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인터넷 스타] 탈레반 패러디

등록 2007-08-10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노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sano2@news.hani.co.kr

탈레반에 인질로 잡힌 한국인 봉사단의 참혹한 사정이 3주째 신문과 방송을 뒤덮자, 일부 누리꾼들은 뉴스를 보고 댓글을 다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의 시대답게 인터넷에는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를 소재로 한 각종 UCC가 생산되고 있다.

네이버에서 ‘일일시트콤 탈레반’으로 검색을 해보면 편성시간, 제작진, 예고편 등으로 구성한 방송 정보가 나온다. 여성 피랍자 한 명과 탈레반 대변인 아마디 등을 등장인물로 설정해놓은 이 작품은 블로그나 카페에 옮겨지고 있다. 처참하고 심각한 주제의 뉴스지만, 누리꾼 손에서 한 번 뒤집어지면 더 이상 심각하지만은 않다.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솔직히 웃긴다’라는 게 패러디에 대한 반응이다. 주고받는 ‘댓글 패러디’도 있다. ‘5시30분으로 시간대를 옮긴 것도 모르시는군요’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 ‘아, 그 시간대는 어린이 TV 시청 시간이라서요’라며 한 술 더 뜨고 있다.

판도라TV에는 ‘일일시트콤 예고편’이 떴다. 1분30분짜리 동영상 초반에는 피랍자 23명의 출국 사진을 보여주며 ‘상식 파괴’라고 표현한 뒤 ‘대한민국은 납치 사건에 휘말려버린다’ 등의 자막을 중간에 삽입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등장한다. 영화 OST를 배경음악으로 깔아 박진감까지 느껴지는 동영상은 ‘2007년 최고의 막장 시트콤’이라고 소개하면서 끝을 맺는다. 동영상을 제작한 누리꾼(3류인)은 “할 말이 없네요. 하지만 올리면서 생각한 것은 당사자 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무사귀환을 빕니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조회 수는 8월3일 현재 1만5천 클릭을 넘어섰다.

탈레반의 뜻풀이도 패러디됐다. 누리꾼들이 만드는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탈레반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특히 약속을 정확히 24시간 미루는 사람’으로 풀이된다. 이 풀이에는 ‘매일 밤 11시50분에 하는 인기 일일 드라마로 종영 때마다 연장 방송을 해도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라는, 이 말의 ‘어원’이 첨부돼 있다. 한때 부르카를 온몸에 두른 탈레반 여인이 한국인 피랍자를 돌보는 상황을 희화한 ‘츤데반’ 만화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프간 피랍 사태를 풍자한 패러디물을 놓고 누리꾼들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유머는 유머로 즐기면 그만이다.” “생명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몹쓸 짓이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