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보내는 느낌은 여느 해와 다르다. 설렘 속에 맞았던 21세기의 첫 10년(2001~2010년)을 한꺼번에 떠나보내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기억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달뜬 불안감 속에 맞이했던 2000년은 실상 21세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은 2010년 송년기획이 아니라 지난 10년을 보내는 기획을 마련했다. ‘21세기 첫 10년의 인물·사건·사물·열쇳말’을 선정했다. 각계 전문가 100명이 답한 설문 결과는 48쪽부터 시작되는 특집 기사에서 확인하시면 된다.
이 지면에서는 똑같은 질문에 대해 거시적 차원의 답변 대신, 사고의 범위를 개인사 혹은 사로 좁힌 나름의 답변을 해보려고 한다. 이번호 을 받아든 세밑의 어느 날, 독자 제현께서도 잠깐의 짬을 내 자신의 답변을 적어보며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1-1. 지난 2001~2010년 가장 중요한 인물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바로 그대. 읽는 이가 없었다면 기자들의 몸 던진 취재와 날밤 새우는 마감의 결과물은 갈 곳을 잃었을 터.
1-2. 지난 10년 동안 당신을 웃게 한 사람은?
기자들. 몸 던져 취재하고 날밤 새워 기사를 썼고, 그렇게 나온 한 권의 잡지를 읽을 때는 늘 즐거웠으니.
2-1. 지난 2001~2010년 가장 중요한 사건은?
842호 발행. 2001년 신년호인 340호부터 한 주에 한 번씩 무려 503번을 찍어온 발자국에는 지난 10년의 중요한 사건과 논쟁과 삶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2010년 송년호 발행은 독자와 함께 꿋꿋하게 걸어온 지난 10년의 기념비이므로.
2-2. 지난 10년 동안 과대평가된 사건은?
….
3-1. 지난 2001~2010년 가장 중요한 사물은?
내 컴퓨터. 글쓰기 도구이므로.
3-2. 지난 10년 당신이 부숴버리거나 찢어버리고 싶었던 사물은?
내 컴퓨터. 글쓰기 도구이므로.
4-1. 지난 2001~2010년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죽음. 9·11 테러와 한반도에서 여러 차례 일어난 군사적 충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경제위기에 내동댕이쳐진 가장들의 자살, 무고한 아이들의 피살…. 실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은 지면은 없었다. 기사가 뉴스이자 역사이자 문학이어야 한다면,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궁극의 화두, 죽음. 2010년 송년호 표지이야기 역시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채우는 게 독자에 대한 예의를 벗어난 것은 아니리라.
4-2. 이후 10년을 상징할 키워드는?
생명, 이었으면 좋겠다.
5. 2001~2010년 가장 기억에 남는 해는? 이유는?
2003년. 내 옆에 하나의 생명이 태어난 해.
6. 1991~2000년과 비교하면 2001~2010년은?
그래도 좋았다. 점차 퇴행의 암흑기가 짙어진다고 해도 거기에서 단 한 줌의 햇볕으로도 싹을 틔우는 미래가 숨어 있다고 여기기에. 다가올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에는 그 작은 생명이 무럭무럭 자라나 건장한 청년이 될 것이라고 희망하기에.
편집장 박용현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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