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일본 법인은 도쿄 긴자 근처 고층 빌딩에 있다. 9월8일 이 회사 앞의 인도가 ‘헤이트스피치’(혐오표현)로 물들었다. 차별적인 트위터글 약 400건을 인쇄한 종이가 도로 위에 가득 뿌려졌다.
인터넷에서 차별을 배운다“한국인은 일본에서 꺼져라.” “조선인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온라인에서 차고 넘치는 ‘혐한 트위터글’은 물론, 여성이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 트위터글도 포함돼 있었다. 사람들은 흩뿌려진 종이를 밟고 지나갔다. 집회는 차별을 선동하는 트위터글을 방치한 채 유효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트위터 회사에 항의하는 행동이었다.
항의 행동을 주최한 것은 인종차별과 헤이트스피치에 반대하는 단체 ‘도쿄 노 헤이트’(TOKYO NO HATE)였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시노 마사유키는 현장에 모인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렇게나 차별적인 트위터글이 만연하는데도, 트위터 쪽에선 삭제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차별 행위에 트위터가 가담하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 그 책임을 물으려는 목적도 있다.”
인터넷은 무법지대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인종·성별·장애 차별을 선동하는 것을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번 행사의 취지에 찬동해 모인 약 200명의 시민들은 ‘차별에 가담하지 말라’며 트위터가 입주한 빌딩을 향해 연신 구호를 외쳤다.
40대 재일한국인 여성은 마이크를 손에 쥐고 호소했다. “트위터에 근무하는 여러분. 저는 매일 트위터를 통해 ‘죽어라, 죽이겠다, 꺼져라, 바퀴벌레 같은 것들’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 있습니다. 트위터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트위터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을 때마다 무섭습니다. 아픕니다. 괴롭습니다.”
트위터는 자체적으로 정한 이용 규칙에서 인종·민족 등을 이유로 협박을 조장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엄청난 수의 차별적인 트위터글을 방치한 상태다. 그뿐만이 아니다. 차별 트위터글에 항의하는 계정에 이용 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이해하기 힘든 대응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재일한국인 등 외국 국적 주민들을 괴롭힌 행위로 체포된 인물들을 취재해왔다. 이들은 많은 경우 인터넷을 통해 차별의 근거가 되는 글을 읽었다. 차별 조장 글이 범죄의 단서가 된 것이다. 외국인을 ‘배제하라’는 말에 선동돼, 그 말대로 범죄를 저지른 이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차별적 글을 보는 장소로 트위터가 기능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배우 미즈하라 기코가 대기업 산토리의 맥주 광고에 출연하자마자, 트위터로 공격받아 악플이 쇄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즈하라의 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재일한국인이다. 트위터에선 “왜 일본인을 기용하지 않는가” “한국인이 선전하는 맥주는 사지 않겠다”는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산토리 쪽은 “매우 안타깝다”는 발언을 발표했고, 연예계에서도 “차별을 용납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일제히 나왔다. 그러나 트위터는 이 사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부 차별적 트위터글은 삭제했지만, 눈감고 싶을 만큼 심한 글 대부분은 지금도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다.
트위터 회사 앞에서 진행된 항의 행동의 마지막 순서로, 참가자 전원이 보도에 뿌려진 차별 표현 트위터글이 쓰인 종이를 쓰레기통에 넣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쓰레기 같은 차별 트위터글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이었다.
항의 행동을 둘러싸고는 인터넷을 통해 인쇄물을 발로 밟았다는 사실을 포함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이 집회 사실을 알린 내 트위터글은 4천 번 넘는 리트윗과 퍼가기가 있었지만, 대부분 항의 행동이나 나를 비난하는 것이었다.
소수자 차별의 자유는 없다솔직히, 지긋지긋하다. 지금 이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빼앗기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것은 재일한국인 같은 소수자가 아닌가. 이런 상황을 방치한 채 ‘자유’고 뭐고 다 필요 없는 일이다.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약자 처지에 놓인 이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권리다. 사회에서 소수자를 배제하려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나는 불관용에는 관용적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자를 위해 일어난 사람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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