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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직원 퇴출 감사’ 의혹 삼성SDI 근로감독

제1183호 표지이야기 ‘직원 퇴출 감사 대작전?’ 보도 이후…

경기지청 “노동관계법 전반에 대한 법 위반 여부 확인 중”
등록 2017-10-31 17:14 수정 2020-05-03 04:28
고용노동부가 인력 퇴출 목적의 감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진 삼성SDI에 대한 근로감독에 나섰다. 경기도 용인시의 삼성SDI 사옥.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인력 퇴출 목적의 감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진 삼성SDI에 대한 근로감독에 나섰다. 경기도 용인시의 삼성SDI 사옥.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회사의 주력 사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혹독한 감사를 시행해 자진 퇴사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삼성SDI를 상대로 10월19일부터 근로감독에 나섰다. 이에 앞서 은 10월16일 공개된 제1183호 표지이야기 <font color="#C21A1A">‘직원 퇴출 감사 대작전?’</font>을 통해 삼성SDI가 진행한 감사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이 보도 직후 노동부가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삼성SDI 쪽의 노동관계법 위반 행위 등을 확인하는 근로감독에 나선 것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삼성SDI 본사와 연구소 근로감독 실시 </font></font>

삼성SDI는 2016년 직원들에게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감사는 “약속 시간이 3분47초 늦었다” “20년 동안 잘못한 것을 모두 적으라”는 등 직원의 인권을 무시하는 가혹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감사를 받던 중 한 직원은 우울증 등 정실질환이 발병해 산업재해가 인정되기도 했다(제1183호<font color="#C21A1A">‘삼성SDI 전 직원, 감사 우울증 산재 인정’</font> ). 또 법률사무소 ‘내일’이 삼성SDI 감사 대상자 40명을 면담한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감사 과정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이 삼성SDI의 감사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질의에 답변한 자료를 보면, “경기지청은 10월19일부터 25일까지 관내에 있는 삼성SDI 본사와 연구소를 상대로 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확인된다. 경기지청은 근로감독 실시 배경으로 관련 기사를 언급하며 “(감사) 수감자들에게 재직 기간 동안 잘못한 것을 적으라는 등의 방법으로 사직서 제출 유도, 이에 수감자들은 감사의 목적을 ‘인력 퇴출’로 느꼈음”이라고 적었다. 이번 근로감독에는 2017년 9월11일 삼성SDI 노동조합 창립총회를 회사 쪽에서 막았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 등도 포함됐다. 경기지청은 자료 말미에서 “(근로감독과 관련해) 노동관계법 전반에 대한 법 위반 여부를 확인 중”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기지청 관계자는 과의 통화에서 “삼성SDI 근로감독이 미리 예정돼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사를 비롯해 확인할 내용이 있어 이번에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으로 추가했다. 10월25일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조금 더 연장해 문제가 되는 내용이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근로감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회사 쪽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다른 삼성 계열사 ‘감사 피해’ 증언 이어져</font></font>

삼성 계열사에서 ‘감사’가 직원 퇴출 도구로 사용된다는 의혹이 일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6월 삼성중공업의 노동자가 감사를 받던 중 농약을 마셔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삼성 안팎에선 회사가 인력 퇴출 목적으로 직원에게 무리한 감사를 해 회사를 스스로 떠나게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사 중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지만, 회사 쪽의 기본 방침은 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보도 뒤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도 비슷한 감사가 이뤄졌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감사를 받았던 직원은 에 연락해 “기사를 보니 감사 방식이 내가 겪은 것과 판에 박힌 듯 똑같았다. 취조실 같은 좁은 방에 여러 명의 감사관이 돌아가며 앉아서 백지를 주고 무조건 잘못한 것을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계열사의 직원은 “감사가 끝날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사표를 내야 했다. 그 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는 증언을 남겼다.

흥미로운 건, 감사가 진행된 방의 모습이 대부분 유사했다는 점이다. 5m²가량의 좁은 방 가운데 책상이 있다. 책상 위에는 생수병과 메모지 등이 놓이고, 수감자 쪽에 1개, 감사관 쪽에 의자 2개가 놓인다. 천장 한쪽에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달려 있다. 창문은 없다. 감사관은 “잘못한 것을 다 쓰라”며 백지를 내놓으면서 자기 이름은 좀처럼 가르쳐주지 않는다. 감사 장소부터 방법까지 똑같아 삼성그룹 차원의 매뉴얼화된 감사 지침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각 계열사에서 이뤄지는 행태가 유사한데도 모두 개별 기업 차원의 감사였다고 해명하는 것 역시 똑같다. 모멸적인 감사를 견디지 못해 일부 직원들이 정신질환 등 후유증을 앓았다고 호소하는 것까지 닮았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감사 중 강요·폭언 없었는지 철저한 조사를”</font></font>

삼성SDI 감사 대상자들의 산업재해 신청 업무 등을 담당했던 ‘내일’의 김가람 노무사는 “이번 근로감독에서 감사 대상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회사가 감사를 동원해 부당하게 사직을 종용하지 않았는지, 감사 과정에서 강요나 폭언, 인격 모독이 없었는지 등 기초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도 “2014년 삼성중공업에서 인력 퇴출 목적의 감사가 고압적으로 진행됐다며 노동자 한 명이 자살 시도를 한 사례가 있었다. 2016년에는 삼성SDI에서 비슷한 감사가 이뤄져 많은 대상자가 퇴사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한 노동자는 감사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까지 얻은 사실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삼성 계열사에서 인권침해적이거나 부당한 감사가 이뤄졌는지 파악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 관계자는 “정부 기관의 조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상 기업이 별도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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