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파문을 일으킨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제법 쓸모를 보여준 경우도 있었다. 이 단독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이 이를테면 ‘을’의 관계에 있는 기관의 관계자한테서 식사 대접이나 선물을 받는 등 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포착해 권익위 쪽에 이첩했다( 기사 참조).
옛 부패방지위원회의 맥을 잇는 기관인 권익위로서는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됐다. 또 비위 사실을 이첩받고도 해당 직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니, 이재오 당시 권익위원장도 면목이 없게 됐다. 7·28 재보선 서울 은평을 선거전을 앞두고 악재로도 작용할 것 같다. 어쨌든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런 성과만 줄곧 냈더라면, 지금처럼 그 존재 이유를 의심받는 불행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공직자, 특히 고위 공직자나 권력의 핵심부에 자리한 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비위 사실에 대한 일종의 사찰을 벌이는 것은 어찌 보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과거 정권 말기마다 터져나와 정권을 풍비박산낸 대형 게이트들은 대개 대통령의 아들들이나 정권 실세, 고관대작, 그들의 친인척, 그들에게 붙어 일확천금을 노린 사업가 등과 연루됐다. 이들을 둘러싼 각종 비리의 낌새를 제때 포착해 사전에 방지 장치를 작동시켰다면 정권의 불행한 말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껍질이 벗겨지고 있는 음험한 사찰 방식으로는 그런 목적을 이룰 수 없을 게 뻔하다. 가장 큰 이유는 사찰 대상이 돼야 할 인물들이 사찰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권 실세로 최고의 권력을 구가하는 이들이 사찰 스캔들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의 사찰 스캔들이야말로 진즉에 사찰 대상이 됐어야 할 일이다.
또한 긍정적 의미의 사찰이 이뤄지려면 그 담당 기구 구성과 운영이 투명해야 한다. 국무총리실 직원들조차 누가 공직윤리지원관실에 근무하는지 모르는 식으로는 안 된다. 여당 국회의원 사찰에 정보기관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10년을 거슬러 올라간 과거에 자주 듣던 이야기다. 정권의 이해에 휘둘리지 않고 곡직을 분명히 따져 엄격하게 정의를 세우는 건, 여야의 승인과 시민사회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중립적 인사에게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런 조건이 갖춰진다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발전적으로 재편·육성하라는 주문도 가능할 듯싶다. 정의로운 사찰 기구, 그런 건 그저 한여름밤의 개꿈 같은 것일까.
편집장 박용현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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