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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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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꼭 많아야 해?

[고래토론] 저출산에 대하여
등록 2017-03-16 21:59 수정 2020-05-03 04:28
<font color="#006699">이 지면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학부모를 위해 과 가 함께 만듭니다.
경제·철학·과학·역사·사회·생태·문화·언론 등을 소개하는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와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고래토론’을 격주로 싣습니다.
참여 이원형(12살), 김려진, 배유빈, 박은채, 임은서(모두 13살)
진행
촬영 주용성 삼촌(바라 스튜디오)</font>
저출산 현상과 정부 대응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 서울 인헌초등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배유빈, 박은채, 이원형, 임은서, 김려진.

저출산 현상과 정부 대응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 서울 인헌초등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배유빈, 박은채, 이원형, 임은서, 김려진.

종종 신문과 뉴스에서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니? 저출산은 태어나는 아이 수가 적어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말해. 동무들의 엄마·아빠가 어릴 적에는 아이를 너무 많이 낳아서 문제라고 했어. 그런데 왜 요즘 한국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되었을까? 뉴스에서 말하는 것처럼 저출산은 정말 큰 문제인 걸까? 서울 인헌초등학교 동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눴어.

<font size="4"><font color="#008ABD">인구가 줄면 나라가 위험해져?</font></font>

유빈  인구가 많아야 국력이 세진다고 하잖아.

은채  응. 저출산 때문에 고령화가 심각해지면 노인이 많아지고, 또 노인이 많아져서 일할 사람이 줄어들어. 젊은 사람들이 없어지니까 경제가 망가지고….

려진  나라가 발전을 못하지.

은서  경제가 망가지면 우리가 망한다!

은채  할머니, 할아버지는 세금을 못 내잖아. 그러면 다른 사람이 세금을 엄청 많이 내야 해.

원형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해도 노인들은 죽을 테고, 아이를 적게 낳으면 사람 수가 적어져서 점점 인구가 줄어들겠지.

은채  우리 또래가 후두두 적어지는 거야.

려진  그러면 나라가 기능을 못해.

유빈  나라가 망하지.

<font size="4"><font color="#008ABD">사람이 줄어서 어떤 일이 생겼을까?</font></font>
“내가 만약 지구라면, 진짜 사람을 싹 쓸어버리고 싶을 거 같아.”  -김려진

“내가 만약 지구라면, 진짜 사람을 싹 쓸어버리고 싶을 거 같아.” -김려진

원형  학생 수가 줄어서 교실이 너무 넓어졌어.

유빈  반절.

려진  그래서 교실 뒤 사물함을 더 널찍하게 놓을 수 있고.

원형  책상도 많이 남잖아.

려진  한 반에 50명이었을 땐 완전 답답했을 거 같아.

원형  진짜 빽빽했겠지. 뛰어다닐 공간도 없이.

려진  솔직히 25명 있는 게 좋긴 해.

은서  교실이 넓어지니까. 인구가 줄어서 좀 좋아진 건가?

은채  아니, 나중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사람이 없으면 군대도 없지 않겠어?

은서  그럼 망해.

유빈  요즘 전쟁은 사람이 안 해. 기계가 해.

은채  그래도 기계를 만드는 건 사람이야.

려진  무슨 소리! 기계를 만드는 건 기계야.

은채  기계를 만드는 건 기계인데, 그 기계를 만드는 건 사람이잖아.

유빈  그럼 사람은 딱 한 명만 필요할 수 있지.

은서  기계는 이제 이세돌도 이기잖아.

유빈  맞아, 알파고.

원형  요샌 게임도 컴퓨터가 다 알아서 해.

은채  그럼 로봇이 세금을 내면 되겠네! “안녕하세요, 주인님. 제가 세금을 낼게요.” 다른 나라가 우주왕복선 100개 쏘아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사람이 없어서 한 개도 쏘아 올리지 못하면 어떡해?

은서  그럼 사람이 날아가. 피~융.

모두  하하하!

<font size="4"><font color="#008ABD">사람은 많고 ‘좋은’ 일자리는 없다고?</font></font>
“맞아. 너무 시끄럽고, 땅 파서 자원이랑 석유 다 가져가고. 공해물질 만들고 쓰레기도 왕창 버리고.” -이원형

“맞아. 너무 시끄럽고, 땅 파서 자원이랑 석유 다 가져가고. 공해물질 만들고 쓰레기도 왕창 버리고.” -이원형

원형  그런데 요즘 일자리가 없다고 그러잖아.

은채  사람들이 쉬운 일을 선택하려 해서 그런 거 아니야? 간단한 거만 찾고 어려운 일은 안 하려고 해서.

려진  그런가?

은서  난 힘든 일도 괜찮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 운동선수가 너무 좋아.

려진  주변에 알바하는 언니·오빠들 있잖아.

은서  우리 오빠도 알바해. 주변에도 되게 많아.

려진  응, 사촌 언니도 일해.

은채  닥치는 대로 일을 하자!

