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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누구냐, 노역 일당 1억원

등록 2007-11-09 00:00 수정 2020-05-03 04:25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font color="#00847C">“세상 다 그렇잖아!” 뒷자리 선배는 인생 다 살았다는 목소리로</font>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렇긴…, 그렇죠.” 어느새 기자 생활 6년, 햇수로는 7년. 인생 적당히 그런 것이고, 돈이면 안 되는 일이 대개 없고, 사람들은 소신을 꺾고 성질 죽이며 무난하게 살아간다는 것 잘 알고 있다. 떠오른 것은 6년 전의 추억이다. “그러니까 노역장 유치제도라는 게 있어요. 기자 양반이 그것도 모르시나.” 초년 기자 시절 경찰서 형사계 당직 데스크를 맞았던 고참 경사가 역시 심드렁한 소리로 말했다. 노역장 유치란 죄를 짓고 벌금형을 받았을 경우, 돈을 낼 수 없으면 감방에서 일하며 몸으로 때우는 제도를 말한다. 일당은 대략 5만~6만원. 눈앞이 먹먹해 기사 아이디어를 낸 뒤 선배들에게 한 소리 들었다. “그거 너만 빼고 다 아는 얘기야, 인마!” 얼마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선병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노역 일당이 많은 사람은 최고 1억원, 적은 사람은 최하 3만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이 3333일에 걸쳐 채워야 하는 일을 누구는 하루 만에 끝낸다는 말인데, 1억원짜리는 몸에 금가루를 뿌리고 일한단 말이냐. 상식적으로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은 것들은 조금씩이라도 고치며 살자.

<font color="#00847C">그사이 다른 한편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꼴깝’이 이어지고 있었다. </font>주인공은 대략 20%의 저조한 투표율에 기대 40~50%의 득표율로 당선되신 우리의 구의원·시의원님들. 그들은 전체 유권자의 5~10%의 표를 받아 영광스런 ‘의원’ 배지를 다신 뒤, 하루가 멀다하고 의정비 올릴 궁리만 하고 계시다. 의원님들이 주장하시는 의정비 상승률은 대략 30~40%로, 인상액을 포함한 연봉은 대략 4천만~6천만원이다. 백번 양보해 그들이 똑 부러지게 일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배가 무지 아프겠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눈감아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원들이 제 손으로 발의한 안건은 전체 안건의 5% 안팎, 하루의 가장 큰 고민은 “오늘은 어디 가서 뭘 먹을까”이다. 매달 날아오는 카드값 막기도 바쁜 국민들이 어느 세월에 그분들의 횡포를 단속할 수 있단 말인가. 삼각산이 부르르 떨고, 한강수가 거꾸로 흐를 일이다.

<font color="#00847C"> 역시 삼성이야. 강호의 고수들은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font> 수억도 아닌, 수조도 아닌, 수십조원의 이권이 달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시행권을 따낸 것은 다름 아닌 ‘삼성물산-국민은행 컨소시엄’, 그들과 진검 승부를 펼친 뒤 패한 사람들은 ‘프라임개발’ 컨소시엄이었다. 사업주는 용산역세권 터의 땅 주인 코레일. 지금까지 이뤄진 대규모 개발사업의 전례를 볼 때 수십조원이 오가는 거대한 사업에 여러 잡음이 들려올 것이 뻔하고, 잘못하다간 여러 관계자가 수갑 찰 수도 있다. 어차피 땅 개발해 돈 먹겠다고 결심한 코레일에 딴죽 걸 마음은 없다. 어차피 서민들과는 관계없는 일인 만큼 깨끗하고 공정하게 사업 잘 진행하셔서, 남은 우수리로는 고속전철 건설 부채 갚으시고 철도 서비스 개선하시길 바란다. 청진기 대보니 걱정돼서 그냥 한번 해보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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