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010은 눈이 큰 얼굴, 혹은 눈이 볼까지 처진 얼굴을 닮았다. 그 얼굴이 욕심이 많다. 이동통신의 역사 속에서 가장 나중에 나온 것은 010뿐이다. 그리고 최후에 남는 것도 010일 것이다. 011, 016, 017, 018, 019는 다 알다시피 이동통신 번호다. 012와 015는 ‘삐삐’에 붙은 식별번호다. 왜 012, 015를 꼭 집어 삐삐 번호로 했는지, 소비자는 모르는 일이다. 그나저나 누가 알지…. 013과 014는 이동통신사들이 선택을 하지 않은 번호인데, 013은 ‘문자통신’이라는 소소한 서비스에 쓰이고 있다 한다.
2004년 1월1일 010은 대대적으로 등장한다. 도대체 왜? 기존 번호가 부족하다는 것이 맨 처음으로 꼽힌 이유였다. 하지만 있는 번호에다 추가해야지, 기존 번호를 싹 버리는 게 도움이 될까. 이때 이미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90%가 010을 쓰는 시점(2008년으로 예상)에 ‘강제 통합’한다는 플랜이 마련되어 있었다. 010 다음에 네 자리가 있기 때문에 번호풀은 10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011, 016, 019 다음에도 네 자리 번호를 마련할 수 있다.
브랜드화를 방지한다는 명목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010 사용자를 위한 ‘브랜드화’ 전략을 각 통신사는 마련하고 있다. 컬러링 앞에 브랜드별 식별음을 넣는 따위다. 또 브랜드화가 뭐가 그리 큰 문제인지도 사실 이해가 안 간다.
소비자가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고도 전화번호를 누를 수 있어 혜택을 본다는 말도 했다. 010 제도 시행 전 권영세 의원실에서는 실제 이동전화 착발신 통화량을 분석하기도 했는데, 혜택을 보는 통화량은 21%라고 발표했다. 번호저장 기능을 이용하면 식별번호 누르는 게 불편할 일이 없다.
올 1월30일 통계에 따르면 010 가입자는 55%를 차지한다. 이런 추세면 올해 말 70%에 달한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옛 정보통신부)는 010 번호 사용자가 전체의 80% 선에 이르면 010을 제외한 기존 식별번호를 강제로 폐지할 방침이다. 90%보다 더 낮아졌다. 바뀐 번호로 착신전화 서비스는 한 달에 3천원. 번호를 바꾸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바꾸고 싶은 사람만 바꾸면 되지 않나. 안 그래도 바뀐 번호 때문에 고생인데(메일 보내고 메시지 보내고 명함 찍고 등등) 통신사한테 돈 갖다바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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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