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오전 8시9분. 네이버 메인에 기사가 떴다. ‘이모티콘 만드는 사람들’에 관해 내가 에 쓴 기사였다. 그 전주 메인에 소개됐을 땐 유쾌했지만 네이버 메인에 올랐을 땐 불안했다. 과연. 리플이 아래로 늘어질수록 ‘악플’(악성 리플)의 개수도 강도도 올라갔다. 메인 사진이 자신들의 얼굴로 이모티콘을 만든 고등학생들 사진이었는데 ‘어김없이’ 아이들에 대한 맹목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악플러들은 늘 그렇듯 외모를 비하하고 인격을 모독했다. 오전 11시45분, 사진의 주인공이 내게 다급히 메일을 보내왔다. “저야 욕먹어도 괜찮지만 친구들까지 욕먹으니 제 입장이… 부모님들도 인터넷 하시는데… 기사를 어디에 싣든 기자님 마음이겠지만 저희 입장을 배려해줄 순 없었나요.” 원망이 가득한 메일이었다.
바로 전화를 했다. 우선 미안하다고 한 뒤 ‘네이버에 기사를 보내고 어떻게 배치하는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 변명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대로 뭐든 해보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낮 12시 몇 분 전, 콘텐츠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에게 네이버에 연락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한 뒤 점심 시간에도 자리에서 기다릴 테니 연락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12시22분, 해당 기사의 리플이 전부 삭제됐다. 그 자리에 ‘댓글쓰기 차단’을 안내했다. ‘이 기사는 댓글을 통한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인격권 침해, 명예훼손 등의 우려가 있어 댓글쓰기를 제한합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닌 것마냥 정신이 없었다. 다시 학생에게 전화를 했다. 수업 중인 듯, 전화를 받고는 말이 없다. 문자를 남겼다. ‘댓글은 삭제·차단됐어요. 본의 아니게 상처 줘서 미안해요.’ 그러나 아까의 전화 목소리로도, 그 뒤의 무반응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상처받았다는 것을. 갑자기,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들을 세상에 소개했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를 욕하는, 기자를 욕하는 댓글이라면 감내하겠지만 즐겁게 취재에 응해준 사람들이 이유 없이 비난받는 것은 괴로웠다. 자신들의 표정을 촬영해 이모티콘을 만들었던 발랄함이 행여 위축되진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악플은 이기심 위에 탄생한다. 남이야 상처를 받든 말든, 지금 이 순간 내 쾌락만 채워지면 그만이다. 내가 누군지 어떻게 알겠어, 욕설을 남기고 나면 거기에 더 독한 악플이 꼬리를 문다. 댓글 수가 많아지면 이 기사는 ‘인기 있는 기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도 나온다. 포털 노출에 눈먼 일부 언론매체가 ‘낚시 제목’을 붙이거나 악플을 유도하는 듯한 내용의 기사를 쓰는 까닭이다. ‘악플 놀이’는 포털 뉴스의 부흥에도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 악플 관리?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기에 바쁘다. 결국 우는 사람은 악플의 공격 대상이 된 사람뿐이다. 우리는 그동안 ‘악플의 아픔’에 못 이겨 자살했다는 이도 봤고, 고소로 맞대응하며 아픈 만큼 분노를 뿜어내는 이도 봤다. 누군가의(어쩌면 당신의) 손끝에서 뻗어나온 가시는 너무도 많은 이들을 깊숙이 찌르고 있다. 아팠고, 미안했고, 답답했던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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