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호야, 사랑해. 관호야, 안녕. 잘 지내지.
오늘은 아빠가 관호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 겸 편지를 보내기로 했어. 아빠가 태어나 처음으로 왼손으로 쓰는 편지란다. 편지라기보단 그림이라고 하는 게 더 낫겠다. 여기까지 쓰는 데도 한참이 걸리고 온몸 여기저기가 저리다. 언제부터인가 왼손으로 글을 쓰고 이러저런 일을 해보고 싶었어. 이렇게 쓰지 않던 왼손을 쓰면 덩달아 쓰지 않아 퇴화된 여러 기관들과 뇌가 움직여져 좋아진대. 물론 그런 실용적인 이유보다 무엇보다 항상 왼손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늘 조용히 있는 나의 왼쪽이 궁금하기도 했어. 나는 왜 꼭 오른손으로만 젓가락질을 하지, 왜 오른손으로만 악수를 하고, 공을 던지고, 볼펜이나 붓을 들고, 작업을 하지. 왼손과 번갈아하면 좋을 텐데 왜 40여 년을 고집스럽게 오른손·오른발만 주로 쓰면서 살아왔지, 의문이 드는 거야.
내 몸 안에서도 차별이 있다는 거
이건 비단 손만의 문제가 아닐 거야. 아빠는 그렇게 살아오며 어떤 특정한 시각과 버릇 등에 길들여졌는지도 몰라. 편하다는 핑계로 익숙한 것 외에 낯설거나 다른 감각, 생각의 방향 등을 도외시하거나, 무시하거나, 함부로 평가하거나, 배타적으로 대해온 것은 아닌지 걱정되고 반성했어. 진즉 나와 다른 것들을 좀더 깊이 알기 위해 노력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반대로 나는 왜 내 안에 있는 무궁무진한 다른 능력들을, 다른 가능성들을 그냥 묻어버리고, 물어보지도 않고 살아왔을까. 왜 일부일 뿐인 나를 전체일 거라고 단정하며 살아왔을까. 왜 꼭 진지하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왜 어두운 면만 많을 거라고 체념했을까. 왜 전혀 다른 나들을 내 안에서 찾아내고 반짝 윤이 나게 닦으려 하지 않았을까. 왜 나의 전부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을까.
실제 자신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거나 새로워지지 않으면 외부 세계 역시 늘 똑같게 보일 거야. 그런 사람들은 절대 그 어디서도 새로움을 찾을 수 없어. 무미건조하고 단순한 삶을 재미없게 살다 갈 거야.
아빠가 오늘 이렇게 왼손으로 편지를 써보는 건 그런 반성 때문이야. 더불어 내 몸 안에서도 이런 차별이 있었다는 것, 반성 없는 일방향의 문화가 있었다는 것, 배제와 무지와 지적 게으름이 있었다는 것도 돌이켜보고 싶었어. 그렇게 내가 써오지 않았던 왼손에게 질문을 던지고, 써보며, 내가 그렇게 봐오지 못했던 사람들의 다른 면, 이 사회의 다른 면들을 겸허한 마음으로 보고 싶단다.
서툴고 느려도 기다려주는 사람
이렇게 왼손으로 처음 써보는 이 편지처럼, 이 글씨처럼 조금은 더디고 서툴고 느리고 삐뚤빼뚤인 사람, 또는 그런 일, 시간, 노력을 오히려 값지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런 이들과 시간 곁에서 오래 기다려줄 수 있는 아빠가 되면 좋겠다. 효율성이나 속도로, 결과적 이윤으로 사람들의 새로운 시도를, 시간을, 놀이를, 진정성을 다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왼손들을 함부로 하는 오른손들을 막고 싶다. 그래서 당분간, 아니 계속 왼손 쓰기를 해보려 해.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밥을 먹어보고, 양치질을 해보고, 내가 금세 하게 도와주겠다는 오른손에게는 아니라고 내가 느려도 해보겠다고 얘기하며 말이야.
무엇보다 그렇게 아빠는 관호의 마음을 알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친구가 되고 싶어. 늘 곁에 있으면서도 멀었던 아빠를 반성하며, 관호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의 편지이기도 하니 받아줄 거지. ^^
2012년 2월5일 부산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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