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석궁[s∂kkuŋ] 명사

활의 하나. 철포가 나오기 전 15세기 말까지 중세 유럽에서 사용되다가 2007년 1월 난데없이 서울 송파구에 출몰한 무기. 이날 아파트 2층 계단에서 박홍수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기다리던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손에 들려 있던 무기다. 박 부장판사는 김 전 교수의 재임용 탈락이 정당한지 여부를 재판하던 이였다. 화살이 박 부장판사의 배에 스쳤느냐, 꽂혔느냐, 튕겨나갔느냐로 시끄럽다.
김 전 교수의 명중률은 높지 않다. 첫 발은 고속버스터미널 앞 식당처럼 4년짜리 뜨내기 손님을 쉽게 보는 대학을 향했다. 김 전 교수는 1995년 1월 성균관대 입시 본고사 수학2의 7번 문제가 잘못 출제됐다고 말했지만, 이 사태는 ‘모범 답안’을 내놓고 끝났다. 그리고 1월26일 수학과 교수들은 김 전 교수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제출했다. 성균관대는 그를 부교수 승진에서 탈락시킨 데 이어, 이듬해 연구 소홀 등의 이유로 재임용에서마저 탈락시켰다.
한 발은 수학의 양심을 향했다. 전국 44개 대학 수학과 교수 189명의 연판장과 외국 수학자들의 항의 편지는 수학 문제의 오류를 주장했지만, 법원이 사실 조회를 요청했을 때 대한수학회와 한국고등과학원은 “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89명은 말했다. 유명 저널에 세 편의 논문을 낸 김 전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한다면 부교수로 승진할 수 있는 수학자가 몇이나 되겠냐고.
다음 한 발은 사법부를 향했다. 석궁 사건이 일어나자 2006년 1월19일 비상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렸다. 석궁 사건은 사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위협으로 규정됐다. 법원의 호들갑을 잠재울 활 소리는 나지 않았다. 재임용 관련 재판에서 판사는 김 전 교수의 학자적 자질은 인정이 되나 인성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판사는 모른다. 인성이 좋을 뿐인, 학생들의 엉뚱한 질문에 자동반사적으로 “오, 굿 퀘스천!”(오, 좋은 질문!)이라 응답하고는 그만인 미국 중부 대학의 예의 바른 교수들을. 판사는 교실에 있지 않았으니 더더욱 말할 수 없다. 그 애매모호한 인성에 대해서. 논문 표절 혐의가 있어도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되고, 논문 성과를 내도 김 전 교수는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쏘아도 눈 하나 꿈쩍 않는 세상에선 원칙 없는 정치력이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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