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자유기고가 groove5@naver.com
표절〔pjoζ∂l〕명사.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씀.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국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규제되는 게 이상적이지만 한국 사회의 고질병은 자연 치유되지 않는다. 문화관광부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부터 ‘표절 방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했고, 최근 ‘영화 및 음악 분야 표절 방지 가이드라인’이 완성됐다. 가이드라인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판단하라’고 말한다.
“꽃 피는 미륵산에 봄이 왔건만/ 님 떠난 충무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김아무개씨가 작사한 의 첫 부분 가사이다. 어디서 들은 것 같다. 가수 조용필의 히트곡 의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의 ‘노가바’로 들린다. ‘충무항’은 ‘원조’를 내세우며 ‘부산항’을 상대로 소송을 했고, 2007년 6월 항소심에서 의 작사가 황모씨가 1억6천만원의 합의금을 주는 것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원작사가가 누구라고 판시하지는 않았다.
최근 TV 드라마 의 작가로 유명해진 로맨스 소설가 이선미씨가 쓴 다른 소설 의 일부분이 소설가 조정래씨의 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자 작가가 공개 사과를 했다. 작가는 사과문에서 애송이 시절, 메모지의 내용이 남의 것을 옮겨 적은 자료인지 머리를 스쳐간 내 아이디어인지 구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설에 옮겨 적었다며 착각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2008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운영위원장 이두식 홍익대 미대 교수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에 “각주를 달지 않아 죄송하다”고 말한다. 박진영은 신곡 의 가사 표절 시비에 “황당하다”고 말한다. 고등학생은 인터넷 검색창에 ‘수행평가’를 치고 대학생은 ‘리포트’를 친다. 관련 사이트는 돈을 받고 독후감과 과제물 내용을 공급한다. 표절로 밥벌이가 가능한 사회에 사는 것은 우매한 우리에겐 크나큰 축복?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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