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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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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뽑히면 끝이야?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 장석준·강수돌 삼촌이 들려주는 사회와 경제 이야기
등록 2017-03-30 21:16 수정 2020-05-03 04:28
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 분야별 개념과 가치, 이슈를 다루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장석준·강수돌
그림 김근예·최연주
그만두게 할 권리

사회 장석준_ 진보정당에서 정책을 만들고 교육을 하는 정당 활동가야.

지난해 가을부터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어.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이유, 다들 알고 있을 거야.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야. 그래서 많은 사람이 “대통령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외쳤지.

‘탄핵’이란 말 들어봤지? 탄핵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맡은 일을 그만두게 하는 거야. 대통령이 잘못을 저지르면 국회에서 탄핵을 해. 국회의원 중 3분의 2가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손을 들면 탄핵 절차가 시작돼.

그때부터 대통령은 일을 할 수 없어.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일을 대신하지. 그러면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이 정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가 있는지 따지는 재판을 해. 만약 이유가 있다는 판결을 하면 대통령은 그날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해. 하지만 이유가 없다고 하면 자리로 돌아가서 일할 수 있지. 그런데 꼭 이렇게 복잡하게 해야 할까?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기 전에 이미 많은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이 반드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어. 한번 따져봐. 대통령을 뽑은 건 시민이잖아. 그렇다면 이런 복잡한 과정 없이 시민의 뜻을 묻고 대통령을 내려오게 하면 되지 않을까?

대통령만이 아니야. 국회의원도 그래. 선거 때는 온갖 좋은 이야기를 하며 표를 얻고, 막상 국회의원이 되면 약속을 하나도 안 지키는 사람이 많아. 하지만 어떤 잘못을 저지르든 4년이란 기간 동안 계속 국회의원 행세를 한단다. 선거에 한 번 뽑혔다는 이유로 말이야.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모두 시민이 뽑은 대표야. 만약 시민의 뜻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쉽게 쫓아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일정한 수를 넘으면 투표를 하는 거야.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표가 절반이 넘으면 곧바로 그만두게 하는 거지.

실제 이런 제도가 있어. ‘소환투표제’라고 해. 한국에도 이 제도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한테만 해당돼. 지방자치단체장은 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 지방의원은 시도 군·구 의원을 말해. 만약 대통령 소환제가 있었다면 추운 날씨에 1천만 명 넘는 사람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올 이유가 없었을 거야. 투표로 쉽게 대통령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었겠지.

그런데 그거 알아? 대통령·국회의원 소환제가 없을 이유는 전혀 없다는 거야. 선거를 통해 대표로 뽑았다고 해서 권력을 다 준 게 아니야. 귀족 행세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권력의 주인인 시민의 마음에 안 든다면 누구든 바로 끌어내릴 수 있어야 해. 삼촌은 이제라도 대통령·국회의원 소환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럼 잘못을 저지르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처럼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은 나오기 힘들 거야.

닭과 소·돼지는 왜 병에 잘 걸릴까?

경제 강수돌_ 대학에서 경제를 가르치면서 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삼촌이야.

오늘은 닭과 소·돼지 이야기를 해볼까 해. 몇 달 전부터 닭과 오리가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무려 3500만 마리나 생매장돼 죽었어. 좀 수그러드나 했더니 이번에는 소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어. 구제역(소·돼지 같은 동물이 잘 걸리는 전염성이 강한 병이야)이 발생한 지 닷새 만에 소가 무려 1천 마리나 죽었거든.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에 걸린 동물은 많지 않은데, 정부에서는 ‘예방’이란 이유로 멀쩡한 닭과 소를 죽이고 있어. 아무리 사람을 위해 기른다고 해도, 사람과 같이 생명을 가진 동물을 마구잡이로 죽여도 될까? 동물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야.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매년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해서야. 몇 달 전, 닭이 동네마다 수만 마리씩 죽어갈 때 정부에서는 엄청난 양의 백신과 예방약을 뿌렸어. 그걸 위해 수백억원을 썼지. 이번 구제역도 마찬가지야. 2016년에는 백신을 만들기 위해 세금을 무려 917억원이나 썼다고 해. 적은 돈이 아니지. 하지만 정부는 예방약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어. 일이 발생하기 전에 소에게 예방주사를 맞히지도 못했고.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닭·소·돼지 같은 동물을 왜 이렇게 많이 기르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농촌이나 변두리에 가면 동물을 한곳에서 수만 마리씩 기르는 걸 본 적이 있지? 이걸 ‘산업 축산’이라고 해. 왜 이렇게 많이 키울까? 맞아. 고기를 많이 팔아 돈을 벌기 위해서야. 닭을 키워서 달걀을 낳게 하거나 요리 재료로 만들어. 동무들이 맛있게 먹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도 마찬가지야.

문제는 동물을 빨리 살찌우려고 좁은 곳에 가둬놓고, 공장에서 만든 엉터리 사료를 먹인다는 거야. 원래 사람이건 동물이건 마음껏 움직이며 많이 운동해야 건강해지는데, 수만 마리씩 한곳에서 키우다보니 감옥에 갇힌 것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거야. 자연히 몸이 약해져 면역력이 떨어지고 병에 걸리기 쉬워졌지. 그걸 또 막아보려고 사료 속에 성장호르몬제와 항생제를 많이 섞고. 항생제는 동물에게도 좋지 않고 그 고기를 먹는 사람에게도 해로워.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하루가 멀다고 고기를 ‘냠냠’ 먹는 셈이야.

사실 병균은 늘 우리 곁에 있어. 면역력이 강하면 괜찮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병에 걸리는 거야. 삼촌은 지구온난화, 논밭에 마구 뿌려대는 농약과 제초제 같은 게 모든 동물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고 바이러스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 게다가 좁은 데 갇혀 있기까지 하니…. 동물의 면역력이 약해져서 어떤 병에든 잘 걸리고 또 빨리 퍼질 수밖에 없는 거야.

이야기하고 보니 산업 축산이 병의 원인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구나. 사람들이 고기를 덜 먹는다면 산업 축산도 점점 줄어들겠지? 시작은 ‘나부터’지만 점점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바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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