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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남태희 현상

등록 2007-08-31 00:00 수정 2020-05-03 04:25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영상미디어팀 pjc@hani.co.kr


“진짜 여자 아닌가. 중학생 아냐? 발육 미달? 김태희는 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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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태희를 닮았고 김태희처럼 ‘섹시’하게 춤을 추는 한 남자 고등학생이 화제다. 그의 진짜 이름은 본인이 알리기를 꺼려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자 김태희’란 뜻에서‘남태희’로 불린다. 그가 출연한 ‘남태희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3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최고 인기다. 김태희의 섹시 댄스로 화제가 됐던 한 전자제품 회사의 휴대전화 광고를 패러디한 42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남태희는 김태희처럼 입고 김태희처럼 춤춘다. 초미니스커트에 어깨가 드러나는 하얀 블라우스,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빠른 음악에 맞춰 섹시한 춤을 추는 장면에선 영락없는 ‘여자’다. 그러나 잠시 뒤 춤을 추던 ‘여자’가 테이블 위 전화를 받으면서 가발을 벗으니 짧은 머리가 드러난다.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도 남자에 가깝다.

남태희는 이 회사가 새로 내놓은 휴대전화 모델이다. 이 휴대전화는 같은 모델에 14가지 다른 색상을 입힌 제품이다. 제품을 홍보하려고 14가지 색깔마다 독립된 스토리를 가진 동영상을 만들었고, 남태희는 14가지 색 가운데 마젠타를 대표하는 이미지 모델이다.

남태희가 모델로 발탁된 과정은 흥미롭다. 남태희는 지난해 경남 거제고 학교 축제의 여장남자 경연대회에서 2등을 할 정도로 여성적 외모를 지녔다. 그의 사진은 몇 달 전부터 ‘김태희를 빼닮은 남학생’이라는 설명이 붙어서, 인터넷에 퍼지며 유명세를 탔다. 이 회사가 남태희의 상품성을 발빠르게 광고에 활용해 사이버상에서 ‘입선전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남태희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은 논쟁으로 이어진다. 그의 외모를 놓고 “김태희를 닮았다”는 편과 “윤은혜를 닮았다”는 편으로 나뉘어 대결이 뜨겁다. 일부는 “그냥 예뻐서 미녀의 대표 명칭으로 ‘김태희’를 썼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리는 외모에 대한 반응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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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 현상’은 UCC(사용자제작콘테츠), PCC(준전문가제작콘텐츠)에 이어 SCC(Seller-Created Content·판매자가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려고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동영상이나 사진 등의 콘텐츠)라는 신조어를 확산시켰다. 14가지 에피소드 동영상이 있는 이 제품 사이트에 가면 미니홈피나 블로그로 영상을 담아갈 수 있다. 화제의 인물과 몸짓을 등장시켜 누리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동영상을 통해 제품을 드러내놓고 광고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제품을 알리는 고단수의 마케팅 기법이다. 그래서 일부 누리꾼은 남태희의 외모에 열광하는 대신 “UCC를 가장한 휴대전화 광고네. 쩝 낚이는 기분 별로 좋지 않군”(jr8706)이라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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