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2006년 12월31일에서 2007년 1월1일로 넘어가는 순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있었는가, 해돋이를 바라보고 있었는가. 아니면 혹시,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드디어 2007년이네~ 사랑하는 친구들아, 올해도 잘해보자” 라든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난 한 해 배풀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와 같은 문자를 대량 발송하진 않았는가?
2007년 1월2일의 기사를 보자. 제목이 ‘배달 지연 새벽 문자에 부부싸움 “애인이야?”’다. 1월1일 자정에 새해 인사 문자가 범람하다 보니 배달이 지연되어 새벽에 가서야 문자가 전송됐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자영업을 하는 정아무개(46)씨가 부인의 오해를 받아 부부싸움을 했다니, 기사가 소설이 아니라면 그 부부관계의 퍼석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아무튼 다시 이런 시즌이 들이닥쳤다.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뉴 이어” 문자들이 12월25일과 1월1일 언저리에 쏟아진다. 사람에게 오는 이메일이 없어 열어보지 않던 메일함도 이 시즌에 열어보면 제목까지 비슷비슷하다. 그들은 나를 고객님, 동문님, 회원님 등으로 우아하게 지칭한다. 나의 새해를 축복하는 듯하고 간혹 내 이름도 적혀 있지만 내게만 온 메일은 아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대통령 당선사례 현수막처럼 나도 보라는 거긴 하지만 나한테 하는 얘긴 아닌 것 같단 말이다.
이 지점에서 ‘그런 문자나 이메일이 어디냐’는 반론, 가능하다. 카드나 연하장 안 사니 돈 안 들어 좋다는 주장도 접수한다. 나 역시 한동안 ‘단체문자족’이었다, 가 아니고 지금도 그렇다. 내가 먼저 보냈기에 밀려들어오는 새해 인사 메시지들 앞에서조차 흐뭇해진다. 사람들과 문자 쓰나미에 함께 쓸려다니면서 소속감과 안정감,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도 이맘때쯤 단체문자 티가 팍팍나는 메시지를 받고 나면 답 문자 쓰기를 포기하고 싶어진다. 메일함도 문자함도 소복하지만 텅 빈 듯하다.
이동통신사들은 벌써부터 비상근무와 상황실 운영, 이동 기지국 세우기, 긴급 출동 등을 준비했다. 네이트온·MSN 등의 무료문자 서비스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20개)으로 특정일에 단체문자를 제한한다. 그래도 모두들 ‘그날’이 오면 손가락을 바삐 움직일 테니 ‘막힘 현상’은 불가피할 것 같단다. ‘자영업을 하는 정아무개씨’는 필히 전화기 꺼두고 주무셔야 한다.
개인적으론 ‘단체문자족’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다. 생각을 하던 중 동료가 메신저로 사이트 주소를 하나 주기에 클릭했다. 자기 얼굴 사진으로 만든 코믹 동영상 카드다. 지난해부터 유행한 ‘손쉽게 만드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다. 그래, 이거다. 따뜻하지도 않을 문자를 날리느니 올해는 차라리 웃겨라도 주련다. 그리고 방법이 또 하나 있다. 이번엔 방법이라기보단 ‘꼼수’에 가깝다. 문자도 이메일도 그렇게 대량 발송할 거라면 차라리 불특정 다수에 대고 외치련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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