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봤을 때부터 이 영국 신사가 맘에 들었다. 영어로 장난스럽게 깐죽대는 전현무 앞에서 특유의 영국 발음으로 “캔 아이 기브 미 어 리틀 워터 플리즈”라고 말하며 점잖은 미소를 지었던 첫 등장 때부터. 이 선정한 탐험가라는 경력도 이 ‘젠틀한 영국 남자’에 대한 판타지를 완벽하게 충족시킨 요소였다. ‘영국 대표 비정상’ 제임스 후퍼 얘기다.
사실 뜨거운 설전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예능에서 점잖음은 그리 바람직한 요소는 아니다. 에네스, 줄리안, 다니엘 등은 폭발적인 입담이나 톡톡 튀는 개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임스는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치면 ‘비정상회담 명언’이 연관검색어로 따라나올 정도로, 이 토론 프로그램의 진정한 강자로 평가받는다. 혼전동거에 대한 2회 토론에서 유부남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고 신중한 의견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그의 존재감은 3회의 꿈에 대한 안건에서는 모든 출연진 가운데 가장 두드러졌다. ‘아주 작은 것부터 꿈을 향해 차근차근 준비하라’는 그의 발언은 언뜻 진부하게 들리지만,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의 힘겨운 과정에 대한 개인적 경험에 기반해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삶과 말의 일치가 수십 마디 미사여구보다 큰 울림을 준 좋은 사례다. 꿈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이유로 방영 4회 만에 하차한 것마저 그다웠다. 안타깝게도 제임스의 영국 발음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지만, 그가 보여준 진솔하고 진중한 토론 자세는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오래 기억해야 할 덕목으로 남았다. 김선영 TV평론가
남초 프로그램의 TV 장악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등 지상파 연예프로그램의 톱 차트는 거의 남성 일변도다. JTBC의 은 남성 MC들이 우르르 나와서 솔직발랄하게 야한 토크를 해도 ‘개저씨’로 빠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유재석의 도 정규 편성에 들어갔다. 이런 판국에 전세계에서 온 미남자들의 솔직 대담 이 만만치 않은 요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간단한 함수가 보인다. 포맷에서 미녀를 미남으로 바꾸고, 혼전동거 등 좀더 과감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스타일로 여성 초대 손님을 등장시켜 연애와 성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지만, 과도하게 늑대 냄새가 튀어나오지 않게 마무리한다. 멋진 외모의 다국적 미남자들로 여심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한 것 같지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생산해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출연진들은 자신의 포지션을 잘 안다. 솔직하게 말하라고는 하지만, 정말 술자리에서 말하듯 솔직해서는 곤란하다는 걸 안다. 게다가 민감한 문제에 모국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더듬더듬 말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가? 와 달리 어눌한 한국말로 백치미를 내보이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평균율의 개방성을 보여주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터키 유생’ 에네스가 돋보이는 결과가 나타난다. 어쩌면 그를 통해 ‘꽉 막혀도 매력적인 보수남’이라는 판타지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이명석 대중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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