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고향을 찾은 섬진강 연어

등록 2000-12-21 00:00 수정 2020-05-03 04:21

3년 전에 방류한 시마종 3년생 회귀… 1960년대 이후 첫 경사

섬진강에 연어가 돌아왔다. 최근 섬진강에서 잡힌 연어를 분석한 결과, 지난 98년부터 방류해온 시마(sima)종인 것으로 확인돼 남도를 달뜨게 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 섬진강변 주민들은 “1960년대 이후 처음 있는 대단한 일”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 수산시험연구소 장용칠(44) 계장은 지난 11월 섬진강에서 잡힌 수컷 연어를 조사한 결과 “그동안 섬진강에 방류했던 시마종 3년생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계적으로 연어 회귀율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이처럼 많은 연어가 목격된 것은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회귀율 떨어지는 추세

섬진강변에 살고 있는 어부 강선주(60·전남 구례군 토지면 외곡리)씨는 지난 11월26일 은어를 잡으러 갔다가 그물에 걸려 있는 연어를 발견했다. 무게 3.2kg 길이 63cm 되는 수컷이었다. 이 연어를 잡고나서야 강씨는 아침 6시께나 저녁 해질 무렵 ‘한길씩’ 뛰어오르는 고기들이 연어였음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강씨의 부인도 “연어가 서너 마리씩 뛰어젖히면 정말 볼 만하다”고 거들었다. 강씨가 연어를 잡은 곳은 3년 동안 연어치어 100만 마리를 방류했던 섬진강 간전교 부근이다.

전남도 수산시험연구소에 따르면 이 밖에도 지난 11월18일 섬진강에서 주민 손영진(57·경남 하동군 화개면)씨가 그물에 걸린 길이 47cm 무게 1kg의 수컷 연어 1마리를 잡았고, 20일에도 서주상(40·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리)씨가 화개장터 밑 섬진강에서 물 위로 뛰어오르는 연어 10여 마리를 목격했다고 한다. 아직 많은 양은 아니지만 수십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연어가 발견되고 있어 주민들의 기대는 크다.

이에 전남도와 섬진강어족환경보존회는 해양수산부로부터 12월30일까지 연어포획 허가를 받아 구례군 간전교 인근에 연어를 잡기 위한 그물을 설치했다. 전남도는 이 그물에 다수의 연어가 잡힐 경우 채란과 수정과정을 거쳐 장성내수면시험장에 설치된 부화기에서 연어치어를 부화시킨 뒤 양생해 내년 3월께 방류할 계획이다.

모천 회귀 어종인 연어가 섬진강에서 자주 목격되는 것은 3년 전부터 실시해온 연어 방류 덕분이다. 전남도와 섬진강어족환경보존회, 연어사랑시민모임 등은 98년부터 매년 3월이면 섬진강에 30만∼40만 마리씩의 연어새끼를 방류해왔다. 이 연어치어는 강원도 양양내수면시험장에서 부화한 연어새끼들로, 지금까지 방류한 게 모두 100만 마리에 이른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연어가 잡히면 당분간 식품가공보다는 방류에 치중할 것”이라며 “새해부터는 연어치어 방류량을 40만∼60만 마리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물 좀 보시오. 이렇게 큰 강이 이토록 맑은 곳 봤습니까? 전국에서 유일하게 숨쉬는 강이 섬진강입니다. 올해에는 1급수 판정을 받았죠. 앞에는 백운산, 뒤에는 지리산을 끼고 있어 맑은 물이 흐를 뿐 아니라 여울이 많아 자동정화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참연어 등을 5억 마리씩 방류하고 있듯이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대량으로 방류해야 합니다.”

연어들의 고향, 섬진강을 위하여…

섬진강어족환경보존회 회장 장용옥(49·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남리)씨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수입산이 아닌 우리 손으로 잡은 연어를 식탁에 올리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섬진강을 출발한 치어가 3∼4년 만에 어미로 돌아와 산란하기까지는 약 4만6천km라는 긴 여행을 한다. 봄날, 쿨렁쿨렁 물결따라 떠났다가 늦가을에 돌아오는 연어. 그들을 위해 강변사람들은 오늘도 기도를 한다. ‘섬진강 5백리, 연어들의 고향이 되게 하자.’

광주=글·정금자/ 프로덕션 엔터닷컴 기자

사진 형민우/ 프로덕션 엔터닷컴 기자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