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부산서부경찰서 유치장. 오늘은 부산구치소로 이감되는 날. 나름 바쁜 날. 빨리 이 글을 쓰고 이사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들을 누구라 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름이 굳이 필요 없는 사람들. 하여튼 이들의 운명 역시 다르지 않다. 삭발·농성 등은 기본 매뉴얼이니 투쟁 축에도 이젠 끼지 못한다. 15만kw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고공농성, 이 정도는 해주어야 조금 하는 것 같고, 후원금도 조금씩은 들어온다. 연대오는 단위도 조금 는다. 거기에 더해 이들은 살짝, 고공에 단식을 패키지로 넣어주었다. 약간의 긴장이 더 올라갔다. 하지만 그뿐, 멀리 국회의사당의 머리가 보였지만, 그건 다만 풍경이었을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보과 형사들이나 뻔질나게 드나들 뿐, 그 흔한 교섭 한 번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퇴각해서 이번엔 새벽녘에 전격적으로 본사 건물을 점거했다. 아뿔싸, 보안등급을 너무 올려놔서 사진 한두 컷밖에 잡히지 않고는 경찰특공대들에게 끌려나왔다. 2007년엔 한 사람이 분신을 결행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 자리가 화인으로 남아 잊을 만하면 덧이 난다.
문제 해결 없는 콜트·콜텍
또 어떤 전문 시위꾼들이냐고, 그냥 기타를 만들던 순박한 노동자들이었다. 콜트·콜텍 기타 만들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사장 박영호는 한국 부자 순위 120위, 1천억원대의 자산가다. 그럼에도 이들은 2007년 모두 잘렸다. 잘린 뒤에 알고 보니 적자는 무슨 적자, 경영이 어렵다던 내내 연 순수익이 100억원대가 넘었다. 사람 자르는 것도 무슨 매뉴얼이 있는 것 같다. 콜트·콜텍 박영호 사장도 몇 년을 준비했다. 먼저 공장 라인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빼기 시작했다.
산업연수생 명목으로 현지인들을 불러들여 기술을 이전했다. 그러곤 준비 끝. 국내 공장은 완전 폐쇄였다. 인천의 공장 부지는 재개발 예정이다. 짧으면 십수 년, 길면 이삼십 년 창문도 없는, 양계장 같은 공장에서 유기용제 중독에 시달리며 기타만 만들던 사람들이다. 쫓겨난 지 5년여, 지금은 ‘산들바람’이라는 이름을 붙인 고추장·된장을 팔며 근근이 버텨가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서서히 죽어가는 동안에도 그들이 주문자생산방식으로 만들었던 펜더, 아이바네즈, 깁슨 등 세계 유수 상표의 기타들은 전세계에서 사랑을, 이해를, 공명을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참, 콜트·콜텍은 전세계 기타의 3분의 1을 생산하던 우량기업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것을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저임금·비정규 노동자 3천여 명이 생산하고 있다.
이들 콜트·콜텍 노동자와 친구가 된 지도, 동지가 된 지도 이제 막 4년여째로 넘어가는가 보다. 그간 우리는 전세계로 6회에 걸친 해외원정 투쟁을 다니기도 했다. “기타는 착취가 아니라 해방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톰 모렐로를 비롯한 전세계 음악인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지난해엔 전세계 음악팬 15만여 명이 모이는 ‘후지록페스티벌’ 사무국의 초청을 받기도 했다. 다큐 1탄 에 이은 2탄 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올해는 전국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직 아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올해 ‘희망의 버스’가 아니었다면 내가 사랑하는 벗들과 나는 아마 그들 기타만들던 노동자를 위한 국제 록페스티벌을 조직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7시
아, 시간이 없다. 구치소로 가야 한다고 마지막 10분을 준다. 마쳐야 한다.
곧 연말이고 크리스마스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몇 년째 홍익대 앞 ‘클럽 빵’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콘서트가 열린다. 늘 소박하고 빈자리가 많다. 다른 삶의 노래를 위해 조금씩은 더 그 빈자리들이 차올랐으면 좋겠다. 한진처럼, 콜트·콜텍 그들도 끝내는 이기고야 말리라.
송경동 시인
*한진중공업 ‘희망의 버스’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구속(특수공무집행방해 등)된 송경동 시인이 지난 11월28일 옥중에서 등기우편을 통해 자필원고를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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