를 배경으로 명예교장 축사를 했을 것이다.
적어도 그것만은 저지할 수 있었다. 무명의 시의원과 지방만 돌던 화려하지 않은 경력의 기자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의문이 국가를 뒤흔드는 대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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