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표들 자매현 왜곡교과서 불채택 활동… 일부 기초의회에서 채택 않기로 결정
최근 구마모토현 기쿠치군 기쿠요정(町)의회(우리나라의 기초의회)의 회의결과가 알려지자 구마모토를 방문해 왜곡교과서 불채택 활동을 벌이고 돌아온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방문단원들의 표정이 일순 환해졌다. 지난 6월15일, 기쿠요의회는 14일 문교후생위원회가 채택을 결정한 ‘역사왜곡교과서’를 놓고 본회의를 열어, 출석의원 20명 중 다수의원의 찬성으로 이 지역 중학교 역사교과서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7∼9일까지 충남지역 교사, 농민, 목사 등 각계각층 대표들로 구성된 ‘일본 역사왜곡교과서 불채택을 위한 구마모토 충남방문단’(단장 정수용 전농충남도연맹 의장) 일행 10명은 일본 구마모토현청(도청)을 비롯해 시·정을 돌며 문제의 왜곡교과서를 채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2박3일 동안 방문한 지역은 1개 현, 1개 광역시, 5개 시·정에 이르고 지역마다 자치단체, 지방의회, 교육위원회를 방문하는 강행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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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각층 20여명 2박3일 동안 방일
이들이 이 지역을 선택한 것은 충남도와 구마모토현이 18년째,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평화헌법을 살리는 구마모토 현민의 회’가 5년째 자매결연을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별 교육위원회에서 교과서 채택 권한을 쥐고 있어, ‘새역사교과서’가 아이들의 책상 위에 펼쳐지느냐의 여부가 자치단체의 선택에 달려 있는 점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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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기간 동안 일본 행정기관들이 보여준 답변은 의례적이었다. 첫 방문지인 구마모토현청에서는 “현 지사에게 방문단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에서는 교육장을 대신해 교육국 차장이 나와 “한국인에게 많은 피해를 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가르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했을 뿐, 왜곡교과서 채택 여부에 대한 언급은 끝내 회피했다.
실제 구마모토현은 일본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가장 보수우익적인 고장으로 이름나 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장본인들의 대다수가 그곳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임진왜란 때 조선침략의 장수로 알려진 가토오 기요마사를 기리는 신사가 지금도 구마모토시내에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시·정·촌 의회 가운데 왜곡역사교과서를 채택하라는 우익단체의 진정서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충남방문단은 그럴수록 여러 자료를 제시하며 설득작업을 벌였고, 과거 역사의 진정한 반성을 통해서만 양국의 평화선린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나아가 양 지역 시민단체는 구마모토현 안에서 무더기로 왜곡된 역사교과서가 채택될 경우 충남도와 구마모토현간 자매결연 협정 파기 등을 포함한 후속조처를 요구하기로 결의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방문단이 값지게 생각하는 또다른 성과는 교과서문제에 대한 구마모토 시민들과의 교감이다. 첫날 저녁 구마모토현에서 열린 ‘방문단 환영회’에는 시민단체 회원과 현민 50여명이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양 지역 민간단체간 공동선언문을 채택해 “교과서문제가 일본의 재침략 야욕과 맞닿아 있다고 단정한다”며 “양쪽 민(民)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잘못된 선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교과서 채택을 막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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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라오시와 야스시로시에서도 잇따라 시민들의 환영모임이 열렸다. 특히 야스시로시에서는 방문단의 교과서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즉석에서 ‘교과서 네트’ 조직이 결성됐다. 이에 따라 구마모토현에서 ‘교과서 네트’가 결성된 곳은 야스시로시 외에 기쿠치시, 구마모토시, 히토요시, 아마크사, 미나마타 등으로 늘어났다.
“자치단체들이 직접 대응해 채택 막아야”
충남지역 10개 시·군시민단체 연대체인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대표로 방문단에 참여한 권정안(45) 공주대 교수는 “방문단의 활동은 왜곡교과서 불채택운동의 새 모델이 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일본의 한 시민단체 간부로부터 ‘한국 자치단체는 왜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각 지방자치단체나 학교를 통해 대응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 자치단체와 일본 자치단체간 자매결연을 맺고 곳은 일본 규슈지역만도 80여 곳에 이른다. 각 지역교육청과 학교별 자매결연의 경우는 숫자 파악이 어려울 만큼 많다.
이번 방문단에 참여한 예산주민연대 성기원(36) 사무국장은 “일본 내에서는 이미 왜곡교과서가 지방자치단체별로 속속 채택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응과는 별도로 각 자치단체별 직접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안=박현식/ 천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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