원형  식당이랑 편의점에서 알바하고, 집 짓는 데서도 해.

은채  아! 왜 그런 줄 알겠다.

원형  돈 벌기 위해서 그러지.

은채  알바는 거기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잖아. 이름 있고 그런 직업은 아이를 낳으면 육아휴직 같은 것도 있어. 아이 낳고 쉴 수도 있고. 계속 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이름 있는 직장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거 같아.

원형  맞아, 진짜 그래.

<font size="4"><font color="#008ABD">요즘은 옛날보다 훨씬 오래 사는걸!</font></font>

은채  옛날에는 6남 1녀 막 그랬대.

원형  어린이는 많고, 할머니·할아버지는 진짜 적었을 거야.

은채  10명이 태어나면, 아이들이 다 크기 전에 병으로 죽어서 3~4명만 남고 그랬겠지.

려진  요새는 의료기술이 발달했잖아.

은채  500살까지 살고, 900살까지 살고.

원형  크하하, 거짓말!

려진  옛날에는 40살이면 장수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100살 가까이 살아.

은채  100살 할머니가 산을 걷고.

원형  맞아. 일본에선 할머니가 허리에 타이어 걸고 걷던데? 방송에서 봤어.

은채  털털털~.

려진  요즘은 70살 할머니도 우아하게 말하고, 차도 잘 끓여주시고 그러잖아.

<font size="4"><font color="#008ABD">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어린이도 일해야 한다고?</font></font>
“예전에는 아이 낳다가 많이 죽었대. 힘을 너무 많이 줘서 그런가. 지금도 힘 많이 주면 죽지 않아?” -임은서

“예전에는 아이 낳다가 많이 죽었대. 힘을 너무 많이 줘서 그런가. 지금도 힘 많이 주면 죽지 않아?” -임은서

은채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아이를 더 낳으라는 거면, 그냥 아예 어릴 때부터 일을 시키면 되잖아.

은서  미쳤다.

원형  그건 안 되지.

은채  일을 하자. 아자! 아자!

려진  아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다고!

원형  예전에는 어린이들도 시골에서 농사일을 돕고, 공장에서 일하고 그랬잖아. 우리 나이에 막 결혼도 하고.

은채  만약 우리가 지금 일해야 하면, 한두 살 때부터 한글이랑 수학을 배워야 하는 거 아니야?

원형  아~, 진짜 그러겠다.

려진  1살 때부터 공부하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폭동을 일으킬 수도 있어.

유빈  맞아.

은채  그럴지도 몰라. 우리 엄마·아빠는 중학교 때 처음 영어를 배웠다는데, 지금은 더 어릴 때 배우잖아.

원형  맞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워.

은채  우리 엄마는 학교에 들어갈 때 한글도 안 깨우치고 자기 이름만 쓸 줄 아는 정도였대.

려진  지금은 상상도 못하지. 점점 공부하는 나이가 어려지고 있어. 요즘엔 4살 때 한글 다 떼고.

원형  이러다 진짜 15살부터 일해야 할지도 몰라.

려진  아, 안 돼!

은서  우리 미래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사람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도 많아</font></font>

원형  음, 놀이공원에서 오래 줄 서야 해.

려진  사람이 많아서 환경문제가 엄청나게 많아.

유빈  쓰레기. 쓰레기는 사람이 만드니까.

려진  내가 만약 지구라면, 진짜 사람을 싹 쓸어버리고 싶을 거 같아.

원형  맞아. 너무 시끄럽고, 땅 파서 자원이랑 석유 다 가져가고. 공해물질 만들고 쓰레기도 왕창 버리고.

은서  그럼 친환경으로 하면 되잖아.

은채  으응?

원형  태양열로 에너지 만드는 거?

은채  친환경으로 안 하는 사람, 다 죽여. 두두두!

원형  언니, 그러니까 그걸 하려면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야지.

은서  우리 집은 위에 태양열 있는데.

려진  점점 생각이 꼬이는 거 같아.

은채  어렵다, 어려워.

원형  음, 생각이 깊어지고 있어.

<font size="4"><font color="#008ABD">지금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아야 할까?</font></font>

유빈  지금 아이가 많긴 하지만 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려진  아니, 난 아니야.

은채  가족 축구부를 만들 정도는 되어야지!

원형  11명 낳아야 하는 거야?

은채  그러면 저출산 문제가 확 없어질 거야.

은서  11명 낳으면 죽어. 예전에는 아이 낳다가 많이 죽었대. 힘을 너무 많이 줘서 그런가. 지금도 힘 많이 주면 죽지 않아?

려진  그럼! 아이 낳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font size="4"><font color="#008ABD">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할까?</font></font>
“아기 낳으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들어. 아이를 죽을 때까지 책임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책임져야 하잖아.” -배유빈

“아기 낳으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들어. 아이를 죽을 때까지 책임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책임져야 하잖아.” -배유빈

려진  그게… 음, 나아지지 않으니까. 의료시설이 발전하니 고령화도 많이 일어나고. 양성평등이 이루어져서 여자도 회사에 다니다보니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거지.

