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날로 진화하는데도 저널리즘은 도태되는 현상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기성 언론 대부분은 1년 전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도 갖은 ‘관행’을 재생산하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에 ‘장애물’이 됐다.
4월3~16일 1인 미디어와 대안 언론 기자·PD, 독립 PD 등 기성 언론에 속하지 않은 ‘저널리스트’ 혹은 ‘기록자’ 1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전남 진도, 경기도 안산, 국회, 서울 광화문광장 등 세월호 참사 관련 현장을 취재·기록하면서 기성 언론의 취재 행태도 목격했다. 주류 언론을 거쳐갔거나 주류 언론과 협업하면서, ‘중심’과 ‘주변’을 두루 경험한 사람이 많다. 일찌감치 뉴미디어에 뛰어들어 모험 중인 이도 있다. 경계를 넘나드는 횡단 경험은 이들의 시각을 풍성하게 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해 “(주류 언론의) 내부를 아니까, 머리로는 ‘그럴 수 있지’라고 이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 있지?’란 말이 자꾸 맴돈다”고 했다. 주류 언론의 ‘위기’를 아파하면서도, 이대로라면 ‘몰락’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길 망설이지 않았다. 그들과 나눈 대화로 기성 언론의 세월호 보도 1년을 재구성했다.
김성수 기자, 전 OBS 기자
김시현 독립 PD, 전 PD
미디어몽구 1인 미디어
박봉남 독립 PD, ‘4·16 기록단’ 단장
박훈규 1인 미디어 , 인터넷 뉴스 기자
삼류기자 독립 언론 , 프리랜서 기자
신재관 PD
이승구 독립 PD, ‘4·16 기록단’. 대구지하철 참사 등 재난 관련 다큐 다수 제작
정락인 1인 미디어 , 전 보도부장, 전 탐사보도팀장
정호길 전 미디어협동조합 PD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 보도는 참혹했다. 뉴스 수용자의 ‘기대’와 우리 저널리즘의 낮은 뉴스 품질의 ‘간극’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실시간으로 질타받았다. 주류 언론 보도는 가족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안 언론과 비교됐다. 가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 현장을 ‘단순 스케치’해서 4월17일 공개한 영상은 온라인 조회 100만 건을 넘어 역대 방송 중 최다 조회 수를 기록했다. 4월24일 가 와 공동으로 ‘구조활동 관련 피해자 가족과 구조 당국 간 대화’를 현장 생중계한 것도 수만 명이 봤다. 지상파와 보도 전문 방송이 현장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누리꾼들이 대안 언론을 찾은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세월호 참사 관련 현장에는 “국내 거의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존재했다. 주류 언론사마다 취재·카메라 기자 십수 명을 파견했다. 외신도 많았다. 기자들이 현장에 있었으나 ‘제대로 된’ 취재는 드물었다. 기성 언론 기자 대부분은 입사 1~5년차 막내급이었다. 10년차 이상 기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험이 적으면 ‘실수’ 할 가능성이 많다. 더구나 대형 재난 현장이다. “초기 혼란은 언론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수준이었다고 본다. 정부의 무능 혹은 의도적 개입이 겹치면서 신뢰할 만한 1차 정보가 사실상 없었다.”(박봉남)
그럼에도 언론이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4월16일 밤이었다. 구조 상황을 확인할 수 없어 답답한 가족들이 직접 배를 빌렸다. 그런데 기자들이 어떻게 알고서 배에 미리 올라 있었다. 20명 정원인 배에 기자 10명가량이 자리를 차지했다. 가족들이 기자는 모두 내리라고 했다. 기자들은 몇 명이라도 태워달라고 요청했다. 가족들이 고민 끝에 ‘배에 타서 현장을 제대로 보도할 수 있는 카메라 기자 1명만 태우겠다. 손들어달라’고 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침묵 끝에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가 손을 들었다. 가족들은 그와 함께 사고 해역에 다녀왔다. 작은 배 두어 척이 세월호를 둘러싸고 뱅뱅 돌고 있을 뿐, 구조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배가 뭍에 도착하자마자 그 기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기자는 해당 영상을 다른 지상파·보도전문채널과도 공유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구조 상황을 검증하는 보도를 하지 않았다. 가족들의 주류 언론 불신은 그런 사례가 쌓인 거다.”(‘4·16 기록단’과 유가족 복수 진술)
서울에 있는 데스크(간부)의 뉴스 가치 판단과 취재 지휘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재난 상황에서 구조 당국이 피해자 가족들과 소통하기 때문에 언론의 가족 취재가 필요하다. 이럴 때 가족과 정부의 얘기가 다르면 추가 취재를 해서 확인하거나 속보가 급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두 주체의 주장을 같이 넣어줘야 한다. 그런데 기성 언론의 데스크에서는 ‘가족이 격앙되어 있으니 감정적인 상태에서 하는 말은 그대로 내보낼 수 없다’며 취재 소스로 취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김성수) 주류 언론은 가족을 ‘눈물 나는 사연’을 뽑아낼 대상으로만 취급한 채 “듣고 싶은 얘기만 들었다”는 것이다.
