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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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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글로벌 슈퍼갑질

아시아 각국 활동가들, 삼성의 불·탈법 행위들을 ‘말하다’
노조 파괴 시도도 한국과 다르지 않아 인도네시아 스다네노동정보센터(LIPS) 제공
등록 2013-12-21 13:42 수정 2020-05-03 04:27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삼성의 노조 파괴에 항의하며 한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인도네시아 스다네노동정보센터(LIPS) 제공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삼성의 노조 파괴에 항의하며 한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인도네시아 스다네노동정보센터(LIPS) 제공

‘말해진다’는 것은 중요하다. 말해지지 않는 것은 비밀이 되고, 말해질 수 없는 것은 권력이 된다. 비밀과 권력 속에서 폭력은 배양된다.

말해지지 않는 삼성을 ‘말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아시아 각국의 활동가들이 방한해 ‘글로벌 슈퍼갑’의 본국에서 삼성을 말했다(12월11일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 홍콩에 위치한 아시아노동정보센터(AMRC)와 아시아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아시아다국적기업감시네트워크(ATNC)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가스누출·산재·저임금 노동 등

‘한국에서 말해지고 있는 삼성’과 ‘아시아에서 말해져야 하는 삼성’은 다르지 않았다. 2013년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선 불산과 암모니아 가스 등이 잇따라 누출됐다. 유독물질 피해는 인도에서도 발생했다. 노동자교육센터(CWE) 창립자인 수랜드라 프라탑은 “인도 삼성전자 공장에서 2009년 9월 가스 누출 사고와 농약 중독으로 69명의 노동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노동자들 앞에서도 위험은 서성였다. 베트남 비정부기구(NGO)인 개발통합센터(CDI)의 동타이비엣안은 “삼성전자-베트남 노동자 2800명 중 80%가 여성인데 유산, 사산, 선천적 기형아 출산이 놀랍도록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중국 후이저우시의 삼성 하청업체 산쳉 홍지화학(잉크 등 스프레이 제품 생산) 노동자 4명은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비정상적으로 낮은 백혈구 수치를 보였다. 일부 일터의 경우 작업 환경이 열악해 피부 궤양 유발 가능성이 있었다고 조사팀은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씨는 ‘삼성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배가 고프다”(10월31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도네시아 삼성전자는 2800여 명의 노동자 중 800여 명은 파견직으로, 800여 명은 계약직으로 채우고 있다. 1600여 명의 비정규직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복지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견습생을 활용한 저임금 노동도 비용 절감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사디니노동자원센터(SLRC)의 아부 무파키르는 말·했·다.

“삼성은 삼성 직원들이 소유한 두 개의 직업학교를 통해 견습생을 파견 형태로 공급받는다. 17~19살인 견습생들은 교육생 신분임에도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업무를 하고 초과근무도 강요받지만 임금은 견습생이란 이유로 월 30달러만 받는다.” 수랜드라 프라탑도 “인도 공장의 생산노동자 절반이 견습생이다. 2~3개월마다 150~200명의 견습생이 떠나고 비슷한 수가 새로 들어온다. 삼성은 법적 노동자가 아닌 견습생을 고용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더 많이 말해져야 한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아시아에서도 관철시켰다. 지난해 10월21일 인도네시아 삼성전자에서 파견·계약직 노동자 200여 명이 노조를 결성했다. 사 쪽의 조합원 해고로 노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부 무파키르는 “삼성 하청업체에 설립된 8개 노동조합은 모두 위협, 전환배치, 해고 등 노조 파괴 공격을 받았다. 배후에 삼성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9일 노조 파괴에 항의하는 삼성 공장 점거 시도가 무산되자, 노동자들은 12월5일 한국대사관 앞에서 조합원 복직과 폭력배 고용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 시위를 벌였다.

삼성은 더 많이 말해져야 한다.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누군가의 입으로라도 말해져야 한다. 말해질 때만 ‘철갑을 입은 권력’은 ‘소통 가능한 권력’이 된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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