은채  쉽잖아. 아이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유빈  그리고 몸이 엄청 힘들어. 돈도 많이 들고.

은서  기저귓값이 많이 들잖아.

은채  거기다가 유치원에도 보내야 하고.

유빈  낳다가 죽을 수도 있어.

원형  크면 대학 등록금도 내줘야 해.

려진  중학생 때부터.

은채  아이 키우는 데 몇억원이 든대.

<font size="4"><font color="#008ABD">아이를 많이 낳으면 혜택을 준다?</font></font>

은채  예전에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대. 지금은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더 행복합니다”라고 그러잖아.

유빈  혜택도 준다고 해.

원형  다둥이 카드 같은 거?

유빈  맞아, 다둥이 카드.

은채  우리 엄마도 있는데.

려진  우리 모두 다둥이들인가? 그런데 저런 말은 좀 그래. 정부에서 아이를 낳아라 마라, 명령하는 거 같아.

은서  협박 같아.

은채  그럼 대통령부터 아이를 낳으면 되잖아. 대통령이 아기 낳으면, 아마 대통령이랑 똑같이 생겼을 거야.

<font size="4"><font color="#008ABD">출산, 누가 결정하는 걸까?</font></font>

유빈  너희는 아기 낳고 싶어? 난 아닌데.

원형  난 낳을 거야.

유빈  난 아플 거 같아서 못 낳겠어.

은서  그래도 낳게 될걸.

유빈  난 그냥…, 아기는 별로야.

려진  낳으면 힘들기도 하고 돈도 많이 들고. 부담감 때문에 꼭 낳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은채  응,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지.

유빈  아기 낳으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들어. 아이를 죽을 때까지 책임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책임져야 하잖아.

원형  부담감 같은 게 너무 힘들다?

은서  응. 그런데 나도 모르게 아기를 많이 낳게 될지도 몰라.

려진  어쩌다보니 아기가 많아질 수도 있고.

은서  드라마 같은 거 보면, 할머니들은 아이를 갖고 싶어서 “아이 낳아라, 아이 낳아라”라고 말해.

원형  맞아, 아빠는 반대하고.

려진  엄마·아빠보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더 낳으라고 해.

은서  가족도 그렇고, 정부에서도 애를 낳으라잖아.

<font size="4"><font color="#008ABD">아이를 낳으라고 권하는 정부</font></font>
“아이가 태어나서 행복하게 자라고 배우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거야. ‘무조건 태어나기만 하면 땡이다!’ 이런 거지.” -박은채

“아이가 태어나서 행복하게 자라고 배우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거야. ‘무조건 태어나기만 하면 땡이다!’ 이런 거지.” -박은채

원형  너는 나라에서 아이 낳으라고 하면 낳을 거야?

유빈  아니.

은서  낳으라면 낳아야 하나?

려진  명령하듯이 그러면 기분 나빠서 안 낳을 거 같아.

은채  때려야지. 퍽퍽!

원형  뭔 참견이야!

은서  아~, 싫다.

은채  아이 낳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먼저 아이 낳으라고 해. 솔선수범! 그런데 남자는 어떡하지?

은서  남자를 여자로 만들자! 아니면 인공수정!

<font size="4"><font color="#008ABD">출산은 여자의 몫?</font></font>

려진  얼마 전에 정부에서 지역별로 출산이 가능한 여성의 수를 적은 지도를 만들어서 인터넷에 띄웠대.

은채  허~얼.

은서  대박.

원형  그걸 어떻게 알았대.

려진  사람이 무슨 지역별 감자 생산량도 아니고.

모두  하하하!

유빈  맙소사, 우리가 감자가 됐어!

은채  그럼 남자도 표시해야지. 아이를 뭐 여자 혼자 낳나? 당연히 남자도 적어야지.

유빈  그렇지.

원형  맞아.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반은 남자 반은 여자 몫이지!

은채  그런 것도 모르나봐.

려진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서, 결국 그 지도 지웠대.

은서  당연히 지워야지. 우리가 가축도 아니고.

원형  태어나는 아기들도 우리처럼 놀고 웃으며 살아야지. 일하고 돈 벌고 세금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은채  그 사람들은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봐.

은서  우리 삶은 그저 감자였다! 삶은 감자.

모두  하하하!

은채  아이가 태어나서 행복하게 자라고 배우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거야. ‘무조건 태어나기만 하면 땡이다!’ 이런 거지.

원형  맞아.

<font size="4"><font color="#008ABD">“내가 결정해!”</font></font>

려진  난 감자가 아니야!

원형  우린 양파가 아니야!

은서  아기를 낳는 건 우리의 권한이야.

유빈  맞아. 우리들, 사람들!

원형  엄마·아빠?

은서  아니, 나! 내가.

원형  내가 결정한다!

모두  크크크!

원형  누구도 날 막지 마라!

모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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