“직접 배를 타고 구조 현장에 다녀온 가족이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라고 말하며 털썩 주저앉는 모습을 대다수 방송 카메라가 다 찍었다. 이런 장면 하나만 뉴스에 포함됐어도 언론 불신이 그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텐데…. 지상파 뉴스에서 이 장면을 내보낸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박봉남)
가족의 목소리가 지워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정부 브리핑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공적 정보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출입처 중심주의’ ‘패거리 저널리즘’이 고스란히 구현된 결과로 봐야 한다. “진도군청에서 열리는 정부 공식 브리핑을 들었는데 기자들의 질문 수준이 낮아서 정부 대변인이 나갈 때 붙잡고 따로 질문했다. 그런데 ‘기자단’ 안에서 ‘간사’ 역할을 한다는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가 제지를 하는 거다. 그런 현장에서도 ‘출입처’로서 관리하는 것 같았다.”(삼류기자)
“이종인씨에게는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질문하던 기자 몇몇이 정부 브리핑 때는 질문을 아예 하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부 브리핑에 허점이 많아서 질문이 꼭 필요한 순간이었는데도.”(김성수) 이같은 출입처 중심주의는 정치부 기자들이 여야 갈등 프레임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를 다룬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독립 또는 대안 언론인들은 전원 구조 오보에 버금가는 ‘최악의 보도’를 두 가지 꼽았다. 우선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농성에 나선 유가족에 대한 ‘신상 털기’, 그리고 유병언 및 구원파에 대한 보도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에서 비켜간 사안을 집중 취재·보도하면서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앞장섰다는 것이다.
“한 종편에서 ‘유민 아빠’가 청와대 면담 신청 때 욕설을 했다며 의 생중계 화면을 가져다 썼다. 그런데 생중계 전체를 보면 가족이 수십 일 단식한 몸으로 경찰과 몸싸움하면서 욕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맥락이 있다. 굳이 욕설 장면만 잘라서 강조한 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농성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신재관)
유가족 배·보상금 보도는 언론이 1년 전보다 더 나빠지는 상황을 대표하는 보도로 꼽혔다. 국민 성금, 민간 보험금 등을 포함한 액수인데도 사실 확인 없이 수치를 부각하고, 특별법 무력화 논란이 있는 정부 시행령안 입법 예고 직후에 배·보상금 액수를 발표한 ‘맥락’을 무시한 ‘받아쓰기’ 보도를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실종자 수가 줄어들면서 기성 언론은 진도 현장에서 철수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한 번 기사 쓰고 나면 죽이잖아요.” 미디어몽구는 주류 언론이 어떤 이슈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던 초기가 지나고 나면 ‘보도 아이템’으로서 ‘사망 선고’를 내리고 취재도 중단하는 관성이 세월호 참사에 자연스럽게 적용됐다고 봤다. “주변에 내가 ‘세월호 취재한다’고 그러면 ‘아직도 하고 있어요?’라고 묻는 기자들이 있어요. 광화문광장에서 가족들 단식농성 할 때 많이 봤던 친구인데도… 충격받았죠.”(박훈규)
현장과 가족을 떠난 주류 언론은 어떤 ‘퍼포먼스’(예: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 방문)가 벌어지거나 ‘달력성 기획’(예: 참사 100일, 1주기)이 필요할 때만 모습을 나타냈다. “정부도 문제지만 주류 언론이 가족들을 삭발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기네스북에 도전한다는 것도… 오죽했으면.”(미디어몽구)
“띄엄띄엄” 취재는 또 다른 ‘왜곡 보도’ ‘받아쓰기 보도’를 낳기도 한다. 2014년 11월11일,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의 수색 중단 발표 기자회견과 실종자 가족들의 ‘수색 종료 요청’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많은 주류 언론이 ‘가족의 아름다운 결단’으로 묘사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는 “‘실종자 가족 회견문’ 보니… 먹먹한 감동”이란 칼럼까지 썼다.
그런데 실종자 가족들과 꾸준히 관계해온 독립 PD, 가 함께 만든 다큐를 보면 사실관계와 맥락이 다르다. 가족들 다수는 수색의 또 다른 방안으로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한다는 정부 제안을 믿고 중단에 찬성한 것이다. 반면 공무원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끝나도 된다고 하실 때까지 (수색)할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2014년 5월4일)이 지켜지는 모양새를 연출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가족들은 정부의 ‘무능’을 겪어야 했다. 정부는 선체 인양 기술 검토 과정에서 가족 참여를 배제했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6개월이 지난 최근에 갑작스레 결과를 발표했다.
참사 1주기를 맞아 기성 언론은 “잊지 않겠습니다”를 부르짖었다. 그런데 보도는 가족들의 눈물과 슬픔을 담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팩트를 발굴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련 회의를 대부분 챙겨보고 있는데, 회의장에 가면 이슈 중심으로 취재하는 대안 언론 몇 명만 있다. ‘나와바리’(출입처)로 취재 활동이 나뉘는 주류 언론은 거의 찾지 않는다.”(김성수)
당일 뉴스에서 내보낼 딱 20초 분량출입처 중심주의는 계속해서 ‘구멍’을 낳는다. “가족들이 특별법 농성할 때도 언론은 당일 뉴스에서 내보낼 딱 20초 분량을 위해서만 찍고 돌아갔다. 1주기가 지나고 나면 언론에서 세월호는 사라질 것 같다.”(김시현) “대구지하철 참사 때 사고 1년이 지난 때부터 2주기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그때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분리·고립되는 모습을 봤는데, 이유가 ‘너네는 그래도 돈 벌었잖아’라는 시선 때문이었다. 정부가 자꾸 보상 문제로 덮으려 하고 언론이 그걸 받아쓰니까 가족들이 왜곡된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동네를 떠나는 거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이승구)
다수는 기성 언론의 재정 악화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존 광고 수익 모델은 무너지는데, 온라인·모바일 분야에선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는 현실이 저널리즘보다 회사 이익을 앞세우게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흥행’을 노리는 기사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사실 확인이나 현장 취재를 우선하기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흥미 위주의 보도를 다른 곳보다 빠르게 내보내는 데 신경을 집중하는 거다. 기성 언론에 소속된 기자 후배가 ‘선배, 뭘 취재하려고 하면 위에서 욕해요. 너 취재할 시간에 기사 3건은 올리겠다고요’라고 하더라.”(정락인) 기자들 용어로 ‘우라까이’(다른 기사 베끼기)라도 해서 빨리 기사를 올리라고 지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뉴스룸에서 기자 훈련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을까? “현장 감각이 떨어진 데스크들이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낮은 연차의 기자를 지휘하는데 보도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고 본다.”(정락인) 공영 언론의 경우 여기에 사장 선임에 정부가 개입하는 지배 구조 문제가 덧대진다. 전문적 훈련보다는 사내 정치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독립·대안 언론인들은 기성 언론의 이런 ‘현실’이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취재·보도 행태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고 했다. “1인 미디어로 나선 지 10년째다. 어떤 걸 올리면 조회 수가 많이 나올지 알지만, 10년을 해본 결과 내 게시물의 지향을 ‘공감과 사람’으로 잡게 됐다. 자극적인 것보다는 보는 사람들이 당사자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진실된 말을 느낄 수 있는 게시물을 우선한다. 조회 수나 반응(에 연연하기)보다 시대를 차곡차곡 기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1명이 볼 것 같더라도 100명이 볼 것처럼 정성껏 편집한다.”(미디어몽구) “우리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팩트 체크만 꼼꼼하게 해서 보도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다. 사실 확인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언론이 음모론 확산만 막아도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될 것 같다.”(김성수)
“우리 같은 사람들 얘길 주류 언론 사람들이 들을까요? 저 잘난 맛에 살 텐데.” 기성 언론의 폐쇄성과 특권 의식은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언론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속보성 기사가 보도 부분에서 충족해주는 것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보완할 게 뭔지 살펴봐야 한다. 언론 스스로 내부 비판은 왜 안 하나? (자신들에게는) 장막을 쳐놓고 그 앞까지만 얘기하는 걸 바꿔야 하지 않을까.”(정호길)
“있는 그대로만.” 가족들이 언론에 바라는 건 여전히 단 하나다. 심층·탐사 보도까진 기대하지도 않는다. 정부 발표를 ‘받아쓰기’하거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갇히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 보도”만 제대로 해달라는 거다. 주류 언론이 나서서 저널리즘 원칙의 기본을 흔드는 부끄러운 현실. ‘저널리즘 원칙과 윤리’라는 평형수를 뺀 채 뉴미디어 시대를 항해하는 한국 주류 언론의 모습은 세월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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